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지 기자 metaxy@sisajournal.com]
尹 정부의 마약 비호?…'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혐의 없음 끝나
李 대통령 관련 이화영 전 부지사의 '연어 술자리 의혹' 음모론만 난무
민주당 강행한 법왜곡죄에 대해 법조계 "정치적 악용 가능성" 우려
백해룡 경정이 지난 2024년 8월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마약수사 외압 의혹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정치권에서 증폭된 음모론이 수사기관에서 혐의 없음으로 종결되거나 수개월째 결론을 못 내리는 사례가 연이어 나타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엄정 수사를 주문한 윤석열 정부 관련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의 경우 폭로 당사자인 백해룡 경정의 주장에 실체가 없는 것으로 결론난 게 대표적이다. 검찰·경찰 합동수사팀이 사건을 되짚었지만 세관 직원들과 검찰의 봐주기 의혹 등에 대해 근거가 없다고 본 것이다. 이를 포함해 여의도에서 불붙은 각종 의혹을 검증하기 위해 수사력이 움직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이 '법 왜곡죄'까지 강행하면서 이제는 수사와 재판 결과도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7개월 끌었지만..."실체 없어"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한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단장 채수양)은 지난 2월26일 "의혹은 모두 아무런 실체가 없는 사안으로 확인됐다"는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오히려 의혹을 최초 제기한 백 경정에 대해 경찰청에 징계 등 혐의사실을 통보했다. 지난해 6월 출범한 합수단은 2023년 1~9월 말레이시아 마약 밀수단체 조직원들이 마약을 국내 유통하는 과정에서 세관 직원들의 도움을 받고 경찰과 검찰, 대통령실이 개입해 이를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을 살펴봤다. 백 경정은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해 10월 합수단에 합류했다. 이후 검찰 수사 인력, 형사사법정보시스템 사용 문제 등과 관련해 내부 갈등을 빚고 지난 1월 파견 종료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2과장이었던 백 경정은 2023년 9월 말레이시아 국적 피의자들의 필로폰 74kg 밀수에 세관 직원들이 연루됐다는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확대하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과 경찰 윗선 등의 압박 때문에 수사가 중단됐다는 게 백 경정의 주장이다. 그는 2024년 8월 국회 청문회에서 "당시 김찬수 영등포서장(총경)의 전화를 받았고 '용산에서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백 경정은 친여(親與) 성향 유튜브 등에서 이런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마약 사업 연루설,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비호 등 음모론도 제기됐다.
검사 탄핵의 발단이 된 '장시호·김영철 검사 사건'도 궤를 같이 한다. 이 역시 친여 성향의 유튜브에서 제기된 후 확산됐다. 민주당은 지난 2024년 8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열고 김영철 검사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 수사 과정에서 만난 최서원씨(옛 최순실) 조카 장시호씨에게 형량을 사전에 알려주거나 질문을 미리 유출해 증언을 연습시켰다는 취지의 의혹을 살펴봤다. 두 사람의 밀회설을 제기한 핵심 증인이자 방송인 겸 작곡가로 알려진 정다은씨도 불렀다.
그러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김 검사가 허위 증언을 유도했다는 위증교사 의혹에 대해 2024년 11월 무혐의 처분했다. 정씨는 지난 2023~24년 영화배우 고(故) 이선균씨 사건과 관련해 유흥업소 실장 김아무개씨 등에게 마약을 제공하고 함께 투약한 혐의로 유죄를 받은 인물이다. 지난 2023년 7월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징역 1년4개월, 2024년 1월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는 등 수차례 마약 전과 기록이 있다.
"불리하게 법 왜곡하면 10년 이하 징역"
사건 당사자들을 조사해놓고도 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사건도 있다.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송금 관련 '연어 술자리 진술 회유 의혹'이 대표적이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지난 2024년 4월 자신의 대북송금과 뇌물 등 혐의 재판에서 처음 이 의혹을 제기했다. 이 전 부지사가 조사받을 당시 수원지검에서 연어회와 소주를 마셨고 이 대통령에게 대북송금을 보고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검찰로부터 회유당했다는 게 골자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24년 6월 이 전 부지사의 1심 유죄 선고 직후 대북송금 사건 관련 제3자뇌물혐의로 기소됐다.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2018~21년) 시절 쌍방울이 북한에 800만 달러(사업비 500만·경기도지사 방북비 300만 달러)를 대신 내도록 했다는 취지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지난 2024년 10월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박상용 수원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 사건 조사' 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법무부는 지난해 9월 연어 술자리 의혹에 대해 2023년 5월17일 음주 정황이 발견됐다는 이유로 감찰을 지시했다. 이후 서울고검 인권침해점검 태스크포스(TF)는 감찰 과정에서 혐의점을 발견해 수사로 전환했다. 그러나 대북송금 사건의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안부수 아태평화교류협회장과 쌍방울 임원 등에 대해 횡령 등 혐의로 청구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고, 박상용 검사와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 관련자들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2월26일 박 검사가 고발당하기도 했다. 이 전 부지사 측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전 부지사가 이미 결심을 해서 진술을 술술 했다"는 박 검사의 최근 유튜브 방송 발언이 잘못됐다며 직권남용, 공무상 비밀누설,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한 것이다.
이 밖에도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1심 재판장인 지귀연 부장판사와 관련해 '룸살롱 술접대 논란'이 국회에서 제기됐지만 실체는 드러나지 않았다.
이렇듯 정치권이 의혹을 해소하는 노력은 커녕 오히려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의혹을 더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국민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더욱이 법조계에서는 이번에 민주당의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 신설·대법관 증원·재판소원 추진)까지 강행된 데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 2월26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왜곡죄법(형법 개정안)'은 판사나 검사 등이 타인에게 위법하거나 부당하게 이익을 주거나 권익을 해할 목적으로 재판·수사 중인 사건 관련 법을 왜곡한 경우 10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사법부와 법조계에서는 이 법안에 대해 정치적 파장이 큰 사건에서 법관이나 검사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등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