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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에도 관세 압박" 美, 301조 카드 꺼낸 진짜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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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대미 흑자 겨냥한 조사…한국 주력 산업 직접 사정권

25년 만에 '보복 카드'…협상 지렛대 활용 가능성

트럼프 정부가 '관세전쟁 2라운드'를 시작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2주 넘게 이어지는 와중에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미 연방대법원에 의해 무력화된 상호관세 대안으로 '무역법 301조(Section 301)' 카드를 꺼내들며 관세 압박 수위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아울러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조사 범위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어 산업계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당시 '무역법 301조'에 의거해 관세를 부과한 사례가 드물었다는 점에서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1974년 제정된 무역법 301~309조를 통칭하는 301조는 미국 기업에 대한 외국 정부의 불공정 행위가 있을 경우 추가 관세 부과, 수입 및 서비스·투자 제한 등 보복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히 부과 가능한 관세율 상한이 없다는 점에서 상호관세를 대체하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USTR은 무역법 122조에 따라 부과된 10% 글로벌 관세의 150일 시한이 만료(7월 하순)되기 전에 조사를 끝내겠다는 계획이다.

2월20일 미 연방대법원의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DPA 연합

한국 경제 전반 노리나…촘촘해진 '조사 그물망'

이번 조사는 '투 트랙'으로 진행된다. USTR은 제조업 분야의 구조적 과잉 생산 문제와 관련해 16개국을, 강제노동과 관련해선 60개국을 조사 대상으로 선정했다. 각 사안의 행위·정책·관행이 불합리하거나 미국 상업에 부담을 주거나 제한을 가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 한국은 2건의 조사 대상국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USTR은 조사 개시 관보에서 한국에 대해 "대규모 또는 지속적 (대미) 무역흑자를 통해 구조적 과잉 생산 능력과 과잉 생산의 증거가 보인다"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전자 장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기계, 철강, 선박 및 해양 장비 등의 수출을 중심으로 상품 무역에서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부분 대미 수출 상위 품목으로, 대미 흑자를 기록 중인 한국의 주력 산업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강제노동에 대해선 한국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강제노동 조사는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보이지만 한국도 안심할 순 없다. 지난해 4월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이 강제노동 의혹을 이유로 전남 신안 태평염전에서 생산된 천일염에 대해 수입 차단 조치를 내린 바 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통상연구원은 "301조는 외국의 차별적 행위·정책·관행에 대한 보복성 대응 조치"라면서 "USTR이 피해 규모·협상 목표 등을 고려해 관세 부과 대상 품목 및 세율에 대한 재량이 커, 관세 조치의 범위·수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한국 경제에 301조는 낯선 제도가 아니다. 특히 미국은 1980~90년대 '슈퍼 301조'를 앞세워 시장 개방을 압박하기도 했다. '슈퍼 301조'는 기존 무역법 301~309조에 1988년 신설된 보복 조항 310조를 가리킨다. 301조와 절차는 동일하지만 우선협상대상국(PFC)을 지정해 조사와 협상을 진행한다는 차이가 있다. 일반 301조가 개별 사안을 조사하는 반면, 슈퍼 301조는 특정 국가의 무역 관행 전체를 문제 삼아 포괄적인 양보를 압박한다는 점에서 더욱 강력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은 슈퍼 301조 도입 이듬해인 1989년 농산물 수입 제한 등을 걸고넘어지며 한국을 PFC로 지정하려 했다. 이에 담배, 소고기, 포도주 등 농산물 시장을 대폭 개방하고 수입 절차를 간소화하는 조건으로 최종 지정을 면했다. 1997년엔 배기량이 높은 차량에 대해 높은 자동차세를 매기는 한국의 자동차 세제를 '불공정 무역 장벽'으로 규정해 슈퍼 301조를 발동, PFC로 지정한 바 있다. 결국 1년여의 협상 끝에 한국이 자동차 세제 개편(배기량별 세율 인하 등)을 약속하며 통상 압박에서 벗어났다.

당초 슈퍼 301조는 1988년 일본의 대미 무역흑자 폭증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한시적 조치였다. 상시 발동 가능한 일반 301조와 달리 행정명령으로 2년 동안만 운용할 수 있다. 슈퍼 301조 발동은 2001년이 마지막이었다. 현재 트럼프 정부가 꺼내든 카드는 법적으로는 일반 301조다. 그러나 적용 범위와 강도가 국가 전체를 겨냥하고 있어 사실상 '슈퍼 301조의 부활'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25년 동안 사문화된 슈퍼 301조를 발동해 압박 수위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트럼프 1기 당시 실제 관세 부과는 1건

이번 USTR 조사의 관건은 추가 조사 여부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가 디지털 서비스세, 의약품 가격, 수산물·쌀 시장 접근성, 해양오염 같은 환경 문제 등에 대해서도 추가 조사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미국 측은 꾸준히 한국의 온라인플랫폼법,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디지털 규제에 대해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며 반대 입장을 표명해 왔다. 최근 주한 미국대사관은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앞으로 "디지털 이슈와 관련해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말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한국의 디지털 규제로 조사 범위를 확대할 개연성이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농산물 시장 접근성에 대해서도 문제 삼을 수 있다. 미국은 지난해 관세 협상 당시 쌀을 포함한 농산물 시장 개방을 요구한 바 있다.

쿠팡 이슈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사안이다. 앞서 쿠팡 지분을 보유한 미국 투자사들은 한국 정부의 쿠팡에 대한 차별적 조치를 조사해 달라며 USTR에 301조 조사를 청원했다. 하지만 USTR이 좀 더 광범위한 301조 조사에 나서자 청원을 철회했다. 이에 대해 여한구 산업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그리어 대표와 협의할 당시 쿠팡 사태는 개별 기업의 대규모 정보 유출과 관련된 것이고 한국 정부가 공정한 법과 절차에 따라 조사하고 있고 이에 따라 301조 적용은 적합하지 않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301조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관세를 부과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트럼프 1기 당시 미국은 중국, 프랑스, EU, 베트남 등을 겨냥해 6건의 301조 조사를 진행했다. 이 중 실제 관세를 징수한 사례는 중국이 유일하다. 나머지 사안은 관세 부과 시점을 연기하거나 합의를 통해 종료했다. 301조 조사에 대해 실질적인 관세 부과 의도보다는 협상 도구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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