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친명 '손절' 요구에도 정청래 방송 출연…여권 내부 균열·긴장 확산
尹·극우로 전염된 '부정선거론' 던지고 책임 회피…"제어 장치 없는 金, 예고된 리스크"
'상왕'과 '역적' 사이. 친(親)민주 성향 유튜버 김어준씨의 '2026년판 음모론'이 이재명 정부와 여권을 강타했다. 혼돈과 파장은 그의 영향력만큼이나 컸다. 김씨의 방송이 쏘아올린 '공소 취소 거래설'은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를 뒤흔들며 '김어준 리스크'를 정국의 핵심으로 부상시켰다. 여권 최대 빅스피커를 향한 날 선 공개 비판과 '손절 결심'은 지금껏 김씨와 민주당, 범여권 앞에 펼쳐진 적이 없는 이례적 현상이다. 불문율로 여겨지던 '충정로 대통령'을 향한 경고는 진보진영에서 20년 넘게 힘을 키워오며 선출권력을 넘어서 '상왕'으로 자리매김한 김씨의 총구가 처음으로 진영 내부를 겨누는 순간 터져 나왔다.
ⓒChatGPT 생성이미지
사과 거부한 김어준, 친명계 '격앙'
사법 개혁 3법 공포 후 검찰 개혁 법안까지 일사천리로 속도를 내던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 앞에 예상치 못한 김어준 유튜브발(發) 폭탄이 터졌다. 3월10일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이하 《겸공》)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장인수 전 MBC 기자는 이재명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 측에 '대통령의 뜻'이라면서 공소 취소를 요구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장 전 기자는 이 주장의 구체적 근거나 발언 당사자를 특정하지 않으면서도 확인을 거친 "팩트"라고 말했고, 진행자인 김어준씨는 "큰 취재를 했다"고 평했다. 장 전 기자는 "이 메시지를 받은 검찰은 이재명 정부가 거래하고 싶어 한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고, 검찰 개혁 정국과 맞물리면서 '공소 취소 거래설'은 일파만파 커졌다. 친여 성향 유튜브에서 검증되지 않은 내용으로 이재명 대통령을 의혹 한가운데로 끌고 들어왔다는 점에서 청와대와 민주당 전체가 출렁였다.
청와대와 민주당, 의혹에 등장한 '정부 인사'로 지목된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음모론'이라고 일축했다. 여권 내 최대 스피커인 김씨를 겨냥해 사과와 해명을 요구하며 '손절'을 선언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그러나 김씨는 사과를 거부했고, 자신을 향한 고소·고발에 '무고죄 맞대응'을 선언했다.
논란이 이어지던 3월18일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겸공》에 나와 "이심정심(李心鄭心), 이재명의 마음이 곧 정청래의 마음"이라며 당·청 간 불협화음은 사실과 다른 점이 많고, 교통정리가 완료됐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공소 취소 거래설'과 관련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정 대표는 3월12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모든 방법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런데 논란이 촉발된 진앙지에 정 대표가 직접 나가 정면돌파가 아닌 침묵을 유지하면서 그가 천명한 강력 대응의 범위가 결국 '김어준은 빼고'였다는 날 선 반응이 분출했다. '김어준 방송 보이콧'을 선언했던 친명계는 "정청래 대표가 김어준에게 면죄부를 주려 한다"며 반발했다. 친명계 의원 모임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성명을 내고 김씨의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하며 "어물쩍 넘어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성치훈 민주당 부대변인은 "《겸공》이 언론을 자청하면서도 패널의 문제 발언에 대해서는 '개인적 의견'이라며 사과를 거부하고 있는 김어준씨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검찰 개혁을 포함해 여러 국정 과제를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를 향해 '내가 맞고 당신들은 틀렸다'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행태가 누적되고, 김민석 국무총리에 대해서도 부적절한 발언을 이어가는 등 계속해서 선을 넘는 지점에서 공소 취소 논란까지 불거졌다. '김어준 삼진 아웃' 경고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씨에 대해서는 당 차원의 사과 요구를 계속 해야하고, 정청래 대표가 상처 받은 지지층을 달래고 봉합과 수습을 위한 후속 조치를 반드시 취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여권·정부 인사 105명 '김어준 앞으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로도 청와대와 김어준, 민주당을 포함한 범여권 세력과 김어준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특수 관계를 유지해 왔다. 시사저널 조사 결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3월18일까지 약 9개월 동안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 중 총 85명이 《겸공》에 출연했다. 현재 민주당의 총 의석수가 161석(지역구 153, 비례 8)인 점을 감안하면 지난해 6월 이후 전체의 절반이 넘는 의원들이 나온 것이다. 조국혁신당도 전체 12명 의원 가운데 7명이 나왔다. 현역 국회의원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5회)나 주요 당직자 등으로 범위를 넓히면 범여권 인사의 출연 횟수는 훨씬 더 많아진다.
