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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후 80년간 이어온 안정적 국제 질서… 트럼프 ‘美 우선주의’에 사실상 무너져[양정대의 전쟁(錢爭)외교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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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외교적 수단’이 된 전쟁

그간 다자협상 등 통해 갈등 관리

규범 만든 美, 스스로 선택적 사용

어렵게 축적해 온 협력체제 약화

2월 11일 가자지구 중부 자와이다의 쓰레기 매립지에서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재사용할 수 있는 물건을 찾고 있다. 자와이다=AP뉴시스

세계 정부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국제 정치는 오랫동안 힘의 균형에 의해 운영돼 왔다. 근대 국제 질서의 출발점으로 평가되는 1648년 베스트팔렌조약은 국가 주권의 원칙을 제도화했지만 평화를 보장하지는 못했다. 유럽 열강이 세력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선택한 수단은 예외 없이 전쟁이었다. 1815년 빈 회의 이후 형성된 협조체제 역시 규칙 중심의 질서가 아닌 강대국 간 힘의 관리 체제였다.

힘의 균형에 의한 국제 정치의 한계는 20세기 들어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 극단적으로 드러났다. 총 1억 명에 가까운 인명피해는 물론이고 산업화된 전쟁이 인류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이 경험은 국제 질서를 세력 경쟁이 아닌 제도와 규범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고, 그 결과로 1945년 국제연합(유엔)이 창설됐다.

이후 국제사회는 집단안보 체제, 국제법, 다자 협상을 중심으로 갈등을 관리했다. 미소 냉전 시기에도 핵 억지와 제도화된 외교가 물리적 충돌을 일정 수준 억제했고, 1950년 620억 달러 규모였던 세계 무역은 2022년 25조 달러로 확대됐다.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WB),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기구는 분쟁 해결을 군사 충돌 대신 협상과 규범의 영역으로 이전시켰다.

우리가 당연시해온 협상과 규범 중심의 지난 80년의 국제 질서는 그러나 길게 보면 인류 역사에서 극히 예외적인 시기였다. 국제정치학자 존 아이켄베리는 전후 국제질서를 “강대국이 스스로 권력을 제도 속에 묶어둔 역사상 거의 유일한 사례”라고 평가했다. 힘의 사용을 규칙에 의해 제한한 건 강대국의 선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두 차례 세계대전이라는 참혹한 현실 속에서 인류가 의도적으로 구축한 정치적 성취였다. “국제 질서는 전쟁의 참혹한 기억이 살아 있을 때 가장 안정적이었다.”(마거릿 맥밀런)

이 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최근의 변화는 전후 질서의 기본 원칙이 사실상 무너지면서 그 이전 시대로 회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스티븐 월트 하버드대 교수는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위기는 외부 도전보다 내부 후퇴에서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질서를 만든 국가 스스로가 규범을 선택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인데, 트럼프가 앞세운 ‘미국 우선주의’의 현실을 적확하게 설명한다. 하지만 이는 역사적 정상 상태로의 복원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인류가 어렵게 축적해온 협력 체제를 약화시키고 있다는 점에서다.

결국 지금 세계가 직면한 문제는 질서의 변화 자체가 아니라 그 방향의 문제다. 규칙과 제도를 통해 경쟁을 관리하려 했던 전후 체제를 리뉴얼할 것인지, 아니면 국가 간 힘의 우열과 강대국 이해관계 중심의 긴장으로 회귀할 것인지다. 다만 러우전쟁과 가자전쟁과 미국·이란 전쟁에서 보듯 초강대국들이 필요에 따라 전쟁마저 ‘외교적’ 수단화하는 상황을 제어할 뭔가가 보이지 않는 현실은 이미 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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