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호르무즈에 발 묶인 韓 선박 '안전 귀항' 서둘러야
에너지 공급망 다변화 전략, 이제 선택 아닌 필수
대체항로·자원외교로 위기에 강한 '경제안보' 구축해야
ⓒChatGPT 생성이미지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 미국과 이란이 2주간의 휴전에 합의하며 확전이라는 파국은 피했다. 하지만 지금의 휴전은 그야말로 언제든지 깨질 수 있는 불안한 상태 그 자체다. 2주간의 휴전이 제대로 지켜질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양국의 협상은 핵 개발 포기부터 호르무즈해협 통제 권한, 전쟁 배상금 등에 이르기까지 입장 차이가 크다. 종전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초불확실성의 미래를 앞둔 한국은 한숨 돌릴 틈조차 없다. 복잡하고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우리 앞에 놓인 우선순위는 명확하다. 우선 호르무즈해협 안에 갇혀 있는 한국 선박 26척과 한국인 선원 173명이 안전하게 빠져나오도록 해야 한다. 장기간의 대기로 선박 상태는 악화되고, 연료와 식량마저 언제 동날지 모르는 열악한 상태다. 일시적으로 '기회의 문'이 열렸지만, 이란 측은 '통제된 통행'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해협에는 세계 각국의 선박 2000여 척이 갇혀 있다. 극심한 병목현상이 예상되는데, 정부와 민간의 역량을 총동원해 우리 선박의 안전한 통과를 이뤄내야 한다. 또 다른 불확실성도 있다. 호르무즈해협이 완전히 다시 열리더라도, 전쟁으로 손상된 에너지 생산과 수출이 예전의 규모와 속도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여기에 이란과 미국은 호르무즈해협 통행료를 현실화하겠다는 목소리를 점점 더 키우고 있다. 위기는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종전 이후에도 '전쟁 이전'의 상황으로 돌아가지 못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란의 '통제된 통항' 뚫을 전략 필요
이제 우리에게 대체항로 확보와 자원외교는 선택사항이 아니다. 일회성에 그쳐서도 안 될 일이다. 실제 이번 사태는 한국의 글로벌 해상 물류망이 구조적 취약성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70%에 이르는 구조 속에서 호르무즈해협 하나가 막히자 대한민국 경제의 뿌리 전체가 흔들렸다. 산업연구원은 4월8일 '미-이란 분쟁과 글로벌 물류경로 재편 가능성' 보고서에서 "이번 분쟁을, 유가 충격과 에너지 공급망에 대한 단기적 대응을 넘어 대체 물류 경로와 중기 산업 전환 전략을 함께 검토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두 번의 오일쇼크를 겪었지만, 우리의 에너지 공급망은 여전히 허약하기 그지없다. 4년 전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 때도 '에너지 믹스'와 '에너지 효율' 등에 대한 국가 차원의 중장기적 전략과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그때뿐이었다. 지정학적 충격이 반복될 때마다 대한민국 경제가 출렁거리게 둘 수는 없다. 이제는 비용이나 경제성에 앞서 안정성을 우선순위에 두고 탄력성 높은 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도 검토해 봐야 한다. 세계 질서는 이미 힘의 논리가 지배하고 있고, 경제안보는 국가 생존의 최전선에 섰다.
중동전쟁이 준 교훈은 바로 '국가의 나침반'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동 사태라는 폭풍만 지나가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면, 다시 찾아올 위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