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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밸리를 이끄는 선전의 '30분 창업 생태계' [아침을 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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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힘 속, 열림'을 모색하는 선전

'고밀도 경쟁장'으로 변한 대학성

경쟁 부족한 한국의 혁신 생태계

16일 중국 광둥성 선전 유비테크 내 전시장에서 시연 중인 '워커 S2'의 모습. 중국 로봇기업 '유비테크'의 신형 산업용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연합뉴스

최근 중국의 선전을 다녀왔다. 현지에서 우리를 맞이한 관계자들은 올 들어 특히 많은 한국 공무원과 기업인들이 선전을 방문했다고 전했다. 올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 예정지로 관심이 증가했기 때문이겠지만, 기술과 공급망 그리고 미래 산업의 방향을 직접 확인하려는 의지의 표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몇 번 방문한 곳을 이번에 다시 방문하면서 느낀 중요한 변화는 '닫힘'이다. 과거와 비교하면 기업들은 외부 방문자에 대한 접근이 훨씬 제한적이었고 설명도 조심스러워졌다. 대학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중국의 주요 대학들은 미리 허가된 외부인만 출입이 가능하고, 연구 현장에 대한 취재 역시 지방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할 정도로 엄격해졌다.

하지만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닫힘'이 단순한 폐쇄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오히려 그 안에는 매우 전략적인 '열림'이 공존하고 있었다. 보안은 강화하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인재와 기술협력에 대해서는 훨씬 더 적극적이다. 실제로 이번에 방문한 한 혁신 대학은 연구 수준이 검증된 해외 기관에 대해서는 협력과 교류를 적극 제안하였다.

이러한 이중적 구조는 세계적 갈등이 빚어낸 단순한 정책의 결과라기보다 선전이 가진 공간적·생태적 특징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선전의 대학들은 '대학성'이라는 하나의 구역에 밀집해 있다.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논밭이던 이곳에는 베이징대, 칭화대, 하얼빈공업대의 분교와 함께 남방과학기술대, 선전대 이공캠퍼스, 중국과학원이 한곳에 모여 있다.

이곳은 단순히 대학이 모인 공간이 아니다. 같은 지역 안에서 우수 인재를 두고 경쟁하고, 연구 성과로 평가받으며, 동시에 기업과의 연결에서도 앞서야 하는 '고밀도 경쟁장'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연스럽게 외부와의 단절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 결국 우수 인재와 기술을 끌어들이기 위한 선택적이지만 적극적인 개방이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보안을 유지하면서도 전략적으로 문을 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연스럽게 대학성 바로 앞에는 '로봇 밸리'라는 창업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다. 유비테크와 같은 세계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상장 기업부터 이름조차 낯선 수많은 스타트업까지, 크고 작은 기업들이 뒤섞여 경쟁하고 있다. 그곳의 한 로봇 스타트업을 방문했다. 선전의 한 대학교수가 창업한 지 4년밖에 되지 않은 작은 회사였지만, 휴머노이드 로봇을 매우 자연스럽게 시연하고 있었고, 최근 2억 달러 투자까지 유치했다. 거대한 투자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본사는 소박한 규모였고, 연구자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들이 얼마나 '기술에 진심'인지를 느낄 수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진심'은 단순히 기술 수준이 높다는 의미가 아니다. 기술로 시장에서 경쟁하고, 성능과 가격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집요한 태도, 실패를 감수하면서도 계속 개선해 나가겠다는 의지에 가까웠다.

이러한 빠른 스타트업의 성장은 선전의 '30분 창업 생태계'로 설명이 될 것이다. 30분 이내 거리의 벤처캐피털에서 투자자를 만날 수 있고, 필요한 부품을 조달하고, 시제품을 만들고, 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인재가 나오고, 주변 산업에서 부품과 기술이 공급되며, 벤처캐피털이 자금을 지원하고, 선도기업이 시장으로 연결해 주는 구조가 하나의 생활권 안에서 작동하는 셈이다. 이처럼 선전은 단순한 산업 집적지를 넘어 하나의 완결된 실험장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물론 이러한 모델을 제도와 산업구조가 다른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형태가 아니라 본질이다. 선전은 혁신에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었고, 그 요소들을 한 공간에 밀도 높게 집약하는 데 성공했다.

우리에게 '혁신 생태계'라는 말은 계속 반복되지만, 정작 그 안의 필요한 요소들이 모여서 경쟁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아직 답을 내기 어렵다. 우리는 어떠한 경쟁력을 가지고자 하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만 계속된다.

차석원 서울대 공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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