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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값도 내렸는데 라면은?…인기제품 뺀 '꼼수 인하'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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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李대통령 "원재료 가격 하락분, 업체들 독식하면 안 돼"

'원가 부담' 호소하는 라면 4사, 매출원가율 뜯어보니

서울의 한 대형마트 라면 매대 모습 ⓒ연합뉴스

밀가루·설탕 가격 인하에 따라 제빵 프랜차이즈들이 빵값을 내리자 밀가루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가공식품 전반에 '도미노 인하' 흐름이 이어질지 주목된다. 특히 지난해 이재명 대통령이 물가 상승 원인으로 지목한 라면 업계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이에 일부 업체가 가격 인하 방안 마련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비인기 제품 위주로 인하할 경우 체감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제분·제당 업계가 밀가루와 설탕 등 원재료 가격을 내린 가운데 라면 업계가 눈치 싸움에 돌입했다. 선제적으로 오뚜기가 라면 가격 인하 조정 폭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 1위 농심과 삼양식품, 팔도 등은 가격 조정 여부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라면 업계는 밀가루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팜유 가격과 환율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단일 원재료 가격 인하만으로 제품 가격을 조정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실제 이들 업체들의 성은 지난해 가격 인상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원가율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사저널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이들 기업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팔도 등 라면 4사 중 3개사의 지난해 매출원가율에는 큰 변동이 없었다. 매출원가율은 매출에서 원재료비, 인건비, 제조경비 등 매출원가 비중을 말한다. 기업의 대표적인 성 지표다. 매출원가율이 낮을수록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원가 부담이 감소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업계 1위 농심의 지난해 1~3분기 매출원가율은 70~71%대를 유지했다. 다만 지난해 3분기의 경우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2%포인트 하락했다. 오뚜기는 지난해 83%대의 매출원가율을 기록했다. 2024년 전체 매출원가율(82.95%)과 비교하면 소폭 올랐다. 삼양의 경우 지난해 분기를 거듭할수록 매출원가율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3분기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2.2%포인트 상승했다. 팔도는 비상장사라 감사보고서 제출로 분기별 실적이 나오지 않는다.

ⓒ시사저널 양선영 디자이너

결과적으로 지난해 국정 공백기를 틈타 잇단 인상에 나섰지만 원가 부담을 크게 줄이지 못한 셈이다. 앞서 지난해 3월 농심은 평균 7.2%, 4월엔 오뚜기와 팔도가 각각 7.5%, 4.5~7.1% 등 출고가를 올린 바 있다. 삼양식품은 가격을 동결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가격 인상에 앞서 수년 간 원가 부담이 가중된 영향이 있다"며 "인건비와 물류비, 에너지 비용 상승도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호소에도 원재료 가격 인하 여파는 라면 업계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장바구니 물가와 직결된 품목이지만 가격 상승률이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어서다. 국가데이터처의 1월 소비자물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전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0%를 기록했다. 가공식품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반면 라면은 8.2%나 뛰었다. 정부가 '민생 물가 특별 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출범시키는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민생품목을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라면 가격 상승률이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밀가루 가격 인하 폭이 적지 않다는 점도 라면 업계엔 고심이 깊은 지점이다. 라면의 주원료는 소맥분(밀가루)과 팜유다. 농심의 경우 소맥분과 팜유 등 원재료가 전체 원재료 매입액의 약 60%를 차지한다. 단순 계산하면 밀가루 가격이 5~10% 떨어지면 3~6% 수준의 절감 요인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이재명 대통령이 2월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력 제품 뺀 가격 인하, 반복할까

소비자단체들은 이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달 20일 보도자료를 내고 "밀가루를 사용하는 가공식품에서 밀가루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0~30% 정도"라며 "주요 원재료 가격 인상을 명분으로 라면, 과자, 제빵 등 가공식품 가격을 올린 업체들은 이제는 제조원가가 낮아진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가격을 조정할 때"라고 압박했다.

정부도 비슷한 입장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설탕 가격 하락을 예시로 들면서 "설탕값이 16.5% 내렸다는데, 설탕을 쓰는 상품은 가격을 그대로 유지해서 소비자는 혜택도 못 받고 공정위가 열심히 한 결과물을 업체들이 독식하게 하면 안 된다"고 주문했다.

이 대통령이 이미 라면 가격을 지적했다는 점도 업계의 부담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2차 비상경제점검TF 회의에 앞서 "최근에 물가가 엄청나게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라면 한 개에 2000원 한다는데 진짜인가요?"라고 물은 바 있다.

시장에선 라면 업계가 가격을 내리더라도 실제로 인하 효과를 얼마나 체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바라보고 있다. 라면 업체들은 2022년 9~10월 주요 제품 가격을 올렸다가 정부의 압박에 2023년 7월 인하한 바 있다. 하지만 '꼼수 인하'라는 비판이 일기도 했다. 농심은 '신라면'만 인하 대상에 포함시켰고, 오뚜기와 삼양식품은 각각 주력 제품인 '진라면'과 '불닭볶음면'을 제외시켰다. 팔도의 인기 제품 '팔도비빔면'도 인하 대상에서 빠졌다.

업계 관계자는 "업체들이 주력 제품을 제외하거나 인하 대상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부담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같은 가격 인하 조치를 정부가 어떻게 바라볼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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