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경제 칼럼니스트(전 MBC 논설위원) sisa@sisajournal.com]
가격 정책으로 식습관을 바꾸겠다는 발상
형평성·실효성 검증 없이 추진되면 부작용 불가피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설탕 과다 함유 제품에 부담금을 매겨 섭취를 억제하고, 마련된 재원을 지역·공공 의료 강화에 투자하는 방안을 공론화했다. 아울러 일각에서 설탕 부담금을 세금과 동일시하면서 비판하는 것을 두고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설탕 부담금이 뜬금없는 주제라고는 할 수 없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6년 보고서에서 설탕 과다 섭취가 비만·당뇨병·충치 등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며, 건강한 식음료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 보조금 등 재정 정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지난해 7월에는 2035년까지 설탕 함유 음료 가격을 최소 50% 인상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국내에서도 2021년 설탕이 들어간 음료에 부담금을 매기자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당시 업계 반발로 무산됐으나, 국내에서도 이미 한 차례 공론화 과정을 거친 셈이다.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설탕이 첨가된 음료 제품이 진열돼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설탕에도 담배처럼 부담금을 부과해 사용 억제를 유도하고, 이를 공공의료 재원으로 사용하자고 제안했다. ⓒ연합뉴스
개인 선택과 사회적 비용의 경계
설탕이나 설탕이 들어간 식품에 세금 또는 부담금을 부과하는 나라도 많다. 영국과 프랑스를 포함해 이탈리아·멕시코 등 120여 개국이 유사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대개 음료를 중심으로 일정한 기준 이상의 설탕 함량에 비례하는 세율을 매기거나, 리터당 일정액의 세금(Specific Excise Tax)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당 함유량이 높을수록 세금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다.
여론 역시 우호적인 편이다.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국민 10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0%가 설탕 부담금 도입에 찬성했다. 과도한 당 섭취가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문제로 여겨지는 것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2024년 기준 한국인의 하루 당류 섭취량은 57.2g으로 WHO 권고량(50g 미만)을 훌쩍 넘겼으며, 한국 성인 비만율은 34.4%로 10년 전(26.3%)보다 크게 높아졌다. 2023년 당뇨병 환자는 383만 명으로, 지난 5년 동안 19% 증가했다.
물론 건강에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부담금이나 세금을 매기는 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따지고 보면 건강에 나쁜 식품은 설탕만이 아니다. 알코올과 가공육, 과도한 탄수화물, 심지어 과로와 수면 부족까지 모두 건강에 해롭다. 그렇다고 이에 대해 모두 과세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기는 어렵다.
기본적으로 국가가 개인의 건강 문제를 가격으로 통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개인이 자발적으로 감수하는 위험이라면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근거는 약하다. 자유주의적 관점에서는 개인의 자기 파괴적 선택까지 국가가 규제할 권리는 없다. 원칙적으로 자유에 대한 침해는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맞다.
문제가 달라지는 지점은 의료보험 같은 공적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다. 흡연이나 과도한 음주, 당류 과다 섭취가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준다면 이는 개인 선택을 넘어 사회적 비용, 즉 외부효과를 발생시킨다. 설탕 과다 섭취는 비만·당뇨·심혈관질환 증가로 이어지며, 개인의 의료비 지출을 늘리고, 나아가 공공 재정 부담을 확대해 결과적으로는 사회적 비용으로 전가된다. 건강보험 재정에 쌓이는 비용은 결국 사회 전체가 떠안게 되고, 이때 부담금이나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을 내부화하는 장치가 된다. 개인의 소비가 공공의 비용이 되는 영역에서 국가가 개입할 명분이 생긴다는 논리다.
건강에 좋지 않은 많은 식품 가운데서도 하필 설탕에 주목하는 것은 효율성 때문이다. 국가가 나서려면 행정적으로 단순하고, 정치적 저항도 상대적으로 적어야 한다. 그런 상품이 설탕이자 과당이 들어가는 음료다. 음료는 영양 대체 가치가 낮고, 비만과의 인과관계가 비교적 명확하며, 과세가 상대적으로 단순해 행정 비용이 적다. 세계적으로 소금이나 지방으로까지 대상을 확대하는 추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는 정치와 행정 효율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2월24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설탕 제품이 진열되어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국민 위한 정책? 소비자는 달갑지 않다
반면 빵이나 치즈·소스·햄 같은 일반 식품은 복합 영양소를 포함하고 식문화와도 깊게 연결돼 있다. 제품마다 조성도 복잡해 과세 기준 설정이 쉽지 않다. 물론 농업이나 식품 산업의 이해관계도 얽혀 있다. 영국과 프랑스 역시 가당 음료 중심으로 과세하면서 다른 식품 전반으로는 아직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문제의 초점은 과도한 당류 사용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에 맞춰진다. 설탕세든 설탕 부담금이든 소비자 부담을 늘린다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다. 제품의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소비자 입장에서 반가운 정책은 아니다. 특히 부담금은 간접세와 마찬가지로 소득과 관계없이 소비자가 부담을 져야 한다.
경제적 취약계층에게 더 가혹한 부담으로 작용해 건강 증진을 명분으로 한 역진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섣불리 도입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도 사실은 저소득층에 대한 부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정책 의도와는 다른 부작용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국민의 건강 문제를 가격으로 해결하려고 할 때의 한계는 불가피하다.
또한 제품의 사용량 감소가 반드시 개인의 섭취량 감소로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설탕에 부담금을 얹으면 기업이 설탕 대신 액상과당이나 인공감미료 등 다른 감미료로 대체할 가능성도 있다. 규제 회피가 발생하면 실질적인 건강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고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정책의 실효성과 조세 형평성에 대한 검증 역시 아직 물음표로 남아있다. 해외 사례에서도 설탕세는 음료 속 설탕 함량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었지만, 비만과 당뇨 같은 건강 지표의 구조적 개선으로 이어졌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명백한 유해성이 입증돼 논란의 여지가 없는 담배와는 사정이 다르다.
당류 저감화를 통한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정책 목표에는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당연히 사회적으로 논의해볼 가치가 있는 주제다. 다만 대통령의 제안으로 공론화가 촉발되는 방식은 그렇게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이 직접 띄운 공론화는 본래 의도와 무관하게 자칫 사실상의 지시로 하달될 위험이 있다.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으로 이어져 합리적인 대화가 어려워지고 방향을 잃어버리기 쉽다.
설탕세든 부담금이든 강력한 정책 도구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한 단독 해법이라기보다는 보조 수단에 가깝다. 국민의 부담을 늘리지 않으면서 건강 피해를 줄일 다른 대안은 없는지부터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순서다. 당류에 대한 표시 의무 강화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논의를 거쳐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적용 대상은 신중하게 정해야 한다. 설탕이 과다 사용된 가공식품 가운데 대체 가능성이 높은 품목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 현실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