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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강한 靑, 탄핵 압박하는 與…벼랑 끝 조희대의 버티기 어디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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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영 기자 zero@sisajournal.com]

靑 '여성·진보·최연소' 김민기 낙점에 멈춰선 대법관 제청 시계

법원 '대법관·헌재재판관 부부' 부적절 기류…曺, '침묵의 저항' 속 사법 시스템 혼란

청와대와 사법부가 '거부권 블랙홀'에 빠졌다. 신임 대법관 인선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과 조희대 대법원장이 나란히 '수용 불가' 카드를 꺼내면서 갈등 국면이 출구를 찾지 못한 채 장기화하고 있다. 임명권과 제청권을 사이에 두고 헌정사 유례없는 긴 대치가 이어지면서 범여권은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 추진을 가시화하며 압박 수위를 한층 끌어올리는 양상이다. 조 대법원장이 어떤 결단을 내리느냐가 초유의 파국 또는 극적 돌파구를 판가름할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왼쪽 사진)과 조희대 대법원장 ⓒ연합뉴스

靑, 새 정부 첫 대법관 상징성에 김 판사 고수

대법원이 미완의 '13인 체제'에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다. 4월3일을 기점으로 노태악 전 대법관(사법연수원 16기)이 퇴임한 지 한 달째를 맞았지만 후임 대법관 인선 절차는 안개속이다. 과거 정부에서도 대법관 임명 절차 지연으로 인한 공백은 있었다. 그러나 이번처럼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를 70일 넘도록 제청조차 하지 않은 전례는 없다.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인선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메시지를 낸 것은 노 전 대법관의 퇴임 당일인 3월3일이 마지막이다. 당시 조 대법원장은 출근길에 '대법관 인선을 놓고 청와대와 견해차가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사실상 청와대와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불협화음이 있음을 인정한 조 대법원장은 "계속 협의하고 있다"고만 짧게 답했다. 이로부터 현재까지 조 대법원장은 인사와 관련해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다.

조 대법원장의 고심은 선호하는 대법관 후보자가 청와대와 다르고, 여전히 그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침묵의 저항 신호'로 읽힌다. 1월21일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는 김민기 수원고법 고법판사(여·26기), 박순영 서울고법 고법판사(여·25기),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22기),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24기) 등 4명을 추천했다. 통상 대법원장은 후보추천위의 추천 시점으로부터 2주 이내에 1명의 후보자를 확정해 제청한다. 이 시기 사법부와 청와대는 '물밑 소통'을 하며 최종 후보자를 추려 나간다.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의 의중이 엇갈리거나 선호 인사가 다를 경우 조율 과정이 길어질 수 있지만 2주를 넘어가진 않았다.

과거 대법관 공석이 장기화한 경우도 대부분 국회 청문회나 의결 과정에서 여야가 충돌하거나 대통령이 탄핵으로 공석인 때, 제청권자인 대법원장이 미임명된 경우에 한해서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가 낙점한 인물에 난색을 드러냈고, 청와대 역시 새 정부의 국정 방향을 가늠할 첫 대법관 인사를 두고 물러설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청와대와 협의를 거듭하고 있지만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특정 후보를 두고 입장이 충돌한 것인지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청와대에서는 일관되게 김민기 고법판사를 최우선 순위로 지목했다고 한다. 정부 출범 후 첫 대법관 인사는 향후 사법부 구성과 방향성을 판단할 가늠자로 작동한다는 점에서 '상징성'을 갖는다. '여성·최연소·진보 성향' 타이틀이 붙는 김 고법판사를 임명하면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 대통령이 가장 힘을 싣는 것으로 알려졌다. 1971년생으로 55세인 김 고법판사가 임명되면 현직 대법관 중에서는 최연소가 된다. 현 대법관 구성에서 1970년생인 권영준 대법관을 제외하면 나머지 11명은 모두 1960년대생으로, 김 고법판사가 합류할 경우 평균 연령은 비교적 낮아진다. 김 고법판사는 추천된 4명의 후보 중에서 사법연수원 기수도 가장 낮다.

특히 청와대는 첫 대법관 인선에서 '여성 기용'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법원장과 12명 대법관의 남녀 성비는 10대 3으로 남성 법관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 대통령은 임기 중 총 22명의 대법관(임기 만료 대법관 10명+증원 대법관 12명)을 임명하는데 성별과 보수·진보 성향 비중의 편차를 줄여 나가는 방향으로 인선을 도모할 가능성이 크다. 김 고법판사가 진보 성향의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이고, 노동법 전문가로서 법원 내 노동법 분야를 연구하는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점도 청와대의 대법관 발탁 의중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 고법판사는 2014년부터 중앙노동위원회 심판담당 공익위원도 맡고 있다. 현재 대법원 구도에서는 오는 9월 퇴임을 앞둔 이흥구 대법관과 오경미 대법관 2명만 진보로 분류돼 보수 우위 구도다.

