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지 기자 metaxy@sisajournal.com]
2018~22년 6000억원 이상 해외송금…90% 이상이 한국으로 유입
한학자, 아베 피살 뒤 "기시다 총리 등 日 정치인들 내게 교육받아라"
20대 대통령선거(2022년 3월9일) 직전인 2021년 일본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옛 통일교, 이하 가정연합)의 해외 송금액이 179억 엔, 같은 해 엔화 환율 기준으로 약 1863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포함해 2018~22년 656억 엔, 6000억원 이상의 돈이 해외로 흘러나갔다. 이 중 90% 이상은 한국에 송금됐다. 수천억원이 우리나라로 들어온 것이다. 가정연합은 같은 기간 한국에서 실시되는 교단 의식 관련 감사헌금도 납부하도록 했다.
창교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가정연합의 국내 상황도 녹록지 않다. 한학자 총재는 윤석열 정부와의 정교유착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재명 정부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인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수사선상에 오르며 가정연합의 전방위적인 정치권 로비 의혹이 논란의 대상이 됐다. 시사저널은 가정연합 해산을 결정한 일본 사법부의 1·2심 판결문 원본을 모두 입수해 천문학적인 부(富)를 만든 교단의 실체를 살펴봤다.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에 위치한 청심평화월드센터 천정궁 박물관과 한학자 통일교 총재 ⓒ시사저널 임준선
금액·기한 정해 특별헌금과 감사헌금 강요
3월4일 일본 도쿄고등재판소(고등법원)는 문부과학성이 가정연합을 상대로 제기한 해산 명령 청구 사건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이 합당하다며 해산을 결정했다. 가정연합은 과거부터 헌금 강요 문제가 불거져 2009년 법률 준수를 위한 선언(컴플라이언스 선언)을 했다. 그런데 이후에도 일본 신자들에게 과도한 헌금을 받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가정연합의 헌금은 2006~22년 매년 400억~500억 엔대를 기록했다.
이 돈은 해외로 빠져나갔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정연합 신자 수가 가장 많은 나라다. 막대한 헌금을 거둬들이는 일본이 한국 가정연합의 '자금줄'이라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 판결문을 통해 그 수치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판결문에 적힌 해외 선교 원조비 예산은 2015년 기준 88억 엔. 이듬해인 2016년부터는 매년 93억 엔, 100억 엔으로 늘어났다. 해외 원조비 예산은 이후 2018년부터 5년 동안 78억~90억 엔인 것으로 나타났다.
눈여겨볼 부분은 2018~22년 해외 송금액이다. 2018년부터는 매년 순차적으로 83억 엔, 144억 엔, 157억 엔, 179억 엔, 93억 엔이 집중적으로 해외로 송금됐다. 일본 법원은 이에 대해 "주요 송금 대상은 한국(한국 가정연합 외 문선명이 설립한 재단이나 발레단 포함)"이라며 "한국이 해외 송금액 전체의 90%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간 가정연합 본부는 '감사헌금 완납'을 강조했다. 일본 법원은 컴플라이언스 선언 이후에도 헌금 압박이 이뤄졌다고 본 것이다. 앞서 가정연합은 1995년부터 경기도 가평군 HJ천주천보수련원(옛 천주청평수련원)에서 '조상해원'을 실시했다. 조상의 원죄를 씻어주고 축복을 빌어준다는 의식이다. 신자들은 조상해원 감사헌금과 축복 비용 등을 낸다. 판결문에는 일본인의 경우 1~7대(부모와의 관계가 1대, 이후부터 순차 계산) 전까지 조상해원 관련 액수는 70만 엔 등이라고 돼있다.
이와 관련해 가정연합 본부는 2018년 10월 전국의 지구장·교구장·교회장 등에게 "참부모님(문선명·한학자 총재)으로부터 2020년 2월6일까지 추가로 거슬러 올라가 430대 전까지의 조상해원을 완료해야 한다는 특별 지시가 내려졌다"면서 '천주청평수련원 분원과 430대 조상축복 완료에 관한 지시사항'이라는 제목의 문서를 보냈다. 210대 전까지의 조상해원 감사헌금이 완납되는 게 필요조건이라고도 했다.
