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오래 있고 수면 불규칙하면 우울증 신호
병원 방문 없이 스마트폰으로 우울증 조기 선별
게티이미지뱅크
우울증 및 불안장애 고위험군이 저위험군보다 생활 반경이 좁고, 수면 패턴이 불규칙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는 고가 장비나 긴 설문 없이 스마트폰 센서와 짧은 문답만으로 진행돼 앞으로 우울증 위험 신호의 조기 발견에 활용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조철현 고대안암병원 정신의학과 교수와 김아영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근 웨어러블 기기 없이 스마트폰의 센서 데이터와 일상적 짧은 응답만으로 우울증과 불안장애 고위험군을 조기 선별할 수 있는 디지털 피노타이핑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디지털 피노타이핑은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서 수집되는 데이터로 개인의 행동과 상태 변화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현대인의 일상과 가장 밀접한 스마트폰이 생성하는 활동량과 위치 정보, 수면과 생활 리듬 데이터를 활용하면 정신건강 위험 신호를 이른 시점에 포착할 수 있다고 보고 연구했다.
연구팀은 국내 성인 455명을 대상으로 28일간 스마트폰 가속도계와 위성항법장치(GPS) 데이터를 수집하고, 일일 기분 상태에 대한 간단한 응답을 받았다. 이후 주 1회 우울증 및 불안장애 평가도구를 이용해 고위험 여부를 판정했다. 또 스마트폰 및 자기보고 데이터를 종합해 조기 선별을 위한 위험군 판별 모델을 구축했다.
분석 결과, 우울증 및 불안장애 고위험군은 뚜렷한 행동 패턴을 보였다. 고위험군은 주중 이동 반경이 25㎞ 미만으로, 80㎞ 이상을 기록한 저위험군보다 현저히 좁았고 집에 머무는 시간도 더 길었다. 또 고위험군은 수면 중 움직임이 많고 수면 시간이 불규칙한 경향을 보였다. 특히 우울증 고위험군은 잠자리에 드는 시간과 깨는 시간이 늦고 변동성도 컸다.
연구팀이 이런 데이터를 머신러닝 모델에 학습시킨 결과, 판별 정확도를 나타내는 지표에서 우울증은 최대 0.83, 불안장애는 최대 0.86을 기록했다. 1에 가까울수록 고위험군과 저위험군을 잘 구분한다는 의미다. 특히 스마트폰 데이터만 활용하는 것보다 짧은 자기보고 응답을 함께 결합했을 때 더 높은 성능을 보였다.
이번 연구는 일상 속 스마트폰 사용만으로 구현된 점에서 의미가 있다. 우울증과 불안장애는 증상이 악화하기 전에 위험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기존 정신건강 선별 방식은 당사자가 직접 내원하거나 긴 설문에 응답해야 해 적정 조치 시점을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기술이 개인 맞춤형 디지털 정신건강 관리 체계로 확장될 가능성도 있다. 조 교수는 "이 시스템이 적기 개입 모델과 결합된다면, 정신질환의 조기 발견을 넘어 실시간 맞춤형 관리까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