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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이 던진 화두 '동맹 재조정'…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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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환 성균관대 겸임교수(국가정보안보정책연구센터장) sisa@sisajournal.com]

'무임승차'로 '트럼프 청구서' 막을 수 있나…한미 간 현안은 산더미

안보·국익 직결된 전쟁에 기계적 균형? 제3자처럼 평론하는 것도 위험

이란 전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한 '4~6주 시한'의 끝자락에서 2주간 휴전 중이다. 전황은 예단할 수 없지만, 근대 전쟁사상가인 클라우제비츠가 진단했듯 전쟁은 정치의 연장선이자 그 수단임은 분명하다.

당사국인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말할 것도 없고, 전쟁 수행에 비협조적이던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와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 등 모두가 정치적 이해타산에 분주하다. 일본의 다카이치 총리와 이재명 대통령도 여론을 의식하기는 매한가지다. 전쟁의 이면에는 미·중 제로섬의 패권경쟁이 드리워져 있다. 서방 중심의 국제 질서가 틈을 보일수록 중국·러시아·이란·북한(CRINK)의 수정주의 국가연대는 도드라진다.

글로벌 행위자들의 복잡다기한 상호작용과 정치적·개인적 이해가 뒤섞이고, 온갖 소음과 가짜뉴스, 공작이 작동하는 시대에 그 맥락을 온전히 읽어내기는 쉽지 않다. 옳고 그름의 이분법 역시 현실을 단순화하는 오류다. 그럼에도 이란 전쟁을 바라보는 국가사회의 시각은 명료하지 않다.

ⓒChatGPT 생성이미지

트럼프 행동력 대신 입만 보는 한국의 위험성

첫째, 한국의 안보·국익이 직결된 이 전쟁을 제3자처럼 평론하고, 피아 간에 기계적 균형을 취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는 전쟁의 정당성과 책임 소재를 흐린다. 군사행동에 대한 비판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하는 사이, 이란 핵 프로그램의 역내 위협과 올해 1월 반정부 시위대를 유혈진압하면서 돌출된 47년 신정체제의 폭정은 가려진다.

한국이 1962년 10월에 수교한 이란과 척을 져서는 안 되지만, 그보다 4개월 앞서 수교한 이스라엘을 외면할 수도 없다. 2023년 10월7일 유대인 안식일의 이른 아침,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침범해 양민 1400명 이상을 무참히 살해했다. 220명 넘게 인질로 잡아갔다. 홀로코스트 이후 최악의 유대인 학살이었다. 배후에 이란이 있었다. 그 길로 이스라엘은 잔디를 깎듯 이란의 대리 세력을 제어하던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 위험의 뿌리를 뽑는 전쟁에 들어서게 된다.

걸프 지역은 한국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한국의 원유 수입 중에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쿠웨이트 등 중동산 비중은 70.7%다. 이의 99%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다. 1973년 오일쇼크 무렵 한국은 걸프국가들의 인프라 건설에서 특수를 누렸다. 지금도 UAE의 바라카 원전 수주에다 방산 수출 및 사우디의 '네옴시티' 신도시 건설에서 제2의 중동 붐을 일구려고 한다. 이라크에 자이툰 부대를 파병했었고, 레바논에 동명부대, UAE에 아크부대와 소말리아 아덴만에 청해부대가 파병돼 지역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정부의 대응으로 눈을 돌리면, 이재명 대통령과 청와대는 에너지 수급의 안정과 안전에 외교력을 총동원한다. 한반도 정세와 대미·대이란 메시지 관리에 긴장하고 조심한다. 고육지책이다. 그런데, 이 와중에 정부 일부에서는 대북한 관여를 계속 의제화한다. 국무총리의 트럼프 대통령 면담과 통일부 장관·국정원장의 정부·국회 보고에서 미·북 정상회담에 대한 희망은 일관된다. 당면 위기 타개를 위한 범정부적인 정책 집중과 거리감이 있다.

