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원 일본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日 국민 82% "美, 이란 공습 부적절"…여론 부담 커져
'종전 후 기뢰 제거' 카드 부상…군사 개입은 신중 기조
지난 2월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호르무즈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월14일 SNS를 통해 한국, 중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5개국을 대상으로 호르무즈해협에 군함을 파견할 것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한 방미를 앞두고 3월16일 열린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호위선 파견은 아직 전혀 정해지지 않았다"며 일본 정부가 기뢰 제거, 선박 보호, 타국 군에의 협력, 현행 정보 수집 활동의 범위 확대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밝혔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도 "현시점에서 자위대 파견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같은 날 저녁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전화회담을 갖고 호르무즈해협의 항행 안전에 대해 논의한 뒤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3월17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는 "법적으로 가능한 범위에서 무엇이 가능할지 정력적으로 정부 내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국회의 승인이 필요한 미션(자위대 해외파견)을 수행하는 경우에는 야당 대표들과도 협의하겠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025년 10월28일 일본 도쿄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미·일 무역협정 이행 관련 문서 서명식에 참석하고 있다. ⓒEPA 연합
파병 요청국 중 '첫 타자'로 트럼프와 회담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대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미국의 국제법 위반을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일본 국민 사이에서도 이란 공격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이 지배적이다. 지지통신 3월 여론조사(6~9일)에서 미국·이스라엘의 행동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75.1%, "지지한다"는 응답이 7%로 나타나 부정적인 견해가 우세했다. 아사히신문의 3월 여론조사(14~15일)에서도 미국의 이란 공격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82%로 나타났으며, 특히 다카이치 총리가 미국의 이란 침공에 대한 국제법적 평가를 보류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51%가 "평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3월19일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서 "국제법상 법적 평가에 대해 논의할 생각은 없다"고 단언한 바 있다.
호르무즈해협 함선 파견을 요청하는 트럼프의 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자위대를 파견할지 여부가 주목받고 있다. 일본이 직접적인 공격을 받지 않은 상황에서 자위대를 파견하기 위해서는 '존립위기사태' '중요영향사태' '국제평화 공동대처사태'로 규정하거나, 해적이나 테러 등으로부터 일본 선박을 보호하기 위한 '해상경비행동' 혹은 '조사·연구'(정보 수집) 활동이라는 명목이 필요하다.
먼저, '존립위기사태'는 일본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타국에 대한 무력 공격이 발생해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는 상태를 뜻하며, 이 경우 일본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 자위대를 파견하는 것이 가능하다. '중요영향사태'는 사태를 방치하면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무력공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상황을 뜻하며, 이 경우 자위대는 보급·수송·정비 활동 등을 통해 후방 지원이 가능하다. '국제평화 공동대처사태'는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해 국제사회의 공동 대처가 필요한 경우를 뜻하며, 일본은 해당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유엔 결의에 기반해 활동하는 외국군에 대해 보급·수송·의료·정비 등의 지원 조치를 할 수 있다. 일본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유엔 결의에 기반해 '테러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미국에 급유 등 후방 지원을 실시한 바 있다.
'해상경비행동'은 일본 선박이나 승조원을 해적 행위나 해상 테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자위대를 파견하는 것으로, 어디까지나 '경찰권' 행사에 한정되기 때문에 자위대의 무기 사용에 제한이 따른다. 다만, 3월16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해상경비행동'을 통한 선박 보호는 '법적으로 어렵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조사·연구' 활동은 방위성 설치법에 따라 자위대 해외파견을 통해 정보 수집 활동을 실시하는 것을 뜻한다. 2020년 2월 아베 신조 내각은 '조사·연구' 목적으로 자위대 호위함과 초계기를 호르무즈해협 근처의 비전투 지역에 파견해 정보 수집 활동을 전개한 전례가 있다.
자위대 파견을 둘러싼 일본 정부 내 검토가 이뤄지는 가운데, 정부의 신중한 대응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는 일본 정부가 이란 사태를 '존립위기사태'로 규정하고 자위대를 파견하는 것과 관련해 "현 단계에서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는가라고 하면, 이는 상당히 국민 감정과 괴리가 있다. (자위권 행사라면) 일본과 이란이 전쟁 상태에 들어가는 것이 된다. 현재까지의 경위, 국제적 이해에서 볼 때도, 곤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 아케보노가 2023년 10월2일 필리핀 마닐라항에 입항을 준비하고 있다. ⓒEPA 연합
다카이치, '알래스카산 원유' 대일 공급 요청
자위관 출신으로 자위대 통합막료학교에서 방위관계법을 강의하고 있는 나카무라 스스무 사사카와평화재단 객원연구원도 이란 사태를 '존립위기사태'로 규정하고 자위대를 파견하는 것('방위출동')은 "일본이 전쟁 당사자가 되는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제2 야당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호르무즈해협에 자위대를 파견하는 것은 "현행법으로 볼 때 곤란하다"는 인식을 보였다. 아베 내각의 전례를 따라 조사·연구 명목으로 자위대를 파견해 '정보 수집' 활동을 전개하는 것에 대해서도 "공격을 받았을 경우 반격도 할 수 없고, 자위대의 안전 문제도 있다. 또 이란의 반발을 크게 초래할 것"이라며 정부의 신중한 대응을 촉구했다. 또 다마키 대표는 "페르시아만 내에 있는 일본인, 일본 관계 선박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해 주었으면 좋겠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이란과의 외교 교섭"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3월19일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일본 정부는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3월17일 이란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과 전화 협의를 갖고, 걸프만의 민간 시설 및 인프라 시설 공격과 호르무즈해협의 항행 안전에 대한 위협을 그만둘 것을 요청하며 외교적 해결에 나섰다. 전쟁 상황이 계속될 경우 법적 제약으로 인해 자위대 파견이 어려운 반면, 정전 상태에서는 소해정 파견을 통한 기뢰 제거를 검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휘발유 가격 인상으로 정부 보조금 지출에 대한 압박이 가중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알래스카산 원유 증산과 대일 공급을 요청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전문가들은 이란 사태에 대한 대응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이란과의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해 에너지 안전 보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