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신흥 군부와 협상파 간 알력
트럼프 타협 노력 난관 직면 가능성”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2월 17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군축 회의 특별 세션에 참가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호르무즈해협 개방 결정을 하루 만에 뒤집은 이란의 변덕이 군부 강경파가 득세하는 정권 내부 권력 구도 변화상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지받지 못하는 외교관
18일(현지시간)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8일 시작된 미국과의 휴전 기간 중 처음으로 걸프(페르시아만) 해역에서 최소 두 척의 상선을 공격했다. 해운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일부 선박은 이날 ‘호르무즈해협은 다시 닫혔다. 선박들은 통과할 수 없다’는 이란 해군의 무전을 받았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전날 엑스(X)를 통해 “(이란 현지시간 기준 22일까지) 남은 휴전 기간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상선의 항해를 전면 허용한다”고 밝힌 지 불과 하루 만이다.
이에 대해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개전 뒤 정부 장악력을 강화해 온 군부 강경파와 이란 정치 지도부 간 균열이 드러났다”며 “미국과의 타협 가능성을 타진하고자 하는 이란 외교 당국이 신흥 강경파의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의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이란 내부의 저항은 격렬했다. WSJ가 입수한 걸프 선원들의 녹음 기록에 따르면 전날 밤 자신을 IRGC 해군 소속이라 밝힌 한 인물은 해상 무전을 통해 “우리는 멍청이(idiot)의 트위터 게시물이 아니라 우리 지도자인 이맘 하메네이의 명령이 있어야 해협을 개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IRGC 산하 통신인 타스님도 “이런 식의 소통은 재고하는 게 좋겠다”며 외무부를 비난했다. 이란 강경파 의원인 모르테자 마흐무디는 아라그치 장관의 발표가 유가를 떨어뜨리고 미국에 선물을 안겼다며 그를 해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IRGC는 아라그치 장관이 게시물을 올리기 전 자신들과 조율하지 않은 것에 분노했다고 이란 준군사조직의 한 고위 참모가 WSJ에 말했다.
하메네이 부재가 부른 분열
이란 내 강경파 부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외교적 협상 타결 노력에 난관으로 작용하리라는 게 전문가들 예상이다. 미국 싱크탱크 윌슨센터의 이란 전문가인 모하메드 아메르시는 “이란의 경우 결정적 순간에는 총과 무인기(드론), 고속정을 가진 편이 이기는 경향이 있다”고 WSJ에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퀸시연구소의 트리타 파르시 부소장은 “미국과의 합의에 반대하는 강경파의 저항이 거세지며 중대한 정치적 도전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 유화파가 강경파에게 공격받은 상황이 처음은 아니다. 개전 초기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이 주변 걸프 국가들에 공격한 일을 사과하고 공격 강도를 줄이겠다고 약속했을 때도 강경파가 즉각 공개 비난에 나섰다. 미국 테네시대 채터누가캠퍼스의 이란 전문가 사이드 골카르는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중요 중재자가 사라지며 파벌 간 싸움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이 해협을 개방했는데도 봉쇄 조치를 고수하고, 이란으로부터 고농축 우라늄 이전 동의까지 받았다며 사실상 이란이 굴복했다는 식의 선전을 계속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프로젝트 책임자 알리 바에즈는 “이란 내부 갈등의 노출이라기보다 미국의 이상한 입장이 초래한 결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