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sisa@sisajournal.com]
2026년 2월28일 민주당이 강행해온 '사법 3법'(재판소원 도입, 법왜곡죄 신설, 대법관 증원)'의 국회 통과가 완료됐다. 야권에선 '대통령 한 사람만을 위한 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지만, 의외로 세상은 조용했다. 심지어 법원도 조용했다. 언론에 인용된 한 판사의 말에 따르면, "접촉 사고라면 내려서 싸우기라도 할 텐데, 지금은 뺑소니 차량에 치여 의식불명이 된 상태다."
그 뺑소니 차량의 운전자는 지금 감옥에 있지만, 1차 사고 이후 추가 충돌이 일어난 탓에 누가 더 큰 가해자인지는 알기 어렵다. 1차 가해자인 윤석열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2차 가해자인 민주당에 무한권력을 안겨주었다. 계엄보다 낮은 단계의 것이라면 아무리 민주주의를 유린해도 눈감아주겠다는 정도의 무한권력이었다. 그 산물이 바로 '사법 3법'이다.
2025년 9월11일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재명이 '권력 서열론'을 내세운 이후 민주당의 '사법부 죽이기'가 본격화되었다. 이는 4개월여 전인 5월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재명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한 공격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대법원장 조희대에 대한 반감을 극단적으로 증폭시켜 '사법 3법'이 말이 되는 법인 양 만들겠다는 작전이었다.
공격의 첫 포문을 연 법사위원장 추미애는 9월14일 조희대의 사퇴를 요구했고, 다음 날엔 민주당 대표 정청래가 뒤를 이었다. 9월16일 부승찬 의원은 대정부 질문에서 그해 5월 서영교가 던진 음모론을 재탕했다. '조희대·한덕수 회동'에서 조희대가 "이재명 사건이 대법원에 올라오면 대법원에서 알아서 처리한다"고 했다는 '아니면 말고'식 썰에 불과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 썰의 확성기 노릇을 하면서 조희대의 사퇴를 요구했다. 아무런 근거도 없는 엉터리 음모론에 불과했지만, 사과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0월13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장에선 민주당 소속을 원했던 무소속 의원 최혁진이 조희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합성한 '조요토미 희대요시' 사진을 피켓으로 만들어 대법원장을 조롱하는 최악의 기행을 저질렀다. 내부 비판은 없었다. 오히려 민주당은 조희대의 사퇴를 요구하다 지친 탓인지 욕설을 가미하기 시작했다. 김용민 의원은 "조희대라는 오염원 때문에 법원 전체가 다 오염되고 있다"(12월3일)는 악담을 퍼부었다.
이런 작태를 보다 못한 한국일보 주필 정진황은 12월25일 문제의 파기환송이 "헌법 원칙을 흔든 중대사안이라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둘렀던 탄핵소추로 헌법적 판단을 구하는 게 집권당의 책임 있는 자세"라고 일갈했지만, 민주당은 그럴 뜻이 없었다. '조희대 모욕'은 '사법 3법' 강행의 분위기 조성을 위한 수단이었을 뿐이니까. 정청래는 급기야 조희대를 "사법 불신의 원흉"(2월27일)이라고 욕하는 광기마저 보였다.
대법원장을 향해 비판을 퍼붓던 진보 판사들은 '사법 3법'엔 쥐 죽은 듯이 입을 다물었다. '조희대 공격'엔 진보 언론과 지식인들도 가담했는데, 이들은 파기환송 시점을 문제 삼으면서도 바로 그 직전 민주당이 무죄를 확신하면서 느긋한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선 침묵했다. "이례적으로 빠르다는 평가가 있다"는 질문에 "법대로 하겠지요"(이재명), "빨리 결정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겠죠"(김민석) 등과 같이 여유만만한 입장을 보인 것에 대해서도 말하지 않았다. '사법 3법'이 우려했던 부작용으로 엄청난 혼란과 불의를 낳으면 '진보의 무덤'이 만들어지리라는 걸 각오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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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