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스포츠 관람 권익, 새 시대를]
장애인석 '수량'만 권고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좌석 위치·시야 확보 등까지 규정
어길 시 법무부 조사 및 강제 개선 명령 가능
최근엔 '보이지 않는 장애'까지 포괄 움직임
1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SSG와 LG의 경기에 양 팀 팬들이 관중석을 빼곡히 메우고 있다. 뉴스1
‘스포츠시설 내 장애인석 설치’가 권고 수준에 머무는 국내 KBO리그와 달리,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장애인법(ADA)에 근거해 보다 구체적이고 강제력 있는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은 2,000석 이상 관람장에는 전체 좌석의 1% 이상, 또는 20석 이상의 장애인석을 설치해야 한다.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 시행령) 그러나 △좌석 위치와 △시야 확보 △가격 선택권 등에 대한 세부 기준은 없다. 단순 '수량 기준'만 제시하는 것이다.
반면 미국 ADA는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공공시설의 재화, 서비스, 시설, 특권, 혜택 또는 편의를 완전하고 평등하게 향유하는 데 있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 구역에 장애인석 분산 배치 △휠체어석 앞좌석 관람객이 일어나도 시야가 가리지 않도록 설계 △주차장부터 좌석, 화장실, 매점까지 끊김 없는 이동 경로 확보 등을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 장애인법(ADA)이 규정하고 있는 장애인석 시야 확보 요건. ADA 문서 캡처
실제로 샌디에이고의 펫코 파크는 휠체어석, 반이동형 좌석, 이동형 좌석 등 이용자의 상태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좌석 구조를 갖추고 있다. 또 LA 에인절스의 에인절스타디움은 약 500석 규모의 장애인석을 내·외야는 물론, 프리미엄 구역까지 분산 배치했다. 뉴욕 메츠의 시티 필드는 11대의 엘리베이터를 통해 전 층 이동이 가능하다. 텍사스의 글로브 라이프 필드는 주차장과 출입구를 오가는 무료 셔틀과 휠체어 이용객을 위한 에스코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이동 편의를 강화했다.
미국 구장들이 이를 위반할 경우 법무부 조사와 집단소송, 강제 개선 명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카고 컵스의 리글리 필드는 장애인석 관련 소송으로 법무부가 개입한 사례가 있으며, 시애틀의 T-모바일 파크 역시 일부 장애인석의 시야 문제로 소송이 제기돼 약 5년간 법적 분쟁을 겪었다.
최근에는 '보이지 않는 장애'까지 포괄하려는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미국 스포츠매체 ESPN의 2024년 조사에 따르면, MLB 구단의 72%가 헤드폰 등 청취 보조 장치를 제공한다. 또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자폐 스펙트럼 장애 등의 관람객을 위해 감각 안정 공간도 확대하는 추세다. 실제 디트로이트의 코메리카 파크는 1루와 3루 라인을 따라 설치된 전광판에 장내 방송 내용을 자막으로 제공하고, 소음 차단 헤드폰과 감각 완화 도구, 안내 카드 등이 포함된 '감각 가방'을 무료로 대여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