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자영업자 "매출 30% 플랫폼으로, 팔수록 적자"
수수료 규제 논의 본격화…배달비 인상 우려
# 식당을 운영 중인 김철균씨(가명·42세)는 걱정이 많다. 연중무휴로 일하면서 매출이 늘었지만, 손에 들어오는 게 많지 않아서다. 배달 플랫폼 중개수수료와 배달비, 부가가치세, 광고비 등으로 매출의 3분의 1이 빠져나간다. 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남는 게 없다. 그렇다고 배달 주문을 포기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월평균 매출의 약 40%를 배달앱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음식 가격 인상을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 이는 김씨만의 얘기가 아니다.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과도한 중개수수료에 대해 하소연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 글쓴이가 공개한 정산 내역을 보면, 전체 매출 1900만원 중 실제 입금된 금액은 1164만원이었다.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중개수수료 등 공제율이 각각 28.1%와 36.4%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 글에는 '수수료에 리뷰 이벤트까지 하면 마이너스 나는 경우도 있다' 등 공감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서울 강서구의 한 커피점 앞에 배달앱 스티커가 붙어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대기업 평균 73.47점…배달 3사는 49.1점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앱 3사가 정부의 상생협력 평가에서 나란히 '낙제점'을 받았다. 중소벤처기업부와 동반성장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25년 배달 3사 체감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주요 배달앱 3사의 상생협력 수준은 입점업체 체감 기준 49.1점으로 나타났다. 업체별 점수는 요기요 49.5점, 쿠팡이츠 49.4점, 배민 48.4점이었다. 지난해 동반성장지수 평가에 참여한 대기업 236개사의 평균 점수(73.47점)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배달 3사가 낮은 상생 점수를 받은 주된 이유는 고율의 중개수수료다. 체감도 조사는 각 배달앱의 수수료 적정성과 거래 조건, 협력 노력 등 3개 분야 20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이 중 배달 3사의 평균 수수료 적정성은 38.2점으로 거래 조건(55.0점)과 협력 노력(50.7점)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배민의 수수료 적정성 점수는 35.4점으로 3사 중 최하점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배달 3사가 높은 수수료율을 책정한 까닭은 무엇일까. 입점점주들은 그 배경에 '무료 배달 출혈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고 지적한다. 시작은 2024년 5월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린 쿠팡이츠의 무료 배달 선언이었다. 고객 이탈 우려가 커지자 배민은 즉각 무료 배달을 시작하며 맞불을 놨고, 요기요도 경쟁에 뛰어들었다.
문제는 각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감당해야 할 경쟁 비용이 수수료 인상이라는 방식으로 고스란히 자영업자들에게 전가됐다는 점이다. 배민은 자체 배달 서비스인 '배민배달'의 중개수수료율을 기존 6.8%에서 쿠팡이츠와 동일한 9.8%로 대폭 인상하며 성 방어에 나섰다. 이 무렵 요기요도 수수료율을 9.7%로 개편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배달 플랫폼 업계 전반의 입점업체 수수료율이 10% 수준으로 상향 평준화된 셈이다.
배달 3사의 표면적인 중개수수료율은 9.7~9.8%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실질적 부담은 그 이상이다. 중개수수료에 업주 부담 배달비, 결제수수료, 부가가치세 등을 모두 합하면 입점업체가 플랫폼에 지급해야 하는 총비용은 매출의 30% 수준에 육박한다. 소비자가 2만원짜리 음식을 주문하면 식자재 원가와 인건비, 임대료 등을 제하기도 전에 6000원가량이 고스란히 플랫폼 주머니로 직행하는 기형적 구조다.
이후 입점업체의 문제 제기가 줄을 이으면서 배달 3사의 수수료율 논란은 2024년 국정감사 이슈로 부상했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를 구성, 지난해부터 중개수수료를 기존 9.8%에서 거래액 기준 2.0∼7.8%로 낮추는 차등 수수료 방식을 도입했다. 하지만 이 상생안은 '반쪽짜리'라는 지적을 받았다. 수수료율을 낮춘 대신 입점업체가 부담해야 하는 배달비를 인상했기 때문이다.
실제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는 서울·경기·부산 음식점의 배달앱을 통한 매출 내역을 분석한 결과 배달 플랫폼의 중개수수료율 인하에도 실제 총수수료는 소폭 상승했다고 주장했다. 또 김승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자영업자 83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89.9%가 배달앱 수수료와 광고비 부담이 오히려 증가했다고 답변했다.
그렇다 보니 배달 3사에 대한 입점업체들의 인식은 부정적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월5일 발표한 '배달앱 입점업체 인식 조사'(808개사 대상)에서 배달앱 이용료 수준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28.3%에 그쳤다. 조사 대상 입점업체들은 배달앱을 평균 2.3개 이용했고, '매출 1순위 배달앱'의 주문 비중은 평균 67.7%였다. 의존도는 높지만, 비용 만족도는 낮은 셈이다.
그렇다고 자영업자들이 배달 주문을 포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배달 주문이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배달 3사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매달 증가세를 보였다. 데이터 테크 기업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1월 배민(2324만9229명)과 쿠팡이츠(1296만9423명), 요기요(448만345명)의 MAU는 총 4069만8997명으로 집계됐다.
중개수수료율 논란 장기화 조짐
배달 플랫폼 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배달비의 상당 부분이 플랫폼이 아닌 배달원에게 지급되는 인건비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막대한 서버 및 시스템 유지비, 마케팅 비용 등을 감안하면 플랫폼의 실질 마진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항변이다. 한 배달 플랫폼 관계자는 차등 수수료 관련 비판에 대해 "대형 프랜차이즈나 매출 규모가 큰 식당에는 수수료 인하 효과가 체감되지 않을 수 있지만, 매출 하위 20% 이하 영세 식당의 경우 최저 수수료율이 적용돼 실질적인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배달 플랫폼 수수료율 논란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배달 플랫폼들은 정치권의 압박에 최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주도하는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에 수수료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신규 요금제 등의 내용이 담긴 새 상생안을 제출했으나, 공식 논의 테이블에 오르지조차 못했다. 기존 상생안보다 수수료 부담이 낮아져야 한다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시선은 국회로 향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 입점점주들로 구성된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수수료율 논란이 장기화할 경우 입법 규제를 통해 수수료 인하를 압박한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배달앱 수수료 관련 법안은 10건 이상이다. 지난해 12월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음식배달플랫폼 서비스 이용료 등에 관한 법률안, 이른바 '음플법'이 대표적이다.
다만 음플법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는 온플법 제정 이후에 이뤄질 예정이다. 따라서 실제 법 제정까지는 상당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아직 배달 플랫폼 측에서 자영업자의 비용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만한 개선안을 내놓지 않은 상태"라며 "음플법을 빨리 도입해 입점업체를 보호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법적 규제가 오히려 소비자와 입점업체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배달 3사의 경쟁이 소비자들에게 '무료 배달'이라는 후생을 제공하면서 배달 주문 시장의 파이를 키운 측면도 명확하다는 이유에서다. 한 배달 플랫폼 관계자는 "규제로 중개수수료가 줄어들면 무료 배달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며 "이 경우 배달비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배달앱을 이탈하게 되고, 이는 곧 전체 주문량 급감으로 직결돼 결국 자영업자의 매출 하락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