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sisa@sisajournal.com]
'스마일 이미지'에 '일하는 리더' 서사…"응원하고 싶다" 여론 키워
'할 말은 하는 정치인' 이미지…'중도 확장 전략'도 지지세에 한몫
"#사나카쓰(サナ活)". SNS를 통해 확산된 이 표현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이름인 '사나(さな)'와 좋아하는 아이돌이나 캐릭터를 응원하는 활동을 의미하는 일본어 '오시카쓰(推し活)'의 합성어다. 이는 다카이치 총리를 지지하는 다양한 행동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최근 일본 정치에서 주목받는 다양한 현상 중 하나다. 다카이치 총리가 사용하는 펜과 가방이 화제가 되고, 그가 선호하는 음식으로 구성된 점심 메뉴가 공유되는 모습은 정치적 지지가 일상적 소비와 결합하는 양상을 보여준다.
일본에서 정치인 관련 기념품이나 상징적 소비 자체는 그리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 그러나 '사나카쓰'는 단순한 유행어를 넘어 반복적이고 자발적인 활동으로 확장된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그에 대한 지지는 투표나 여론조사 응답에 그치지 않고, 일상 속에서 소비되고 공유되며 지속되는 행위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SNS를 통한 확산은 이러한 지지 방식을 가시화하며, 개인의 정치적 취향을 드러내는 새로운 방식으로 기능한다. 즉, 정치적 선택이 일회성 행위가 아니라 '지속되는 활동'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나카쓰로 상징되는 이 새로운 흐름, 그리고 다카이치 총리의 높은 지지율은 무엇에 기인하는 것일까.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2월18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발언하고 있다. ⓒEPA 연합
메시지는 '직구'…"시원하다" 평가로 이어져
첫째, 밝고 화려한 이미지가 만들어내는 '차별적 인상'이다. 젊은 시절의 밴드 활동, 오토바이, 스쿠버 다이빙 등 다양한 취미를 즐기는 것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는 기존 일본 정치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신중하고 절제된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발언은 짧고 명확하며, 때로는 적극적인 표정과 리액션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다.
핵심 메시지를 직선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은 완곡한 표현을 중시해온 기존 정치 화법과 대비되며 '시원하다'는 평가로 이어진다. 이른바 '사나에 스마일'로 불리는 밝은 표정과 함께 전달되는 메시지는 무표정과 장문의 설명에 익숙했던 일본 정치의 전형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여기에 화사한 의상과 시각적 이미지 전략이 결합되며, 정치인을 '보이는 존재'로 재구성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는 정치에 무관심했던 젊은 층에서의 호감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둘째, '일하는 리더'라는 서사의 구축이다. 이러한 이미지는 단순한 스타일을 넘어 '노력'과 '헌신'의 이미지와 결합하면서 설득력을 갖는다. 지난해 10월 자민당 총재 선거 승리 이후 "일과 삶의 균형을 버리겠다" "일하고, 일하고, 또 일하겠다(働いて、働いて、働いてまいります)"는 메시지는 일본 사회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고, 2025년 '올해의 유행어'로까지 선정되며 상징성을 획득했다. 이와 함께 하루 수면 시간이 3시간 남짓에 불과하다는 강도 높은 일정이 알려지면서, 다카이치 총리는 '노력형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러한 내용은 언론과 SNS를 통해 반복적으로 확산하며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 하나의 서사로 자리 잡았다. 이는 '성과 이전에 태도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며, 유권자들에게 "응원하고 싶다"는 감정을 유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최근 일본 언론에서 총리의 건강을 우려하는 보도가 이어지는 상황 역시 이러한 이미지를 강화한다. 과로에 대한 우려와 헌신에 대한 평가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무리할 정도로 일하는 지도자'라는 인식이 형성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서사는 현재 정체된 일본을 변화시킬 수 있는 리더에 대한 기대, 그리고 '열심히 일하는 리더에게 맡겨보고 싶다'는 심리를 자극하며 대중의 지지로 이어지고 있다.
셋째,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는 리더십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정책적 측면에서도 '할 말은 하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 대만 유사 사태와 같은 민감한 안보 이슈에 대해서도 비교적 분명한 입장을 제시하고, 미·일 정상회담 등 외교 무대에서도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기존 일본 정치에서 자주 지적되던 모호성과 대비되며, 의사결정 능력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즉,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의 명확성이 정책 메시지의 명확성과 결합하면서 리더십에 대한 신뢰를 형성한다.
'성과' 이전에 '태도'에 대한 신뢰 높아
넷째, 전략적 포지셔닝의 효과다. 다카이치 총리는 총리가 되기 전에 보여주던 강한 이념 성향에도 불구하고, 이데올로기적 색채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는 중도 확장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선거 과정과 집권 이후 행보를 보면 기존 보수층을 유지하면서도 중도층을 포괄하려는 전략이 뚜렷하다. 이는 강경 보수 이미지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키며 지지 기반을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 실제로 다카이치 내각은 출범 이후 60~70% 수준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특정 성별이나 연령대에 편중되지 않는 비교적 균형 잡힌 분포를 보인다. 이는 특정 이념 집단에 편중되지 않은 '확장형 지지 구조'가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결국 그의 인기는 개인적 매력, 정치 스타일, 정책 메시지, 전략적 위치 설정이 결합한 결과다. 특히 '사나카쓰'로 대표되는 지지 방식은 정치가 더 이상 정책과 이념만으로 소비되지 않고, 이미지와 감정, 그리고 일상적 경험까지 포함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인기의 지속 가능성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이미지와 메시지가 만들어낸 기대는 정책 성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안정적인 지지로 전환한다. 경제 회복, 사회 안정, 외교·안보 분야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현재의 높은 지지율은 빠르게 재평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이미지와 스타일 중심의 지지는 형성 속도가 빠른 만큼 이탈 속도 또한 빠를 수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변화는 감지된다. '다카이치 현상'은 단순한 인기 정치인의 등장을 넘어, 일본 정치가 '무엇을 말하는가'뿐 아니라 '어떻게 보이고, 어떻게 전달되며, 어떻게 소비되는가'라는 차원에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향후 일본 정치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