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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고, 버티고, 숨기고…매물 절벽에 폭주하는 임대차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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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유진 기자 ooh@sisajournal.com]

서울 전세 씨 마르고 월세까지 껑충…집 구하기 '하늘의 별 따기'

벼랑 끝 세입자들 계약 연장에 집 공개 거부까지 '생존형 버티기'

서울 성북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아파트 매매 관련 안내문이 붙어있다.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전세 매물 광고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연합뉴스

서울 관악구 아파트에서 전세로 사는 나소현씨(여·30대)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계약 만료까지 1년 가까이 남았지만 미리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할지 고민하고 있다. 나씨는 지난해 2월 전셋집에 입주했는데, 집주인이 최근 집을 내놓았다는 소문을 듣고 마음이 조급해졌다.

그는 "버팀목 전세대출을 이용해 저리로 집을 구한 터라 최소 4~6년 거주를 생각했는데, 전세 매물이 갈수록 사라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행동을 개시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집주인이 바뀐 뒤 실거주를 이유로 계약 종료를 요구하면 어쩔 수 없지만, 현재로서는 가능한 모든 선택지를 동원해 계약 기간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서울 임대차 시장은 그야말로 대혼란이다. 전세든 월세든 빈집을 찾기 힘들고 가격은 껑충 뛰었다. 전방위적 가격 상승과 매물 잠김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며 세입자들이 정주 여건을 사수하려는 각양각색 '버티기'에 나서면서다. 계약 기간이 끝나기 한참 전부터 미리 연장 도장을 찍거나, 아예 스스로 전세금을 듬뿍 올려주며 길게 살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식이다. 심지어 집주인이 집을 팔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으며 세입자와 집주인 간 갈등도 커졌다.

갭투자 막히자 공급 끊겼다

이런 일이 벌어진 이유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있다. 다주택자들을 겨냥한 정책의 충격파가 임대차 시장까지 흔들고 있어서다. 집주인이 직접 살아야 하는 요건이 까다로워졌고,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들까지 세금 폭탄을 피하려고 집을 서둘러 팔아버리면서 시장에 세를 내주던 집들이 확 줄어들었다. 서울 전세 매물은 사실상 고갈됐다는 게 요즘 시장의 평가다.

특히 비교적 집값이 저렴해 청년층이나 신혼부부가 많이 찾는 서울 외곽 지역에서 전세가 싹 말랐다. 일부 다주택자가 갭투자를 목적으로 전세 세입자를 들였던 수요가 줄어들면서 전세 공급이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4월1일 기준 노원구 전세 매물은 2개월 전인 2월2일 대비 57.5% 감소한 236건에 그쳤다. 강북구(-51.3%), 중랑구(-50.4%), 금천구(-47.1%) 등도 두 달 새 매물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성북구 전세 매물은 전년 동월 대비 90% 감소했으며, 중랑구·노원구·관악구·강북구·금천구 등 서울 외곽 자치구의 전세 매물도 70~80% 이상 줄어들었다. 전세 절벽의 타격을 비껴간 건 용산구(-36.6%), 서초구(-31.8%), 강남구(-19.5%), 송파구(9.9%) 등 집값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이었다.

실제로 최근 서울 대단지 아파트에서도 전세 매물이 사라지는 현상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5000세대가 넘게 거주하고 있는 서울 송파구 리센츠와 올림픽선수기자촌에는 현재 전세 매물이 '0건'이다. 노원구 대표 재건축 단지인 미륭미성삼호3차 또한 3000여 세대 중 전세 매물이 한 건에 불과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존 전세 세입자들은 시장 상황을 유심히 들여다보며 전세 계약을 갱신해 '버티기'를 택하는 방식으로 거주를 이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중 갱신 비율은 지난해 11월 42.7%에서 지난달 52.2%로 5개월 새 9.5%포인트 상승했다.

전세금을 집주인이 원하는 만큼 올려주는 대신 장기 거주를 확보하려는 시도도 늘어나고 있다. 전세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계약갱신요구권 사용을 보류하는 대신 4년 이상의 거주를 보장받는 합의를 하는 방식이다.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하면 최대 4년까지 전셋집에 거주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전세금 인상 폭이 5%로 제한되는 등 집주인이 손해를 봐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 1년 새 12.5% 껑충

전세난으로 갱신 계약을 맺는 세입자가 늘어났음에도,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하는 임차인의 비중이 제자리인 이유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중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경우는 48%로 지난해 평균(49.3%)보다 낮았다. 전세 갱신 계약의 보증금 인상 폭 또한 평균 7.1%로 5% 선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전세난이 극에 달하면서 일부 세입자에게는 '매물 숨기기'가 하나의 묘수로 퍼지고 있다. 임대인이 매도를 위해 집을 내놓거나, 실거주를 통보한 상황에서도 세입자가 매물 공개를 거부하는 사례가 등장한 것이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계약 만료가 두 달 정도 남았는데, 세입자가 이사 갈 집을 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집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며 "원만하게 해결하고 싶은데 세입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다른 방법을 찾고 싶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임차인이 거주 기간에 부동산 업소 등에 매물을 보여주는 건 법적 의무가 아니다. 그러나 통상 임대차 계약 시 '임대인의 사정으로 매매 시 임차인은 부동산 업소의 방문 등 이주에 협조하도록 한다'는 특약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아 집을 보여주는 것을 거부하면 법적 처벌 소지도 있다. 그러나 임차인들이 매물을 숨기면서까지 거주지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주거 불안이 심각해졌다는 단면이기도 하다.

이제 전세시장의 불안은 월세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 아실에 따르면, 4월1일 기준 서울 월세 매물은 두 달 전 대비 25.4% 감소한 1만4795건에 그쳤다. 서울 월세 매물이 1만5000건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24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충족되지 못한 전세 수요가 월세로 이동하면서 월세까지 폭등 중이다. 지난 2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51만5000원으로 1년 새 12.5%나 껑충 뛰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다주택자의 투기 수요를 제한하기 위한 규제는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문제는 전월세 시장 전반에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급등하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과도한 규제로 인해 주거 불안에 떠는 사람들이 없도록 임대차 시장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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