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임수 기자 imsu@sisajournal.com]
6·3 선거 이후 당정 충돌 조짐…강경파 "보완수사권 예외도 불가"
친명계 "대안 없는 반대뿐…대통령 둘러싼 '친밀한 적' 밝혀질 것"
마지막 하나의 퍼즐만 남겨 놓은 이재명 정부의 검찰 개혁에 여전히 전운이 감돌고 있다. 검찰의 보완수사권 존폐가 담길 형사소송법(형소법) 개정 작업을 앞두고 미묘한 신경전이 감지된다. 3월20~21일 국회를 통과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법이 예측 가능한 '하드웨어'를 만드는 작업이었다면, 형소법 개정은 '소프트웨어'인 사법 시스템 전반을 바꾸는 작업이어서 논의 방향이나 결과가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어렵다.
분명한 사실은 검찰 개혁의 성공 여부가 곧 이재명 대통령의 역사적 평가와 직결돼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 대표 시절 자신을 향한 검찰 수사·기소가 '정치적 사냥'이라고 했던 이 대통령은 행정부 수장이 된 이후엔 '실용적 개혁론'을 앞세우며 검찰 조직을 다독이는 장면도 연출하고 있다. 검찰의 보완수사 기능마저 허용할 수 없다는 완전한 '수사-기소 분리'를 주창하는 당내 강경파와 지지층에서 이 대통령의 행보를 미심쩍게 바라보는 이유다. 중수청법·공소청법을 둘러싼 당정 갈등이 '전초전'이었다면, 형소법 개정 논의가 '진짜 본게임'이 될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3월3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론화 작업 과정…6·3 선거 후 정부안 공개"
시사저널 취재를 종합하면,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추진단)은 4월까지 형사소송법 개정 관련 토론회 등 공론화 작업을 마치고 5~6월 세부 내용을 가다듬은 다음 6·3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국민 의견 수렴을 거친 정부안은 국회로 넘어와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오는 10월 중수청·공소청 출범과 함께 개정 절차를 마무리해야 하는 빠듯한 일정이다.
정부는 78년간 이어져온 형사사법 시스템을 고친다는 중압감 속에서도 차분하게 개정안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추진단의 한 관계자는 "아직 숙의하고 공론화하는 과정으로, 어떤 방향으로 법안이 나올지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고 했다. 추진단 한 자문위원 역시 "추진단과 여러 방면에서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며 보완수사권과 관련해서는 "여러 이야기가 오가는데, 구체적인 방향이 도출된 것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자문위원 상당수는 수사 효율성 및 인권 보호, 경찰 권한 견제 측면에서 보완수사권의 예외적 존치 필요성을 설파하고 있다고 한다.
주무부처인 법무부와 컨트롤타워인 청와대 역시 막바지 작업을 앞두고 숨을 고르는 중이다. 다만 이 대통령의 의중이 무엇일지에는 다들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검찰의 직접수사·특수수사 가능성이 제거된 만큼 예전과 같은 권한 남용은 이미 불가능한 구조가 됐고, 기소 효율성이 높아지기를 기대하는 상황"이라며 "국회는 법안을 통과시키면 역할이 끝나지만, 행정부는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기에 더욱 숙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형소법 관련) 정부안이 나와야 세부적인 논의가 시작될 것이고, (이 대통령도) 이와 관련해 메시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검찰 개혁에 대한 이 대통령의 입장은 시중에 공개됐다고 해도 무방하다. 지난해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제가 검찰 수사의 가장 큰 피해자"라면서도 "감정을 배제하고 중립적·미래 지향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검찰 개혁은 권력을 뺏는 게 목표가 아니라 국민 권리 구제가 목표"라며 "보완수사를 안 하는 게 맞지만 예외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이른바 보완수사권의 예외적 허용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날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 중수청·공소청법 당정협의안에 대해 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강경파 반발이 나오자 X(옛 트위터)를 통해 "집권 세력이 됐다고 마음대로 다 할 수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개혁은 외과시술적 교정이 유용하다"며 신중론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직접 냈다. 이로 인해 민주당 강성 지지층 사이에서는 이 대통령의 검찰 개혁 선명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고, 댓글 등을 통해 강한 반발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수사·기소 분리, 검찰 수사 배제는 확고한 국정과제"라는 대원칙을 강조하면서 한발 물러섰다. 결국 법안은 강경파 입장이 상당 부분 반영된 채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李, 검찰 개혁 흔들리면 당 지지 기대 말아야"
법안 통과 이후 기세등등해진 민주당 법사위 간사 김용민 의원을 비롯한 강경파 의원들은 형소법 개정안 초안이 나오기 전부터 "보완수사권은 예외적으로도 남겨둬선 안 된다"며 쐐기를 박으려 하고 있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6·3 지방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자리는 또 다른 강경파인 서영교 의원이 채웠다. 서 의원은 정치검찰 조작기소 사건 국정조사특위 위원장도 맡아 맨 앞에서 지지층 목소리를 대변할 준비를 마쳤다. 이 대통령의 검찰 개혁 메시지와 가장 선명하게 대비됐던 김 의원 역시 "당이 형소법 개정안에 대한 주도권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친노·친문계의 적자 격인 유시민 작가 역시 "보완수사권도 제가 이해하기로는 그냥 수사권"이라며 강경파 주장에 뜻을 보탰다.