대법원장 제청권 행사 않으면 임명 막혀

야권에서는 대법관 공석 장기화 책임이 사법부 장악 시도를 거듭하는 청와대에 있다고 본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대법원장의 제청권을 무력화하고 우리법연구회 출신 판사를 콕 찍어서 올리라고 하는 것은 삼권 분립을 무시한 처사"라며 "이재명 정부가 입맛에 맞는 대법관들을 채워넣은 뒤 사법부를 장악해 이 대통령 임기 중 그리고 임기 이후까지의 사법 리스크를 모두 지우려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의 입장과 반대로 사법부 내에서는 김 고법판사의 대법관 임명을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기류가 상당한 것으로 파악된다. 가장 표면적인 이유는 김 고법판사의 배우자가 오영준 헌법재판관이라는 점이다. 오 재판관은 대법원 재판연구관과 선임재판연구관, 수석재판연구관을 모두 거치고 서울고법 부장판사로 있던 중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지명을 받고 헌법재판관에 올랐다. 부부가 나란히 최고 사법기구의 상징적인 자리를 맡게 되는 것은 형평성과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고, 조 대법원장 역시 이 부분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사법부가 '4심제'로 규정하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던 재판소원제가 본격 시행되고 있다는 점도 변수로 떠올랐다. 상고심 결정이 헌재의 심판대에 오를 수 있기 때문에 가족 관계인 대법관과 헌법재판관 간 이해충돌 상황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더 가팔라진 헌재와의 위상 경쟁과 미묘한 긴장 관계도 조 대법원장의 '제청 절차 보류'에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판연구관을 지낸 재경지법 소속 부장판사는 "부부가 이재명 정부에서 나란히 헌법재판관과 대법관에 오르는 것은 전례가 없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 맞다"면서도 "다만 대법원장이 이 부분만을 우려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다른 후보자들과의 자질과 역량, 성향을 비교·종합해볼 때 굳이 리스크 있는 인사를 할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줄다리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조 대법원장은 김 고법판사가 아닌 박순영 고법판사를 제청하겠다는 의사를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박 고법판사 역시 '여성·진보 성향' 법관으로 분류되고 노동법 전문가이기 때문에 이재명 정부가 구상하는 '궤도'를 이탈하지 않는 인물이다. 그러나 이 접점 제안에 청와대는 '수용 불가' 방침을 밝힌 것으로 파악된다. 수도권 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김민기·박순영 두 여성 고법판사 모두 현 정부에서 선호할 만한 이력과 성향을 가진 인물"이라며 "다만 박순영 판사의 경우 '김명수의 사람'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아있고, 이 부분에서 파생되는 논란도 있기 때문에 새 정부의 1호 대법관 인선에는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고법판사는 2021년 3월부터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지명으로 중앙선거관리위원을 맡고 있다. 대법관이나 사법연수원장, 고등법원장이 맡아오던 선관위원에 고법판사가 전격 발탁되면서 당시 법원 안팎에서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런데 선관위 고위직들의 자녀 특혜 채용 비리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위원으로 있는 박 고법판사에 대한 동반 책임론이 불거졌고, 이력에도 일부 흠집이 났다. 박 고법판사는 윤석열 정부 시절인 2023년에도 대법관 후보에 올랐다. 그러나 당시 대통령실은 "(진보로) 편향된 인사를 제청할 경우 거부권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언론에 밝히며 공개 제동을 걸었고, 정권과 사법부 간 충돌 전운이 감돌았다. 청와대(대통령실)가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 제청을 앞두고 '거부권 행사 예고'를 언급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었다. 결국 김명수 대법원장이 한발 물러나 다른 후보를 제청하면서 봉합 수순을 밟았지만, 법관들의 공개 비판이 터져 나오는 등 내홍이 이어졌다. 박 고법판사는 조희대 대법원장이 임명된 후인 2024년에도 대법관 후보자에 이름을 올렸지만 최종 후보로 낙점되진 못했다.

