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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 연기에도 中이 파병 요청 거부한 자신감의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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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혁 중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호르무즈해협 막혀도 中 원유 수급 문제없어…韓과는 사정 달라

'관세 협상-이란 사태' 연계하려는 트럼프…北과 밀착하는 시진핑

3월1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났다.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는 "한 달 정도 연기를 요청했다"고 했다. 이어 "전쟁 때문에 미국에 있고 싶고 여기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당초 트럼프는 3월31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주석과 만날 예정이었다.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관세전쟁에 대한 획기적인 전환을 이뤄낼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지난 2월말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전쟁을 일으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트럼프는 군 통수권자로서 미국을 떠나 중국을 방문하는 데 부담을 느꼈다. 전쟁에 대한 미국 여론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방중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고 있는 데다 향후 대대적인 반격에 나서면, 여론이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 이전에도 미 정부는 회담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3월9일 로이터통신은 "최근에야 미 정부가 트럼프의 방중을 위한 부처 간 실무 계획회의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양국의 복수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은 트럼프 방문을 정교하게 계획해 치르려 했지만, 미국의 실무 논의가 늦어지면서 시간이 부족해졌다고 지적했다. 미·중 정상회담은 수개월을 공들여 준비해야 하는 초대형 외교 행사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10월 부산 정상회담 직후 약속됐다. 그런데도 미 정부는 막판에 몰아서 준비했고, 결국 연기를 결정했다. 주목할 점은 이 결정이 3월14일 중국, 한국 등에 군함 파견을 요구한 이후 이뤄졌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은 자체적인 석유 공급 경로를 갖고 있어 호르무즈해협 항로가 필요하지 않다"며 "이들 국가가 들어와 해협을 지켜야 한다. 이는 그들의 영토"라고 했다. 이는 중동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호르무즈해협 보호에 직접 개입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전쟁을 일으킨 미국 부담을 주요 에너지 수입국들에 전가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3월15일 트럼프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7개국에 해협을 보호하기 위해 군함을 파견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아직 아무런 약속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ChatGPT 생성이미지

이란에 집중하려는 트럼프, 결국 방중 연기

같은 날 중국이 가장 먼저 속내를 드러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사설을 통해 "더 많은 국가를 분쟁에 끌어들이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구시보는 "현재 호르무즈해협 긴장의 원인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있다"며 "해협에 군함을 늘리는 일은 안보 확보가 아니라 분쟁 확대의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3월16일에는 중국 정부가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린젠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각국은 군사행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현재 이란이 봉쇄한 호르무즈해협은 이란과 오만 사이의 좁은 해협이지만, 세계에서 소비되는 석유 20%가 이동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라크, 쿠웨이트, UAE, 카타르 등 걸프협력회의(GCC) 산유국들이 생산한 원유와 천연가스를 다른 나라들로 운송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한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 호르무즈해협에서 하루 운송되는 원유량은 2000만 배럴에 달했지만, 이란 혁명수비대가 선박을 공격하면서 이동이 중단된 상태다. 그로 인한 피해는 GCC 산유국의 석유에 의존하는 국가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

현재 봉쇄로 인해 중국이 보는 피해를 살펴보려면, 먼저 중국의 에너지 사용 및 수입 현황을 알아야 한다. 2024년 기준 중국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에너지원의 55~57%는 석탄이다. 다음으로 석유 18~19%, 천연가스 8~9%,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16~18%다. 석탄 대부분은 자체 채굴해 사용하지만 석유는 70~75%, 천연가스는 40~45%를 수입한다. 중국이 세계 석유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5%로 미국(15%), 인도(11%) 등을 압도한다.

중국이 가장 많이 수입하는 원유는 러시아산이다. 2022년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비중이 갈수록 커져 현재는 약 20%에 달한다. 사우디아라비아(14%), 이란(13%), 이라크(10%) 등에서도 수입한다. 현재 GCC 산유국에서 중국이 가장 많은 29.1%에 달하는 원유를 수입하고 일본(18%), 한국(14%), 인도(9.9%) 등이 뒤를 잇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전체 석유 소비의 20~25%를 자국에서 생산하고, 비축해 놓은 원유량이 125일분에 달한다. 또 러시아, 말레이시아, 브라질, 앙골라 등 GCC 외 다른 나라에서 대체 수입 물량을 구할 수 있다.

2월 기준 중국은 러시아에서 하루 2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는데, 그 규모를 2배로 늘릴 경우 호르무즈해협을 통한 수입량의 절반 정도를 대체 가능하다. 전쟁 이전에 중국이 호르무즈해협에서 운송한 원유량은 하루 420만 배럴이었다. 천연가스도 중앙아시아와 미얀마로부터 가스관을 통해 수입해 30%를 대체할 수 있다. 그렇기에 GCC 산유국으로부터 석유 수입의 58.7%, 천연가스 수입의 17.7%를 의존하는 한국보다 사정이 한결 낫다. 중국이 파병 요청을 먼저 거부한 데는 이 같은 현실적 자신감이 자리한다.

베이징~평양 직항 항공노선 곧 재개

중국은 전쟁 와중에도 이란에서 원유를 공급받고 있다. 이란은 전쟁 발발 이후 10일 동안 1200만 배럴의 원유를 중국에 수출했다. 다른 나라에서 출발해 호르무즈해협을 지나는 중국 유조선의 안전도 지켜주고 있다. 그동안 이란은 중국에 대한 석유 수출 의존도를 급격히 높여왔다. 2017년 이란의 석유 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25%에 불과했으나 2023년부터는 83~9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이란에 군수용품과 생활용품을 수출하면서 첨단 기술까지 제공해 주고 있다. 전쟁 이후에도 이란 선박이 중국에서 군용 물품을 싣고 출발했다.

그렇다고 중국이 전쟁을 마냥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는 없는 처지다. 2025년 중국의 대중동 무역 비중은 약 8%였는데, 해가 갈수록 커져 왔다. 특히 대외 건설사업의 약 40%는 중동에 집중돼 있다. 현재 석유 수입을 제외한 대부분의 교역과 건설사업은 중단된 상태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향후 예상되는 트럼프의 보복이다. 트럼프가 동맹도 우방도 아닌 중국에 군함 파견을 요청한 배경에는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뤄질 관세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의도가 있었다. 즉, 대중 협상력을 강화하려는 측면이 컸다.

중국도 트럼프의 속내를 알고 있기에, 전쟁이 발발한 뒤 미국에 대한 비판을 자제해 왔다. 3월17일 중국 외교부는 미국의 갑작스러운 회담 연기 요청에 "미국과 소통하며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반대로 우방인 북한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 행보를 보였다. 3월12일 6년 만에 베이징~평양 여객열차 운행을 재개했고, 30일에는 베이징발 평양행 직항 항공노선도 복항한다. 따라서 트럼프는 중국에 대해 당장 별다른 행동을 취하지 않겠지만, 전쟁이 끝나면 강력한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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