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임수 기자 imsu@sisajournal.com]
검찰개혁추진단 2차 토론회…경찰·검찰 출신 법조인 팽팽한 대립
"통제 없는 檢직접수사 폐지해야" vs "기록만 보고 기소 결정 못해"
李대통령 "개혁은 실질적 성과가 중요…경찰 사건덮기도 규제해야"
16일 서울 종로구 HJ 비즈니스센터 광화문점에서 검찰개혁추진단 주최로 보완수사와 보완수사요구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가장 강력한 인권침해 기관이었다" VS "경찰도 사건 조작했지만, 경찰청을 없애지는 않았다"
검찰 개혁 후속 입법 논의를 위한 종합토론회에서 경찰 출신 발제자와 검찰 출신 발제자가 보완수사권 문제를 놓고 평행선을 달렸다. 경찰 출신 발제자는 영장청구권을 독점한 검찰이 수사권까지 유지하며 권한을 남용하던 시대를 끝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반면 검찰 출신 발제자는 검사의 수사권은 헌법에 내재(포함)돼 있으며, 검찰의 기능은 사법 통제에 있다면서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한 보완수사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16일 오후 2시부터 '국민의 관점에서 보는 보완수사와 보완수사요구 토론회'를 열었다. 앞서 추진단이 지난 11일 대한변호사협회와 함께 토론회를 연 이후 두 번째로 마련한 보완수사권 관련 공론화 자리였다.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및 검찰개혁추진단장은 이날 인사말에서 "이재명 대통령도 검찰 개혁의 최종 목표는 국민 인권 보호와 권리 구제, 그리고 억울한 범죄 피해자를 위해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면서 "제도의 소비자인 국민의 관점에서 합리적인 안이 뭔지 고민하기 위한 자리"라고 밝혔다.
윤 추진단장은 그러면서 "보완수사에 대해 다양한 관점과 이견이 존재한다. 검찰 개혁은 특히 의견을 하나로 모으기가 힘들다"면서 "검찰과 수사기관 간 권한 다툼으로 비치기보다는 국민께 더 나은 형사사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고민의 과정이 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는 경찰 측과 검찰 측이 각자의 의견만을 강조하는 창과 방패의 싸움으로 전개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 출신 발제자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 김학의 법무부 차관 불기소 등 검찰의 치부를, 검찰 출신 발제자는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등 경찰 치부를 각각 들춰내면서 토론 열기를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총경 출신인 강동필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통제받지 않는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은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형사소송법상 검사의 보완수사권의 법적근거가 없음을 짚었다. 강 변호사는 "단어만 '보완'이지, '직접'수사라는 본질은 변함이 없다. 보완수사가 아닌 송치 이후 원점 수사가 정확한 표현"이라며 "검찰이 소극적으로 (보완)수사할 것이라는 것은 대단한 오해다. 증거나 사람, 사실관계 일부를 공유하면 수사 범위를 얼마든지 넓힐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강 변호사는 이어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에서의 증거조작, 카카오 김범수 회장에 대한 별건수사 등을 검찰권 남용 사례로 언급하며 "수사결과가 잘못돼도 검사는 별다른 책임을 부담하지 않았다. 잘못된 수사로 실제 징계를 받은 검사는 단 1명도 없다"라며 "경찰이 내부 징계 및 10중 통제를 받는 것과 비교된다"고 설명했다.
강 변호사는 특히 "경찰과 검찰이 서로 수사하겠다는 풍경이 저로선 생소하다"라며 "지금도 검찰은 대부분 직접 보완수사하지 않고, 보완수사요구만 하고 있다. 보완수사를 폐지한다고 해서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는다. 공소 업무를 위한 사실확인 요청 권한 정도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완수사는) 집을 지을 때 설계·감리사가 나서 직접 집을 시공하겠다는 것과 같은 대단히 부적절한 일"이라고 했다.