3월19일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 의원들에게 조희대 대법원장 탄핵소추안 발의를 위한 서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쫓기는 건 조희대" 탄핵 벼르는 與

임명권과 제청권을 사이에 두고 불거진 대법관 인선 지연이 상당 기간 출구를 찾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헌법 104조는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다. 우리 헌법은 대법관 임명 절차를 '대법원장 제청→국회 동의→대통령 임명'으로 설계해 사법부와 입법부, 행정부가 모두 이 과정에 개입하도록 했다. 절차상 제청권을 쥔 대법원장이 움직이지 않으면 국회와 대통령의 임명까지 모두 막힐 수 있는 구조다. 역대 정부에서는 사실상 대통령의 선호가 반영되도록 조율 과정을 거치면서 첫 단계부터 임명권자의 의사가 반영되는 형태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현재의 청와대와 사법부는 이 조율이 아예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다.

법원행정처에 근무했던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여기서 시간을 더 끌면 제청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는 조 대법원장에 대한 책임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김민기 고법판사 외에) 다른 후보자를 제청할 경우엔 청와대가 국회에 동의안을 제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압박 카드를 쓸 수 있어 조 대법원장이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인 것 같다. 대법원장이 이제 와서 물러서도 문제, 안 물러서고 버텨도 출구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조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 준비를 마친 범여권은 대법관 제청 지연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공세를 취하지 않으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조 대법원장이 시간을 끌수록 자진 사퇴 압박을 높일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며 "급할 것 없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조 대법원장의 탄핵안 발의에 서명한 한 범여권 인사는 "법관들이 지금은 조용하지만 탄핵안이 발의되는 순간 내부에서부터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게 될 것"이라며 "시간에 쫓기는 건 조 대법원장이다. 대법관 제청 지연으로 버티기를 할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물러나는 결정을 내려야 할 때"라고 사퇴를 압박했다.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인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오는 5월까지 법사위원장을 맡게 된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 별동대를 동원해 사건 전 기록을 검토하도록 지시하는 등 위헌·위법한 정치 개입을 한 인물이다. 사퇴하지 않는다면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4월 중 탄핵안 처리 가능성을 경고했다. 범여권 인사들이 주도한 조 대법원장 탄핵소추안 발의를 위한 서명에는 112명이 참여해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99명)' 이상인 발의 요건을 갖췄다.

'대법관 1석' 공석에 따른 여파는 점차 커지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대법원 소부 운영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법원행정처장직에서 물러난 박영재 대법관의 후임을 지명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대법관 4명씩으로 구성된 3개의 소부(1·2·3부)에서 상고 또는 재항고 사건을 우선 처리하고, 소부에서 의견이 일치되지 않거나 사회적 파급력이 큰 중요 사건은 전원합의체에서 다룬다. 지금 상황에서 법원행정처장직 인사를 낼 경우 대법원 소부 3개 중 1개가 영향을 받게 된다. 대법원이 연간 4만 건 넘는 본안을 처리하는 점을 감안하면 대법관 1명이 빠지게 될 경우 산술적으로만 최소 4000건 넘는 사건이 타격을 받는다. 그만큼 국민이 대법관으로부터 신속하게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대법관 공백, 국민 기본권 보장에 타격"

재판소원과 법왜곡죄 도입으로 판사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법 행정을 총괄하는 법원행정처장의 공석이 길어지는 점도 부담이다. 현재는 기우종 법원행정처 차장이 처장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일선에서는 사법 제도 변화에 더해 대법관 증원안 추진과 여권이 예고한 추가 개혁안의 시간표가 계속 돌아가고 있음에도 사법부가 삼권분립 위에서 기본적인 대응력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오는 9월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 후임에 대한 인선 절차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인 법원행정처는 조 대법원장이 중앙선거관리위원으로 내정한 천대엽 대법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요청서 발송도 일시 정지한 상태다. 선관위원장은 관례적으로 위원으로 임명된 대법관이 맡아왔다. 그런데 6월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법관 인사와 맞물려 위원 인선도 차질을 빚으면서 대법관직에서는 이미 물러난 노태악 현 위원장이 선거 종료 때까지 임기를 이어가기로 했다. 선관위는 선거에 임박해 선관위원장이 교체되면 선거 사무를 비롯해 혼란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며 지방선거 이후 관련 절차를 밟아달라고 법원행정처에 요청했다.

이헌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에 규정된 대법관 임명 절차는 그 자체로 정치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청와대와 대법원장의 의견이 충돌하고, 대법원장이 제청권을 행사하지 않고 있는 것 자체가 이미 정치적 행위에 해당하고 정치적 판단이 들어가는 것"이라며 "그러나 이 충돌이 국민의 기본권과 인권 보장에 심각한 장애를 초래하고 있는 상황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더 이상의 대법관 인선 지연은 타격이 크기 때문에 법적인 견해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보장하는 측면에서 국민주권과 동떨어지지 않는 방향으로 마무리를 지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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