가정연합 본부는 2021년 8월 다시 "참부모님으로부터 430대 전까지의 조상해원 신청 기한이 2022년 8월까지 연장됐다"는 취지의 문서를 보냈다. 이 문서에도 2022년 8월 이후 211대 전부터 430대 전까지의 경우 감사헌금을 지불할 필요가 있다고 기재됐다. 이 밖에도 가정연합 본부는 2017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전국의 지구장·교구장·교회장 등에게 금액이나 기한을 정해 특별헌금이나 감사헌금을 안내하는 사무 연락 문서를 여러 차례 보냈다.
일본 도쿄고등재판소 판결문 중 일부. 하단에 가정연합의 항고를 기각한다는 설명이 있다. ⓒ시사저널 최준필
순자산만 1조원…"집·땅 팔아서라도 헌금"
가정연합의 순자산은 2024년 기준 1040억 엔, 우리 돈으로 1조원에 달한다. 2022년(1180억 엔)보다 다소 줄어들었다. 일본 가정연합 수입의 97% 이상은 헌금에서 나온다. 그러나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 피살 사건이 터지면서 헌금이 급감했다. 2023년의 경우 전년 대비 절반가량 감소한 229억 엔, 2024년에는 127억 엔으로 줄어들었다. 아베 전 총리를 사제 총으로 쏜 야마가미 데쓰야는 모친이 가정연합에 빠져 과도하게 헌금을 냈고, 교단과 관계가 깊은 정치인 아베 전 총리를 노렸다고 했다.
원래 가정연합은 1954년 세계기독교통일신령협회로 창시됐다. 교단이 일본에 진출한 건 1958년이다. 교주 문선명 총재(2012년 사망)는 저서에서 한국과 일본을 성경에 빗대 각각 아담과 하와로 지칭했다. 하와 국가로서 일본의 사명은 '복종'이라고 했다. 또 '만물을 하나님께 바쳐 관계를 회복한다'는 취지의 '만물복귀' 교리를 내세웠다. 신자들에게 모든 것을 바치라는 취지다.
실제로 문 총재 등은 신자들에게 "빌려서라도 하늘에 바치려고 하는 마음이 없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죽는 한이 있더라도 만물복귀를 하는 것에 합격해야 한다"거나 "100% 하나님께 돌려야 한다"고 했다. 한 지구장은 1998년 1월 신자들에게 '아버지의 나라인 한국을 구하기 위해 집이나 땅을 팔아서라도 이달 말까지 1만2000달러를 헌금해야 한다'고 말하는 문 총재의 말을 대신 전하며 헌금을 요구했다고 한다. '참부모님' 탄신일에 비행기를 바치기 위해 헌금을 요구한 간부도 있었다.
도교고등재판소는 가정연합이 달성할 수 없는 수치를 목표로 정하고 헌금이나 물품 구입 등을 신자들에게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문선명이 2012년 사망하고 아내인 한학자가 한국 가정연합 총재를 승계한 후에도 총격 사건 때까지 상황 변화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와 관련한 한 총재의 발언은 일화로도 소개됐다. 아베 전 총리가 사망한 이듬해 6월, 한 총재가 간부들을 모아놓고 했다는 이야기다.
"일본이라는 나라가 은혜를 입어 경제 대국이 된 것은 하늘이 축복했기 때문이다. 하늘로부터 축복을 받은 자는 반드시 은혜를 베풀어야 한다. 일본 정치인들은 통일교를 어떻게 할 작정인가? 가정연합을 막다른 곳으로 몰아넣고 있지 않은가. 일본 정치는 어떻게 될 것 같나? 멸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인들과 기시다(기시다 후미오 당시 총리)에게 교육을 받으러 오라고 전해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측 변호사인 노부야 후쿠모토가 3월4일 일본 도쿄고등재판소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입장을 전하고 있다. 이날 법원은 교단이 재정적으로 파탄에 이를 수 있는 기부를 불법 모집했다는 이유로 문부과학성이 요청한 종교법인 해산 명령을 유지했다. ⓒKyodo 연합
도쿄 소재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일본 본부 ⓒ연합뉴스
"신자들에게 요구하는 행위, 극히 악질적"
거슬러 올라가 1970년대부터 가정연합의 몸집은 본격적으로 커졌다. 교단은 기독교 교리를 토대로 반공사상, 세계평화, 합동결혼식 등 독창적 방식으로 교세를 확대했다. 막대한 부(富)를 쌓은 과정에는 신자들로 구성된 '기업형' 조직이 있다. 물건을 사지 않으면 자신이나 가족, 조상이 재앙을 입게 될 거라고 믿게 해 고액으로 판매하는 영감상법(靈感商法), 무보수 노동 등의 사례는 여러 차례 문제가 됐다.