검찰 출신 발제자는 이 같은 내용에 곧바로 반박에 나섰다. 부장검사 출신인 김상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교 교수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계곡살인 사건 등 검찰 보완수사를 통해 진실이 규명된 사례를 거론하며 "법원은 십수 년 전부터 공판중심주의, 직접 심증주의를 강화해 증인을 불러 신문하고 증거조사를 한다. 왜 검사만 귀는 닫고 눈으로만 보고 판단하라는 것이냐"며 "기록만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직접 심증주의를 저해하는 것이고, 경찰이 유리하게 쓴 기록을 검사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헌법상 검사의 소추권에는 수사권을 내재하고 있고, 해외 선진국에서도 검사의 직접 수사를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브라질 연방대법원은 검사 소추권 수사권이 도출된다고 인정했다. 보완수사권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그 자체로 헌법상 검사의 소추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영국 검사는 재판 전 참고인 면담, 기소 전 피의자 접촉 등이 제도적으로 가능하고, 캐나다도 기소에 앞서 참고인을 면담하는 관행이 정착돼 있다. 미국 검사가 직접 수사한 사례도 차고 넘친다"고 설파했다.
김 교수는 그러면서 "보완수사의 경우 동일성 범위 내로 제한하고, 공소청 내부 통제를 통해 동일성 여하를 엄격히 판단하면 된다"라며 "보완수사 방법은 임의수사가 아닌 강제수사도 가능하게 해야 한다. 강제수사가 배제된 상태에서는 진술의 진위 여부를 검증한 수단이 현저히 제한되고, 검사가 직접 신문을 통해 심증을 형성한다는 제도의 취지 또한 몰각하게 된다"고 했다.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장인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이 16일 서울 종로구 HJ 비즈니스센터 광화문점에서 열린 검찰개혁추진단 주최 '보완수사와 보완수사요구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완수사,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반해" VS "검찰 본질은 사법경찰 통제"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법조인과 법학자들 역시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냈다. 김재윤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사의 수사관이 헌법상 내재돼 있다는 주장에 대해 "수사권 및 소추권은 행정부 중 어느 특정 국가기관에 전속적으로 부여된 것으로 해석할 헌법상 근거는 없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그러면서 "보완수사라는 뒷문을 열어두는 검찰 개혁은 수사-기소 분리라는 대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경찰과 검찰이 상설수사협의체, 이른바 '수사협력 라운지' 등을 마련해 기소 전이나 송치 이후에도 수시로 대화하며 협력하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윤동호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 역시 "검사가 직접수사를 할 수 없게 되면 형사절차가 무너지고, 범죄공화국이 될 것처럼 말하는 것은 검사엘리트주의"라며 "2300명에 달하는 검사들 외에 약 7000명에 이르는 수사관들이 대부분 공소청에 남아 검사의 지휘를 받으며 직접 보완수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기존 검찰청과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대한변호사협회 부협회장을 지낸 정재기 변호사는 "검찰은 본질상 1차 수사기관인 사법 경찰의 인권침해를 통제·지휘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정치 권력에 의해 검사의 지휘·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형사사법 기본 시스템에 반하는 일이자 역사적 퇴보"라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그러면서 "정치 검사들의 수사권 남용 사례와 검찰권이 경도된 측면이 있었다 하더라고 일부 검사의 일탈을 이유로 권한 전체를 박탈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끝으로 문재인 정부 당시 민정수석실 비서관을 지낸 정병덕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는 "오늘 토론회가 경찰과 검찰이 힘겨루기하는 느낌"이라며 "저는 검찰로부터 터무니없는 공격을 받은 변호사였고, 정치 검찰을 누구보다 싫어하지만, 그럼에도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는 원칙적으로 유지돼야 한다고 말씀드리겠다"고 설명했다.
정 변호사는 그러면서 "검찰 개혁은 개인적인 사감을 버리고 국민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면서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실무에서는 보완수사 요구와 이행이 반복되는 구조가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책임의 분산 및 수사 지연이 발생했다. 사건 당사자의 삶을 파괴하는 수사 지연과 수사 품질 저하, 경찰관 능력 편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직접 보완수사권이 현실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엑스(X)를 통해 "개혁은 실질적 성과가 중요하다"라며 "수사권 남용하는 검찰의 수사권 제한도 중요하지만, 경찰 등 수사기관의 사건덮기에서 범죄피해자들을 보호하고 부패범죄자들을 규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썼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보완수사와 관련해선 "형사소송법 개정시에 심층 논의하기로 돼 있다"며 "보완수사 허용 여부 역시 남용가능성 등을 고려해 충분히 논의하기를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