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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여성은 일자리가 없어 울고, 지방 남성은 짝이 없어 운다 [이동수의 세대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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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 kham@sisajournal.com]

여성들 대도시로 떠나면서 지방은 극심한 '남초(男超)' 현상

남성들도 덩달아 지역에 등 돌리는 악순환 반복

얼마 전 김희수 진도군수의 '처녀 수입'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정확히는 "스리랑카나 베트남이나 그쪽 젊은 처녀들 좀 수입을 해서 농촌 총각들 장가도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2월4일 열린 광주·전남 행정 통합 타운홀 미팅 현장에서였다. 사람을 수입(수출)한다는 건 제국주의 시대에나 용인됐을 개념이다. 게다가 처녀를 수입하자니, 요즘 세상이 아니더라도 문제가 될 발언이다. 이런 발언을 군수가 공식적인 자리에서 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다.

언어의 품격은 참담하지만, '망언'이 나오게 된 배경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해당 발언은 지역의 인구 소멸을 이야기하는 대목에서 나왔다. 진도군 청년 통계에 따르면, 2024년 진도의 청년 인구는 49세까지 포함하더라도 7243명에 그쳤다. 이 중 남자가 4070명(56.2%)이고 여자가 3173명(43.8%)이다. 여자 100명에 남자 128.3명꼴. 약 30%의 남성은 짝을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다. 2005년 개봉한 영화 《나의 결혼 원정기》의 주인공 만택(정재영 분)은 신붓감을 구하기 위해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한다. 21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그때보다 더 악화했다. 여성들이 대도시로 떠나면서 극심한 '남초' 현상으로 인해 젊은 남성들도 덩달아 지역에 등을 돌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26년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에 참석한 구직자들이 채용 상담을 받기 위해 각 기관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시사저널 박정훈

1980~90년대 남아 선호 사상의 부메랑

젊은 남성들이 결혼 상대가 없어 결혼을 못 하는 게 비단 농어촌만의 문제는 아니다.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광역시도 상황은 별반 다를 게 없다. 청년 남성들이 짝을 만나지 못하는 현실은 30~40년 전 이미 정해진 미래였다.

2026년 현재 결혼 적령기라고 할 수 있는 30대 남성들은 1987~96년에 태어났다. 이들이 태어나던 시기에 한국 사회는 극심한 남아 선호 사상을 가지고 있었다. 인간이 개입하지 않았을 때 형성되는 자연적인 출생 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04~107명 수준이다. 이를 간단하게 105라고 표현하자.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105를 살짝 웃돌던 출생 성비는 1986년 111.7을 기록한 뒤 1996년까지 그 추세를 유지했다. 출생 성비는 2000년대 중반에야 자연 수준을 회복했다. 출생 성비 불균형이 가장 심했던 1990년은 무려 116.5였다. 남자아이 116.5명이 태어날 때 여자아이는 100명이 태어났다는 의미다.

남아 선호 사상은 뿌리 깊은 문화다. 그런데 유독 1980년대 후반부터 이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건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며 하나둘밖에 안 낳는 자녀의 성을 선택하고자 하는 수요가 증가했고, 초음파 검사 등 그걸 가능하게 하는 기술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에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말이 등장한 건 그래서다. 출생 성비는 자녀의 출생 순위가 뒤로 갈수록 불균형해졌다. 일례로 1990년생의 경우 첫째 자녀의 출생 성비는 108.5지만 셋째 자녀는 무려 189.9에 달한다. 밀레니얼세대에서 유독 '누나 둘과 막내 남동생'으로 구성된 남매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이러한 사회적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그 시절 아들을 낳길 바랐던 젊은 부부들은 자신들의 선택이 30~40년 지나 자기 아들에게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올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일부일처제 사회에서 성비가 무너지면 당연히 한쪽에선 결혼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이들이 생겨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결혼시장에서의 성비 불균형이 2000년대 중반부터 악화하기 시작하더니 2021년엔 전국적으로 미혼 남성이 미혼 여성보다 19.6%나 많은 지경에 이르렀다고 설명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찾아보기 힘들었던 현상이다.

서울 강남구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2026년 공공기관 채용정보박람회’에 참석한 구직자들이 취업 컨설팅을 받기 위해 줄을 서있다.

'농촌 총각' 문제 해결하려면 지역 일자리 균형부터

그나마 수도권은 형편이 나은 편이다. 비수도권은 성비 불균형이 매우 심각하다. 남성은 넘치는데 여성은 없다. 서울은 결혼 성비 불균형이 거의 없지만 영남 지역은 미혼 남성이 미혼 여성보다 30% 이상 많을 정도다. 이 같은 지역의 극심한 성비 불균형 배경에는 '일자리'가 있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상당수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500대 기업 77%(385개)의 소재지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이었다. 수도권 인구는 전체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 정도인데 대기업은 8할 가까이 몰려 있는 셈이다. 수도권 다음으로 기업이 많은 권역은 부산·울산·경남이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 500대 기업에 속한 기업은 46개밖에 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 기업들의 성격이다. 어느 나라든 산업마다 남녀 비중이 다르다. 미디어·유통·금융·식품 등 분야는 상대적으로 여성 비중이 높다. 반대로 기계·화학·철강·자동차·조선 등은 대표적인 남초 산업이다. 비수도권은 기업도 얼마 없는데 그마저도 일부 산업에 편중돼 있다. 부산·울산·경남에 위치한 기업 상당수는 자동차·조선·방산·원전·발전 등 중후장대 산업에 속한 기업들이다. 포항·구미가 속한 경상북도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지역에 있는 기업들은 성격상 남성 직원 비중이 매우 높다. 여성들이 선호하는 업종의 기업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여성들은 수도권으로 가야만 자신들이 원하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산업 분포는 청년들의 이동 흐름에도 영향을 끼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월22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청년층(20~34세)은 남녀 모두 일자리가 있는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그 정도는 여성에게서 훨씬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남성과 여성의 유출 격차가 심한 곳은 울산(여성 -1.49%, 남성 0.22%)과 경북(여성 -2.82%, 남성 -1.80%)이었다. 둘 다 유명 제조업·중공업 기업들이 위치한 지역이다. 20대 여성은 수도권으로 향하거나, 수도권 안에서만 이동하는 비율이 높았다. 그에 반해 20대 남성에서는 상대적으로 여성보다 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비수도권에서 비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이가 많았다.

청춘 남녀의 미혼·저출산과 지역 소멸은 현실에서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일자리는 여기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정부가 '5극 3특' 국가균형성장을 국정과제로 내걸면서 비수도권 지역에도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 대목에서 일자리의 성격도 함께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균형발전이라는 게 단지 기업의 숫자를 배분하는 데 그친다면, 비수도권에 중후장대 산업을 몰아넣는 과거의 방식을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되면 젊은 여성들은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지역을 떠나고, 젊은 남성들은 제 짝을 구하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지금의 현실을 바꿀 수 없을 것이다.

이동수 세대정치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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