둘째, 일부 여당 국회의원과 진보 성향의 학자·언론인들은 미국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이해에 인색해 보인다. 미국이 냉전 때 '세계의 경찰'로서 공공재를 제공하던 시절을 상정하면서도 대이란 군사행동은 불법으로 단정하고, 동맹국에 대한 파병 요구는 '미국 우선주의의 약탈'로 폄훼한다. 문제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비난이 이란을 이롭게 하며, 이란의 전쟁 지속력을 돕고 있는 러시아와 중국을 편드는 것으로 인지되는 점에 있다.

또 트럼프의 입과 강압 외교에 대해서는 불가측하며 무책임하다고 힐난하면서도, 그의 해결사적 행동과 미 행정부의 전략적 견고함에는 주의를 잘 기울이지 않는다. 그런데 백악관의 국가안보전략(NSS)을 보면, "우리는 적대적 세력이 중동, 그 석유 및 가스 공급원, 그리고 이것이 통과하는 초크 포인트(choke point·전략적 병목지점)들을 지배하는 것을 막으면서도 막대한 대가를 치르며 우리를 그 지역에 얽매이게 했던 '영원한 전쟁'을 피하고자 한다"고 못 박고 있다. 국방전략(NDS)도 동맹의 책임을 강조하고, 대동맹 지원은 "결정적이지만 더 제한적"으로 한정한다.

셋째, 미국 패권의 부각이다. 서방의 동조를 얻어내려는 외교에 공을 적게 들이는 점을 문제 삼는다. 이번에 동맹들이 뒷걸음친 것은 분명 논쟁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와 한국·호주·일본을 차례로 지목해 그 섭섭함을 연일 표출한다. 나토 회원국 주둔 미군 철수 등 불이익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방이 균열의 진통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란 전쟁이 중동 국가들의 역학관계와 미·중·러의 동학, 우크라 전쟁과 한반도·대만해협 이슈와 얽히고설켜 있는 점을 고려할 때, 동맹 재조정의 필요성을 확인해준 셈이다.

동맹의 책임성-상호성을 진정성 있게 교환해야

한편 미군의 다영역 작전과 원거리 투사의 전략적 유연성은 효능이 입증됐다. 이란을 압도하고, 중·러·북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주한미군의 미사일방어체계인 패트리엇과 사드 장비의 일부가 반출되었으되, 중동 전구에 미군 자산이 총집결했다. 현지 주둔 미군과 이스라엘의 공군력을 비롯해 미군의 우주·사이버·전자전 역량, 항모전단의 화력, 오키나와에서 급파된 해군·해병원정대와 미 본토의 신속대응군과 공수사단의 기동, 그리고 중앙정보국(CIA)을 필두로 한 정보 역량과 지휘·통제 메커니즘은 한반도 유사시에도 반입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트럼프 2기의 국방 정책을 설계한 엘브리지 콜비 전쟁부 차관은 유리한 힘의 균형과 공동책임에 기반한 동맹이 지속성 있고 강하다고 말한다. 나토와 한·일·호주의 역사와 가치는 대체 불가능하며, 중국이 장기적으로 신뢰할 만한 파트너인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있다.

한미 정상은 작년 8월말 한미동맹을 더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현대화해 나가자고 합의했다. 한국은 모범동맹으로 인정받았다. 국방비는 글로벌 기준을 충족했고 35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는 진행형이다. 핵추진잠수함 건조와 한미원자력협정 상의 농축·재처리 권한 확대를 얻어냈다. 한일 셔틀외교를 열어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있다. 이제 트럼프는 '전쟁 비용 분담, 주둔 미군 재배치, 관세 협박'과 같은 청구서를 거칠게 내밀 태세다. 한국의 무임승차는 종료됐고, 포스트 이란 전쟁 관여는 불가피하다. 일본과 공동보조는 매우 유효하다. 청와대와 내각, 국회가 각급의 대미 소통 채널을 능동적으로 가동해 동맹의 책임과 상호성을 진정성 있게 교환해 가면 좋겠다. 한미 간 현안은 산더미 같으며, 시급하다.

조경환 성균관대 겸임교수(국가정보안보정책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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