《겸공》 프로그램 직접 출연을 기준으로 보면 혁신당 소속 김준형 의원과 박은정 의원이 각각 50회, 46회로 빈도가 가장 높았다. 양부남 민주당 의원이 45회로 그 뒤를 이었다. 민주당 소속 박주민(42회), 김승원(38회), 이건태(23회), 김기표(23회), 김병주(20회), 박선원(18회)과 이용우·박범계·최민희·전현희·윤건영·추미애·김현 의원 등은 열 차례 이상 출연했다. 정청래 대표는 6차례 《겸공》에 출연했다.
신장식 혁신당 의원도 19회 출연했다.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필두로 청와대 참모진 7명도 11차례에 걸쳐 김씨와 방송했다. 강유정 대변인과 안귀령 부대변인은 김씨가 진행하는 《겸공》을 비롯한 유튜브 프로그램에 고정 패널로 출연하다가 민주당 의원 및 당직을 거쳐 청와대에 입성했다. 장관급 인사 역시 김성환 기후에너지부 장관(2회),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 등 6명이 나왔다. 청와대와 범여권, 장관급 인사들의 출연 횟수를 모두 합치면 596회에 달한다.
시계를 22대 총선이 치러진 2024년 3월로 돌리면 밀착 관계는 한층 더 선명해진다. 총선을 앞두고 있던 3월1일부터 당일인 4월10일까지 《겸공》에 출연한 후보자 수는 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이 167명에 달했다. 혁신당도 5명의 후보자가 직접 나와 지지층에게 '한 표'를 호소했다. 김씨가 진행하는 또 다른 유튜브 프로그램인 《다스뵈이다》에도 본격적인 총선 관련 콘텐츠를 송출한 2023년 12월22일부터 2024년 4월3일까지 범여권 후보자 80명이 나왔다.
최근 김씨와 대립각을 세우며 공방을 벌이고 있는 김민석 국무총리도 선거 국면에서 《겸공》을 가장 많이 찾은 인물 중 한 명이다. 김 총리는 2022년 대선 당시에도 이 대통령 캠프의 전략기획본부장을 맡았고, 지난해 대선에서는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으로 선거를 진두지휘했다. 김 총리는 2025년 1월부터 대선 당일인 6월3일까지 총 19차례 출연했다. 이 대통령도 대선을 하루 앞둔 6월2일 직접 《겸공》에 나왔다. 김 총리는 2024년 총선 국면에서도 9번 나와 지지층을 향한 투표 독려와 자신과 민주당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2025년 6월2일(대선 전날)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가 《겸공》에 출연해 김어준씨와 대화하고 있다.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캡쳐
세월호 고의 침몰설·미투 공작설 등 제기
대선주자를 비롯해 민주당과 범여권 인사들이 사실상 매일 구독자 220만 명 이상을 보유한 김어준씨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하고, 선거 국면으로 갈수록 그 영향력과 파급력이 커지면서 '민주당 상왕'이라는 수식어는 어색하지 않은 타이틀이 됐다. 그러나 '왕을 만드는 남자'라는 평가는 공소 취소 거래설이 정국과 여권 지지층을 강타하면서 변곡점을 맞았다. 특히 그가 또다시 '음모론'의 중심에 섰고, 이번에는 조준 방향이 진보진영 내부를 향해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김씨가 과거 자신의 뉴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제기하고 유통했던 주요 음모론도 재소환됐다.