단적인 사례는 1971년 5월 설립된 '주식회사 해피월드'다. 신자들이 만든 이 회사는 고려 인삼차와 고려 대리석 항아리 수입 판매 등을 주업으로 한다. 표면적으로는 가정연합과 별개의 법인이다. 일본 법원은 그러나 이곳이 교단과 인적·물적으로 얽혀 있다고 봤다. 우선 신자들인 회사 임직원은 보수의 대부분을 교회에 헌금했다. 이들은 고려 인삼차와 고려 대리석 항아리 등 해피월드 상품을 영업·판매하는 동시에 전도 활동을 했다. 이런 활동체는 '전국 행복 서클 연락 협의회'(연락 협의회, 신도회)로 불렸다.
전도·교화 활동을 위한 비디오 센터는 1982년 전국적으로 설치됐다. 일본 가정연합은 당시 비디오 센터를 통한 전도·교화 활동에 대해 도쿄도에 상담했고, 비디오 수강 요금을 징수하는 건 종교법인이 할 수 없는 사업이라는 취지의 지도를 받았다. 하지만 연락 협의회는 비디오 센터를 통한 전도·교화 활동, 회원 수와 위탁판매원의 영업·판매 활동 매출 목표 등을 정했다. 이와 관련해 1986년 설정된 월 100억 엔(당시 기준 약 504억원)이라는 매출 목표는 같은 해 말에 달성됐다.
헌금 문제는 이런 상황과 맞물리면서 불거졌다. 400페이지에 달하는 도쿄고등재판소 판결문 뒷부분에는 과거 신자들과의 민형사 소송 결과 등이 담겼다. 일본 법원은 이런 헌금 모집 실태와 분쟁 사례, 합의금 규모, 컴플라이언스 선언 이후에도 막대한 헌금이 모인 사실, 한국 등으로의 해외 송금액 규모와 조상해원 관련 헌금 강요 지시 등을 해산 결정의 배경으로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문선명·한학자 총재에게 책임이 있다는 취지다.
"가정연합이 정한 헌금 등의 수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뉴얼을 작성하는 등 조직적으로 허위 주장 등과 같은 (것을 했다는 식의) 고발을 통해 대상자(신자)의 자유로운 의사를 제한했다. 또 이들을 헌금 등을 할지 적절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상태에 빠뜨린 후 헌금 등의 행위를 권유했다. 신자들에게 타인에 대한 무상 혹은 가혹한 물품을 영업해 판매하도록 하는 활동, 전도 교화 활동에 종사하도록 요구하는 식의 행위는 극히 악질적이다."
일본 법원은 1979년 이후 2022년 피살 사건 전까지 피해자는 최소 506명이라고 판단했다. 이는 "확실히 인정할 수 있는 피해 신자"에 한해서다. 가정연합의 책임을 유추할 수 있는 피해자는 제외한 수치다.
2006년 1월1일부터 2023년 1월6일까지 성립된 '소송 외 합의한 화해금' 액수는 약 117억 엔, 1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일본 가정연합이 특별 대책비를 통해 지급 충당한 금액은 약 14억8000엔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화해금 등 지급 채무자로 지정된 신도회 신자들이 마련했다는 것이다. 일본 법원은 피해자들의 가족, 친족의 피해까지 고려하면 부당 헌금 권유 행위의 결과는 중대하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