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sisa@sisajournal.com]
'부동산 늪' 빠졌던 진보 정부들…이번엔 '고차방정식' 풀 수 있을까
李 언급 '싱가포르 모델' 의 실체? '징벌' 아닌 '공정'이 성패 가른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는 부동산 시장 안정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값 안정은 역대 진보 정권이 모두 해내지 못한 난공불락의 과제다. 이 대통령이 자신의 페이스북과 X(옛 트위터)에 집값을 잡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하는 이유다. 특히 최근에는 "선진국 주요 도시 보유세, 우리나라와 비교하면?"이라는 기사를 공유함과 동시에 세금은 최후의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해 정부의 보유세 카드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갔음을 암시했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 모두 보유세 강화를 통한 집값 안정을 정권의 목표로 내세웠지만 결과적으로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집값 폭등을 막지 못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처음으로 도입해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소유자의 세금 부담을 늘렸다. 문재인 정부 역시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매년 끌어올리며 세율 인상과 과세표준 인상으로 보유세 부담을 역대급으로 확대하면서 총공세에 나섰다.
서울 송파구 잠실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보유세 안내문 모습 ⓒ연합뉴스
집값 잡기 위한 최후의 카드
보유세 인상을 통해 집값을 잡겠다는 주장이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니다. 부동산 및 조세 분야 국제 학술지 'Top Journal'에는 보유세 수준과 집값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가 꽤 많다. 2010년과 2011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연구 성과물(Working Paper)에서는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를 완화하면 주택시장의 효율성과 안정에 기여한다고 강조했으며 국내 학계에서도 보유세로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연구가 일부 발표됐다.
문제는 보유세를 인상했음에도 현실에선 실패했다는 점에 있다.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종부세를 징벌적 세금이라고 비난하며 이를 완화하고, 과세기준을 공시가격 6억원에서 9억원(1주택자)으로 상향하자 집값이 하락하거나 안정세로 돌아섰다고 주장하는 이가 적지 않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 완화 기조를 이어가며 보유세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했지만 집값은 다시 상승세로 전환됐다.
쉽게 말해, 보유세 하나로 집값의 폭등·안정·하락을 설명할 수는 없다. 노무현 정부 시기엔 IT 버블 붕괴 이후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돼 저금리 기조가 이어졌다. 문재인 정부 시기엔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의 기준금리가 하락하며 역대급 유동성이 공급됐고 부동산 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이라는 흐름을 막지 못했다. 물론, 보유세를 조금 올리고 양도세와 거래세를 강화해 다주택자의 버티기를 유도한 점은 전략적 패착이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보유세가 완화돼 집값이 안정세를 보였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으나 당시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거시경제 전반이 침체됐고 수도권 보금자리주택 공급이 이뤄져 집값을 잡았다고 보는 것이 맞다. 반면, 박근혜 정부는 보유세를 낮은 수준으로 유지했지만 "빚내서 집을 사라"는 정부의 슬로건이 등장할 만큼 각종 금융 규제를 모두 풀며 거래를 활성화했고, 집값 상승을 경제 성장으로 포장했다.
보유세는 경제학 측면에서 보면 좋은 규제 수단이다. 투기 수요의 률을 하락시킬 수 있고 장기적으로 주택 보유의 기회비용을 올릴 수 있다.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보유세가 높고 국제 연구에서도 보유세의 효과가 높다고 밝힌 점이 우리도 보유세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의 핵심 논거다. 그러나 미국의 꽤 많은 주(州)에는 취득세가 없다. 아울러 미국 국민의 자산 축적 수단은 시장의 신뢰도가 높은 자국 기업의 주식 투자에 쏠려 있다.
사람들은 부동산 세금을 세 가지로 구분한다. 구매할 때 취득세, 보유할 때 재산세와 종부세, 처분할 때 양도세다. 세금은 정량적으로 명확히 측정할 수 있지만 부동산을 보유하거나 보유하려는 이들은 구매, 보유, 처분 과정에서 다양한 심리적 요인의 영향을 받는다. 보유세를 경제학 관점에서만 해석하고 평가해 도입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국에서 주택은 거주 공간임과 동시에 가장 중요한 자산 축적 수단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 3구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숫자 너머의 심리…'세금 폭탄'이 주는 시그널
지난 3월 싱가포르를 방문한 이 대통령은 싱가포르의 부동산 정책에 관심이 많다고 언급했다. 싱가포르 역시 좁은 국토에 많은 사람이 모여 살지만 우리처럼 집값이 불평등과 박탈감의 사회적 난제로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싱가포르는 주택 정책을 경제학 관점에서 해석해 시장에 맡기지 않고, 삶의 질 안정과 정부의 정치적 안정이라는 심리학 관점에서 이를 설계했다. 이른바 소득, 저축, 주거의 상호 연계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는 국가가 토지를 관리하고 국민을 공공주택에 거주하게 함과 동시에 국가의 저축 제도인 중앙적립기금(CPF)에 전 국민을 가입시켜 해당 자금으로 국민의 주택 구매를 유도한다. 주택을 구매한 사람들은 이를 자신들의 자산처럼 보유한다. 우리가 싱가포르의 부동산 정책을 100% 벤치마킹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부동산을 바라보는 그들의 관점과 철학을 살펴보고 이해하는 건 필요하다.
보유세는 금전적 액수라는 경제적 측면 못지않게 심리적 시그널로서 시장에 매우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는 보유세 인상을 통해 '집은 자산 축적이 아닌 비용이 소요되는 투기자산'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해당 신호는 심리학적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장기 로드맵이 부재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보유세에 대한 시그널은 끊임없이 변경됐기에 저항 등 역효과만 유발한다.
보유세 등 부동산 정책은 공정성 인식이 국민의 수용도를 좌우한다. 싱가포르는 개인의 소득, 저축, 주거를 상호 연계해 자국민의 삶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두고 정책을 수립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보유세를 도입하더라도 세수를 투명하게 운영해 무주택자, 고령층, 청년층의 주거 지원에 집중해야 한다. 아울러 일부 부도덕한 법인 등 투기 세력에 집중적으로 과세한다면 여론의 반발은 최소화하고 정책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다.
보유세를 포함한 부동산 정책 효과는 경제학과 심리학을 동시에 적용하고 해석하는 고차방정식이다. 이 대통령의 승부수가 이번에는 통하길 기대한다.
권상집 한성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