대표적인 음모론 중 하나가 2014년 제기한 '세월호 앵커 침몰설'이다. 김씨는 자신이 진행하던 인터넷 방송 《파파이스》를 통해 세월호가 왼쪽 앵커를 내린 채 운항하다 급회전을 반복하면서 침몰했을 가능성을 거론했다. 의도적으로 침몰을 유도했다는 정황과 주장이 그의 방송을 통해 재확산했다. 김씨는 2018년 4월 세월호 참사와 고의 침몰 가능성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그날, 바다》를 제작해 개봉했다. 이 영화는 독립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54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44억원의 을 올렸다. 음모론을 바탕으로 한, 대대적 수사 및 진상 규명 결과와는 전혀 달랐던 하나의 '설'이 진보진영 지지층을 기반으로 한 팬덤을 등에 엎고 콘텐츠 산업으로 나아간 것이다.
세월호 다큐 영화 개봉 1년 전인 2017년 4월, 김씨는 또 다른 영화 《더 플랜》을 내놓았다. 영화는 2012년 치러진 18대 대선에서의 개표 부정 의혹을 다뤘다. 핵심은 전국 개표소의 투표지 분류기가 인식하지 못한 미분류표를 분석한 결과 박근혜 후보 표가 문재인 후보 표보다 1.5배 많이 나오는 이른바 'K값'이 전국 251개 선거구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김씨는 "1.5는 자연현상에서는 나올 수 없다. 누군가 개표 분류기를 인위적으로 조작하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라며 "통계적으로 기획된 선거"라고 주장했다. 정청래 대표도 당시 해당 영화를 홍보하면서 "《더 플랜》 많이 보면 대선 승리한다"며 관객몰이에 앞장서는 등 지금의 여권 인사 다수가 영화를 직접 홍보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김씨 측 주장이 명백히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공개 실물 검증도 제안했다. 그러나 김씨를 비롯해 《더 플랜》 제작진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부정선거 음모론은 19대 대선(2017)이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끝나면서 반전을 맞는다. 19대 대선 미분류표를 동일 방식으로 분석했더니, 홍준표 후보 표가 문재인 후보 표보다 일관되게 1.6배 더 많았다. 만일 《더 플랜》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면 19대 대선도 부정선거라는 얘기가 된다. 통계학 전문가들은 "노년층은 기표 실수 등으로 상대적으로 미분류표가 더 많이 나오는데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 대한 노년층 지지율이 압도적이었으므로 'K값 1.5'는 통계적으로 이상한 것이 아니다"며 조작 의혹에 선을 그었다. 현재까지도 김씨는 자신이 제기한 부정선거 의혹에 대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2025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유 중 하나로 밝힌 부정선거론은 김씨를 거쳐 극우 세력에 그대로 이식됐고, 현재도 유튜브를 고리로 전파되고 있다.
김씨가 발을 담그거나 적극적으로 선봉에 섰던 음모론은 이뿐만이 아니다. 2005년 딴지일보 총수이자 진보진영 논객으로 활동하던 당시 김씨는 황우석 사태와 관련해 구체적 근거 없이 황 교수를 향한 공격에는 모종의 음모가 있다는 주장을 폈다. 2010년대로 들어와 그는 천안함 좌초설을 꺼내며 당국과 5개국 합동조사단의 '어뢰 폭침' 결론에 계속 의혹을 제기했다. 이후 세월호 고의 침몰설, 18대 대선 부정선거 의혹을 잇따라 제기했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는 '미투(#MeToo) 공작설'도 꺼내든다. 미투 운동이 문재인 정부 분열을 노린 세력의 공작에 사용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를 움직인 배후 세력이 있다는 것과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는 '익명의 제보자'에 기대 오세훈 당시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이른바 '생태탕 의혹'도 제기했다.