민주당 법사위 소속 한 베테랑 보좌관은 "서 의원은 검찰로부터 여러 차례 부당한 기소를 당한 당사자이고, 김 의원은 민변 변호사로 활동하며 검찰의 서울시 간첩 조작 사건을 변론했었다. 정치검찰의 위험성을 그 누구보다 잘 알 수밖에 없는 인물"이라며 "우리 당 지지자들은 이 대통령이 검찰 수사로 벼랑 끝에 내몰렸을 때도 끝까지 지지하며 결국 대통령까지 만들어냈다. 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의 핵심은 검찰 개혁만큼은 흔들림 없이 하라는 것인데, 이 핵심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무조건적으로 당 지지를 받을 기대를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반면 친명계 진영에서는 정부안이 도출되기도 전에 또다시 군불을 때는 분위기에 볼멘소리가 나온다. 당내 강경파 의원들이 검찰 개혁을 연결고리 삼아 자신들의 정치적 자산을 챙기기 위해 당정 원팀 체제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5월 원내대표 선출, 6월 지방선거, 8월 전당대회까지 몰아치면서 검찰 개혁의 실질적 내용보다는 상징성을 거머쥐려는 다툼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영교 신임 법제사법위원장 ⓒ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이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한 변호사는 "검찰 개혁이 완성되는 시점에 이 대통령을 둘러싼 친밀한 적이 누구인지 밝혀질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이 변호사는 "이 대통령은 검찰이 자신을 사냥하듯 수사한 것도 잊지 않았지만, 당대표 시절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가 가결한 것도 잊지 않고 있다"며 "친문 유튜브에서 뜬금없이 공소 취소설을 띄우고, 국회에서는 검찰 조작기소 국정조사를 하겠다며 대북 송금 수사를 다시 들쑤시는 저의를 의심해 봐야 한다. 일련의 흐름들이 이 대통령 의사와 무관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 민주당 의원은 "보완수사권을 비롯한 형소법 개정과 관련해서는 당내 다양한 의견이 있다. 무조건 폐지하면 피해는 국민이 본다고 말하는 의원도 있다"며 "하반기 법사위원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분위기가 좌우되지 않겠느냐. 정청래 대표나 추미애 전 위원장보다 더 센 인물이 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왼쪽)와 김용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가 3월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검찰 개혁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대통령이 밀렸다? 靑 안팎 "언론 평가일 뿐"
청와대 안팎에서는 검찰 개혁 국면에서 이 대통령이 밀렸다는 평가에 대한 반론도 제기한다. 최근까지 청와대에서 근무했던 한 정치권 인사는 "이 대통령이 '강경파에 밀렸다'는 것은 언론의 평가일 뿐이다. 이 대통령이 과유불급이라고 한 공소총장 명칭 변경, 검사 전원 해임 후 재임용 등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입법권은 엄연히 국회에 있는 만큼 이 대통령은 이를 최대한 존중한 것이고, 적절한 순간에 정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와 소통하면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했다.
이 인사는 그러면서 "(이 대통령 입장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는 형소법 개정이 미흡한 채로 중수청·공소청이 생기면서 사법 체계에 혼란이 오는 것"이라며 "검찰 보완수사 폐지 시 예상되는 피해 사례들도 구체적으로 공유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검찰에 보완수사권을 무조건 줘야 한다는 입장을 세운 것은 아니지만, 개혁의 완성 국면에서 강경파에 대한 양보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결국 이 대통령이 검찰 개혁을 완성하는 단계에서 강경파를 상대로 자신의 '실용적 개혁론'을 얼마나 관철시키느냐에 따라 당·청 관계는 재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완수사권 문제와 관련해 도출된 정부안에 대해 강경파가 합리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은 채 반대만 하는 경우 적극적인 메시지를 발신해 지지층을 상대로 의사를 관철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당시 민정수석 비서관을 지낸 전병덕 변호사는 "정치인들은 못 느낄 수 있지만, 저나 이 대통령같이 변호사 실무를 해본 입장에서는 검찰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면 일반 국민에게 어떤 피해가 갈지 너무나 쉽게 예상할 수 있다. 100% 잘못된다"며 "보완수사권 폐지에 따른 수사 지연이나 암장 폐해가 큰 만큼 일단 남겨 놓고 별건 수사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법안을 촘촘히 설계하면 되는데, 폐지하자는 쪽에서는 대안을 내놓고 설득하는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검찰개혁추진단 자문위원장을 지낸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4월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완수사권 폐지하자는 쪽에서는 '경찰 못 믿겠으면 제3의 기관에 맡기면 된다' '중수청과 경찰이 교차로 보완수사를 하면 된다'고 이야기하는데, 실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그저 한숨밖에 안 나온다. 국가 조직이란 그렇게 쉽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고, 그렇게 쉽게 기능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