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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변해버렸다"…풀리지 않는 고르디우스의 매듭, 이란 전쟁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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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외교통상부 장관, 서울대 명예교수) sisa@sisajournal.com]

쉽지 않을 종전…미국·이란, 서로가 내건 '종전 요구조건' 받기 힘들어

협상 타결 어려워지면 美 지상군 투입할 수도…제2의 베트남전 가능성도

"2~3년간 세계 경제 큰 충격…한국, 에너지 의존 구조 대폭 혁신해야"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이 끝나가고 있다"고 4월1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선언했다. 그러나 그의 선언대로 이란 전쟁이 '2~3주 내에' 쉽사리 종결될 전망은 크지 않다. 설령 종결된다 해도 모든 것이 변해 버렸다. 이제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그리고 그와 함께 세계경제도 루비콘강을 건너 새로운 험난한 세상에 진입했다.

군사적 적대 행위가 중단되고 전쟁이 종결되려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양측 모두에 전쟁을 꼭 끝내야 한다는 절박감이 공유되어야 한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은 정권 교체도, 핵 문제도, 그리고 호르무즈해협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지만, 국내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2달러80센트에서 4달러까지 치솟고 국내 지지도가 추락하자 절박해졌다. 그래서 어떻게든 종전을 해야겠다고 서두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란 측이 아직 절박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며칠 전 미국이 외교적 해결에 진지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란은 작년 6월에 이어 이번 3월말 협상 중에 군사공격을 두 번이나 받은 경험이 있다. 지금도 미국은 3번째 항모를 중동 지역으로 보내고 있고, 7000여 명의 해병과 공수여단을 중동 지역에 배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힘으로 압박해 이란이 미국의 요구 조건을 받아들이게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이란 측은 이런 미국의 태도를 협상 의지 부족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이 미국보다 훨씬 더 고통을 감당하며 버틸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美·이스라엘-이란의 서로 다른 '종전 절박감'

미국이 요구한 15개 조건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의 실질적 폐기와 미사일 개발 중단, 그리고 호르무즈해협 개방 등이다. 그런데 이러한 조건을 이란이 받을 가능성이 작다. 이란은 미국과 달리 정권의 생존이 달린 실존적 위협에 직면해 있다. 핵을 포기하면 정권의 안보가 앞으로도 더 위협당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들은 미국과 이스라엘에 전투 화력은 뒤졌지만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는 전략으로 맞섰다. 걸프 국가들을 공격했고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함으로써 세계경제를 포로로 잡고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이제 호르무즈해협 봉쇄에서 더 나아가 예멘에 거점을 둔 후티 반군을 통해 수에즈운하로 통하는 바브엘만데브해협 봉쇄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있다. 이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12%가 지나가는 길목이니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영향을 받는 20%를 추가하면 세계 원유 수송의 약 3분의 1이 막히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자신들이 미국보다 더 유리한 고지에 있고 전쟁 종결의 주도권을 미국이 아닌 자신들이 쥐고 있다고 믿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을 선언해도 이스라엘이 계속 이란을 공격할 가능성이 남아있다. 물론 올해 선거를 앞두고 지지도가 낮은 네타냐후 총리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이란 공격을 중단할 가능성이 높기는 하다. 그렇지만 미국의 종전 선언에도 이란이 걸프 지역에 주둔한 미군기지나 시설들을 계속 공격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미국은 난감한 상황에 빠질 것이다.

이란은 미국에 자국의 안보 보장, 제재 해제와 전쟁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안보 보장의 내용으로 중동에서 미군의 철수를 요구하는데 이는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 약화까지를 의미한다. 이것을 미국이 받아들이고 제재 해제와 전쟁 배상까지 하라는 것은 미국에게 항복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이 이것을 받기는 힘들 것이다.

결국 협상 타결이 어려워지면 미국이 이란을 더욱 압박하기 위해 지상군을 투입해 하르그섬이나 걸프만의 도서를 점령하려 할 수도 있다. 그 경우, 미국은 과거 베트남 전쟁에서처럼 통제할 수 없는 전쟁에 휘말려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네타냐후의 설득과 베네수엘라에서의 성공 모델이 이란의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오판이 이란 전쟁이라는 미국 외교 역사상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 후과를 미국 스스로 그리고 전 세계가 감당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향후 2~3년간 세계경제가 큰 충격에 휘말리게 되었다. 세계 원유 수송량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해협을 이란이 막고, 우호적인 국가들에만 선별적으로 개방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1척당 200만 달러의 통행료를 부과하겠다고 한다. 이로써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석유의 80%, 가스의 90%가 아시아 시장으로 오기 때문이다. 한국도 중동에서 석유의 70%를 공급받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1일 백악관에서 이란 전쟁에 대한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REUTERS

'에너지 불안 시대'로 진입한 세계경제

최근 이코노미스트 보도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휘발유 가격은 전쟁 후 14% 상승했지만 동남아에서는 42% 상승했고 필리핀과 미얀마에서는 70% 이상 급등했다. 연료 가격 상승은 다른 물가도 오르게 만들어 물가 상승 속에 경기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경험하게 할 것이다. 연료비 증가는 정부 보조금 증가로 이어져 재정을 압박하고 재정적자 누적은 투자 신뢰도를 약화시켜 환율 불안과 투기 세력의 공격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나프타와 같은 석유화학 관련 제품의 공급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이는 한국처럼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에 큰 부담이다. 그리고 이란 전쟁으로 전 세계 해상 비료 거래의 약 3분의 1이 위협받고 있다. 이는 유가뿐 아니라 식량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026년 물가상승률을 2.1%로 예상했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 5%를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료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식량 생산이 감소하면 지금의 위기가 에너지 위기에서 식량 위기로 확산될 것이다. 이러한 에너지와 식량 위기는 세계 도처에서 정치적 위기를 유발할 것이다. 2022년 에너지 위기 때 스리랑카에서 정권이 붕괴하는 등 남아시아에서 정치적 혼란이 발생했었다.

이처럼 세계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이란 전쟁이 어떻게 끝날지는 아직도 미지수다. 그러나 확실한 것이 있다. 그것은 군사안보 분야의 혼란 못지않게 세계경제도 심각한 '에너지 불안 시대'로 진입했다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지금의 상황을 일시적인 단기적 위기가 아니라 장기적 위기로 보고 에너지 의존 구조를 대폭 혁신하는 근본적 대응 전략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윤영관 아산정책연구원 이사장(전 외교통상부 장관,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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