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중동전쟁 대응 TF 긴급 현안자료
재정 부담에 최초가격제 지속은 '회의'
전체 이동자 수 미국·이란 전쟁 후 감소
비수급 빈곤층 에너지 지원 강화 필요
20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철강공단에 있는 한 주유소에서 경유와 휘발유를 같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뉴스1
고유가 대응을 위해 도입된 '석유 최고가격제'가 지난 달 소비자 물가 상승률을 최대 0.8%포인트 낮춘 것으로 분석됐다.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3월 물가 상승률은 2% 초반이 아닌 3%대까지 치솟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2일 배포한 '중동 전쟁 대응 태스크포스(TF) 긴급 현안 자료'에 따르면, 석유 최고가격제는 가시적인 물가 안정 효과를 냈다. KDI가 최고가격제를 시행하지 않았을 때의 가격을 추정해 실제 가격과 비교한 결과, 3월 4주 차 기준 휘발유는 리터(L) 당 460원, 자동차용 경유는 916원, 실내등유는 552원의 가격 인하 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국제유가를 가상 가격에 즉각 반영했을 때 최고가격제의 물가 상승률 억제 효과는 최대 0.8%포인트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제유가가 시차를 두고 늦게 반영되면 그 효과는 0.4%포인트 수준으로 축소된다. 실제 3월 물가 상승률은 2.2%로, 최고가격제가 없었다면 최대 3.0%까지 상승했을 수도 있는 셈이다. 3월 물가 상승률은 지난 달(2.0%)보다 최고가격제 등의 영향으로 0.2%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다만 재정 부담 등의 이유로 이 제도의 지속 가능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다. 마창석 KDI 연구위원은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기간에 가격을 고정하면 정부가 감당해야 할 재정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물가 억제 효과는 분명하지만 재정 부담 우려를 충분히 고려해 제도 유지 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류세 인하 조치 역시 석유 가격 하락에 효과적이었다. KDI가 2021년 11월 둘째 주에 시행된 유류세 인하 사례를 분석했더니, 휘발유 유류세 인하분인 149.5원이 실제 주유소 판매 가격에 거의 그대로 반영됐다. 세금 인하 혜택이 소비자에게 온전히 돌아갔다는 의미다.
2일 서울 시내 한 전통시장에 이재명 대통령의 시정 연설이 TV에 나오고 있다. 뉴스1
미국·이란 전쟁 이후 실물 경기 측면에서 뚜렷한 소비 감소는 관측되지 않았다. 1~3월 신용카드(신한카드) 이용 금액을 2023~2025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전체 이용 금액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 다만 고유가 여파로 국내 전체 모바일(SK콤) 이동자 수(유입·유출의 합)이동자 수는 소폭 축소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승희 KDI 연구위원은 "현재까지는 감소세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지만, 향후 이 추세가 지속되는지 꾸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특히 이번 고유가 국면에서 기초생활보장 수급을 받지 않는 저소득층의 에너지 부담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동일한 소득 수준이라도 비수급 가구의 에너지 지출 비중이 수급 가구보다 높게 나타난 것이다. 비수급 빈곤층은 경제활동 참여 비중이 높아 출퇴근 등을 위한 '운송용 연료비'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다. 실제로 농업·운수창고업, 단순노무 종사 가구가 유가 충격에 더 취약했다.이영욱 KDI 선임연구위원은 "단순 소득 기준 지원에서 벗어나 가구별 특성에 맞는 에너지 지원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