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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잔혹사, '과잉 규제'가 남긴 뼈아픈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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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후 관점디자이너 sisa@sisajournal.com]

정치적 프레임에 갇힌 3년, 글로벌 도약의 골든타임 속절없이 흘러가

'전원 무죄'로 끝난 사법 심판, 남는 건 혁신 생태계의 거대한 후퇴뿐

대한민국 IT 산업의 상징이자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카카오가 지난 수년간 정치로 인해 겪어온 이른바 '카카오 잔혹사'는 우리 사회에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국가권력이 정의 실현이라는 명분으로 휘두른 칼날이 실제로는 기업의 미래와 국가의 경쟁력을 어떻게 훼손했는가에 대한 성찰이다. 사정기관의 전방위적 압박과 정치권의 규제 프레임이 얽혀 만든 이 암흑기는 한 기업의 불운을 넘어, 대한민국 혁신 생태계 전체에 보내는 경고 시그널이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공모 의혹을 받는 당시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2025년 10월21일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가 선고된 뒤 법원을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의 발언에서 시작된 '작전'

모든 거대한 규제의 흐름에는 상징적인 장면이 있다. 2023년 11월,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카카오모빌리티를 향해 "약탈적" "부도덕"이라는 전례 없는 원색적 단어를 쏟아냈다. 이 발언은 단순한 정치적 수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공정거래위원회·금융감독원·검찰 등 대한민국 사정기관 전체에 하달된 '작전 개시 신호'였다.

대통령이 설정한 도덕적 잣대는 법률적 잣대보다 앞서 나갔다. '플랫폼이 소상공인의 고혈을 짠다'는 프레임이 설정되자, 사정기관들은 실적 쌓기용 압박을 시작했다. 공정위는 플랫폼의 심장인 '알고리즘'을 정조준했고, 금융 당국은 회계 처리 방식을 문제 삼아 기업의 도덕성에 타격을 입혔다. 그러나 훗날 사법부의 판단은 달랐다. 2025년 5월, 서울고법은 공정위의 처분을 취소하며 플랫폼의 효율성 개선 노력을 단순히 '자사 우대'로 치부할 수 없음을 명시했다. 정치적 명분이 법리적 근거를 앞지른 '규제의 과잉'이 입증된 순간이었다.

정치의 압박이 국내용으로 그쳤다면 다행이었을까. 문제는 한국의 사법 리스크가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선반영된 유죄'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유럽 최대 택시 플랫폼 '프리나우(FreeNow)' 인수 무산과 카카오페이의 미국 '시버트 파이낸셜' 인수 실패는 그 참혹한 결과물이다.

글로벌 M&A 시장은 법원의 최종 확정판결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판결문이 아니라 리스크의 지속 가능성을 본다. 한국에서 '범죄집단'처럼 취급받으며 매일 압수수색을 받는 기업이 내미는 손을 잡을 글로벌 파트너는 없다. 유럽 진출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나스닥 상장사 확보를 통한 미국 본토 진입 전략이 꺾인 것은 개별 기업의 손실을 넘어 국가적 전략자산의 상실이다. "아직 유죄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국내용 논리는 냉정한 글로벌 시장 논리 앞에서 무기력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사례는 더욱 극적이다. 2023년 초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로부터 유치한 1조2000억원의 투자는 정부조차 "정상 외교의 성과"라며 치켜세웠던 K콘텐츠의 승부수였다. 그러나 이 거대 자본이 동력이 되어 추진한 SM엔터테인먼트 인수는 곧 사법 리스크의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서울 서부역 택시승강장에서 시민들이 카카오T 블루 택시를 이용하고 있다. ⓒ연합뉴스

'빈 살만의 축복'마저 옥죄는 규제의 사슬

창업자가 구속되고 경영진이 징역 15년을 구형받는 고강도 압박이 이어졌으나, 2025년 10월 1심 법원은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수사가 별건 압박을 통한 허위 진술 유도 등 "진실을 왜곡했다"며 이례적으로 강하게 질타했다. 화려한 축복으로 시작된 글로벌 도약의 꿈이, 무리한 기소와 사정 정국 속에서 3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오명만을 남긴 채 멈춰선 것이다.

정치권이 카카오를 공격하며 즐겨 사용하는 '문어발 확장' 프레임 역시 데이터 시대의 생태계를 이해하지 못한 구시대적 관점이다. 구글(알파벳)이 법인을 분화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혁신을 지속하듯, 플랫폼 기업에 계열사 분화는 전문경영과 책임 분리를 위한 필연적 구조다. 이를 제조업 시대의 '골목상권 침해'라는 감성적 프레임으로 묶어 규제하는 것은, 마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의 속도를 제한했던 '적기조례(Red Flag Act)'의 21세기 판에 불과하다.

또한, 유럽의 디지털시장법(DMA)을 본떠 자국 기업을 규제하려는 시도는 규제의 본질을 오해한 것이다. 유럽의 규제는 구글, 메타 같은 외산 공룡으로부터 자국 시장을 지키기 위한 보호무역적 성격이 강하다. 반면 우리는 세계 무대에서 싸워야 할 우리 기업의 팔다리를 묶어, 결국 안방마저 글로벌 빅테크에 내어주는 역차별적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기업에 가장 치명적인 독은 '불확실성'이다. 경영진이 재판 준비에 에너지를 쏟고 인재들이 규제의 칼날을 피해 해외로 '망명'하는 환경에서 혁신은 자라날 수 없다. 잘못이 있다면 마땅히 벌해야 하지만, 확정되지 않은 혐의와 정치적 프레임으로 기업의 숨통을 죄는 방식은 국가적 자살 행위나 다름없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업을 범죄집단화하는 서슬 퍼런 칼날이 아니다. 사라지는 과거의 산업에는 정교한 '출구 전략'을 제공하고, 다가올 미래 산업에는 파격적인 '지원 정책'을 펼치는 게 정치의 본령이다. 권력은 규제의 칼을 휘두르기보다, 혁신 기업이 글로벌 무대라는 망망대해에서 마음껏 뛸 수 있도록 운동장을 평탄하게 다져주는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카카오가 겪은 지난 3년의 잔혹사는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정의를 집행했는가, 아니면 미래를 소진시켰는가? 제도가 현실을 따라잡지 못하고 정치가 혁신의 발목을 잡는 구조를 방치한다면, 우리가 잃어버리는 것은 한 기업의 성장이 아니라 국가 산업의 다음 10년이 될 것이다. 이제는 사법 리스크라는 낡은 쇠사슬을 끊고, 정치가 미래의 길을 터주어야 할 때다.

박용후 관점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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