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토리가 있어도 무해했던 싸이월드
사용자를 상품으로 바꾼 요즘 SNS
규제는 시장과 발을 맞춰 상상하는 일
2000년대 초 국민 메신저였던 싸이월드는 메타버스의 기초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2005년 운영되던 KEB외환은행의 싸이월드 미니홈피 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인공지능(AI)을 둘러싼 낙관과 비관이 끊임없이 교차한다. 흥미롭게도 양쪽 논쟁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AI'라는 기술 자체의 성격을 두고 다툰다는 점이다. 그러나 한 기술의 사회적 얼굴은 기술의 속성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것으로 누가 어떻게 돈을 버는지가 중요하다. 즉 기업이 선택한 비즈니스 모델이 기술의 방향을 바꿔놓는다.
지난 20년간 인터넷이 우리 삶에 미친 영향을 생각해보자. 사람들은 흔히 인터넷 때문에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사용자들이 중독적인 콘텐츠에 노출되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싸이월드를 기억하는가. 인터넷 초창기에 등장한 싸이월드는 지금 돌이켜보면 참으로 무해한 플랫폼이었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사회를 양극화시키지도 않았고, 사용자의 뇌가 쇼트폼을 볼 때처럼 바삭해지지도 않았다(물론 좀 오그라드는 흑역사 게시물을 남기기는 했지만).
싸이월드와 인스타그램, 틱톡 등 요즘 SNS는 무엇이 다를까.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다. 싸이월드의 주 수입원은 '도토리'라는 가상화폐였다. 사용자들은 도토리를 사서 가상의 방을 꾸미고 배경 음악을 넣었다. 반면 지금의 SNS를 지배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개인화된 광고다. 사용자는 상품의 구매자가 아니라 그 자체로 상품이 된다. 상품을 최대한 공급하려면 플랫폼은 사용자를 가능한 한 오래 붙잡아 둬야 하고, 그 결과 사업자들은 점점 더 중독적인 알고리즘을 추구하게 된다. 인터넷의 유해함은 기술 자체의 속성이라기보다, 그것으로 돈을 버는 방법에서 비롯된 셈이다.
신기술의 사회적 영향이 시장에 좌우된다면, 시장에 대한 규제가 기술의 발전 방향을 정할 수도 있다. 기술 발전 초기에 적절한 규제를 설계해, 이제 막 싹트는 비즈니스 모델이 사회에 긍정적으로 작동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규제 입안자는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하기도 전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위험"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그 위험은 대개 우리의 가장 창의적인 상상력 너머에 있다.
이 논의가 중요한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AI 때문이다. 지금은 인터넷 태동기였던 2000년대 초반과 매우 비슷하다. 혁신적 기술이 등장했다는 사실은 모두 알지만, 이것으로 어떻게 돈을 버는 사람이 나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챗GPT 같은 챗봇이 현재 단순한 구독제를 도입하고 있지만, 이것이 궁극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실제로 오픈AI는 일부 국가에서 챗봇 안에 개인화된 광고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터넷이 그랬듯, 우리가 아직 전혀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모델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모두의 AI'를 표방하며 기술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은 값지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아직 일어나지 않은 AI의 사회적 영향을 선제적으로 연구하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규제 입안자는 벤처캐피털(VC) 투자자의 마음으로 '장차 돈이 될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를 먼저 사냥해야 한다. 유망한 비즈니스 모델을 먼저 상상해 낸 자만이, 그 모델이 낳을 부작용 또한 먼저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제는 기술을 뒤따라가는 일이 아니라, 성장하는 시장과 함께 발을 맞추어 상상하는 일이다. 무엇이든 남보다 빠른 우리나라가, AI의 사회적 대책을 가장 먼저 마련하는 나라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황일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