공소 취소 거래설까지 20년 넘는 긴 시간 동안 김씨의 음모론 제기에서 드러난 공통적인 문법은 익명 또는 미확인 제보에 의존한 주장이나 해석을 무방비 상태로 일단 터뜨린 뒤 해당 결론에 부합하는 단서를 수집하고 서사를 구성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는 점이다. 팩트를 모으고 교차 검증한 뒤 반론까지 확인하고 제기하는 것과는 정반대 순서다. '면피 언어'도 함께 등장한다. 김씨는 파급력이 크고 사실이 아닐 경우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냄새가 난다" "왜 A는 B를 하지 않을까" "모두 확인한 건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말한다" 등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다.
'K값 1.5'처럼 특정 진영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기존의 주장이나 의혹에는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지 않고, 해명 자체를 회피하는 행태도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선거, 주요 정치적 결정이 임박한 순간에 음모론을 들고나온다는 점에서 진영 결집의 지렛대로 이를 활용하는 구조다. 결국 김씨가 제기한 음모론은 '믿게 만들 필요는 없고, 의심하게 만들면 충분하다'는 지점으로 연결된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19일 본회의를 앞두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통제 불가능한 힘, 더 큰 문제 발생할 수도"
김어준씨의 음모론이 2026년 3월을 기점으로 파장이 더 커진 것은 그가 겨눈 총구의 방향이 이재명 대통령과 그 측근이라는 점에 있다. '동지 아니면 적'으로 이분법적인 분류가 뚜렷했던 김씨는 그동안 예외 없이 보수진영을 겨냥해 왔다. 민주당이 야당일 때는 보수 집권여당을 겨냥한 여러 의혹과 음모론이 수면 위로 떠올랐더라도 진영 내에서 방관하며 별다른 제동을 걸지 않았다. 진영 내 침묵은 김씨가 가진 영향력과 상징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강력한 팬덤을 형성한 이 대통령의 존재와 '뉴이재명'으로 일컬어지는 지지층의 성격이 변화한 점, 이재명 정부가 중도·보수로 영토를 넓히며 '실용주의'를 통해 외연을 확장하고 있는 점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끼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여기에 《겸공》이 청와대 출입기자단에 포함되면서 단순 시사 유튜브가 아니라 언론 매체로 스스로의 지위를 바꿔놓은 것도 음모론 논란의 책임에서 벗어나기 힘든 근거로 작동하고 있다. 《겸공》은 인터넷 신문으로 등록돼 있다. 김씨는 현재 이 매체의 '발행인'이자 법인 대표다. 그럼에도 권리는 언론으로, 책임은 정치 유튜버로 선택적으로 취하고 있다는 것이 민주당 내에서 강력히 제기되는 비판 중 하나다. 김민석 총리가 김씨를 겨냥해 "언론은 무협지 공장이 아니다"고 직격한 것도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비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공소 취소 거래설 논란에 대해 "통제하기 어려울 만큼 힘이 세진 정치 유튜브 채널에서 예정된 문제가 결국 터져 나온 것"이라며 "《겸공》은 십여 년 전 (김어준씨가 하던 정치 팟캐스트인) 《나는 꼼수다》가 아니다. 1인 미디어처럼 시작한 기획이 엄청난 힘으로 성장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국민의 미디어로서 계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특정 정당이나 진영과) 합리적 거리감을 유지하고 팩트체크를 더 엄격히 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김어준을 제어할 내부의 장치를 김어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에 따른 책임을 제대로 의식하지 못한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