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인회 기자 underdog@sisajournal.com]
TG-C 임상 3상 막바지에 사내이사 합류…경영 능력 시험대
주력 계열사 실적 부진 속 상업화 앞두고 '성과 편승' 논란
코오롱그룹 4세 이규호 부회장이 3월26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바이오 사업 계열사 코오롱티슈진 이사회에 전격 합류했다. 이 부회장이 2012년 그룹 입사 이후 바이오 담당 계열사 경영에 직접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TG-C'로 이름을 바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가 글로벌 상업화 문턱에 다다른 시점에 사내이사로 등판한 것이다.
업계에선 임상 3상 막바지에 접어든 골관절염 세포 유전자 치료제 TG-C의 상업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오너가를 투입한 것으로 풀이한다. 유력 후계자의 합류를 통해 임상 성공에 대한 자신감을 대외적으로 표출하는 동시에, 경영 능력 입증을 거쳐 승계 수순을 밟으려는 잰걸음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다 된 밥상에 숟가락을 얹어 승계를 위한 '성과 챙기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쓴소리도 나온다. 부친 이웅열 명예회장이 20년 넘게 공들여온 사업인 만큼, 여기서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하면 바이오 사업은 물론 경영 승계 구도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어깨가 무겁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에 위치한 코오롱 본사 원앤온리 타워와 코오롱그룹 이규호 부회장(작은 사진) ⓒ시사저널 이종현·코오롱 제공
父의 '27년' 숙원 사업, 직접 챙기는 후계자
TG-C의 옛 이름은 인보사로, 그룹의 애증이 담긴 신약 개발 사업이다. 이른바 '인보사 프로젝트'는 이 부회장의 부친인 이 명예회장이 1999년 세포 유전자 기술을 이용한 골관절염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미국 현지에 바이오벤처 티슈진(현 코오롱티슈진)을 설립하며 첫발을 뗐다. 기존 치료제가 일시적인 통증 완화에 그쳤다면, 인보사는 연골 기능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근본적인 치료제로 주목받았다.
인보사는 2017년 유전자 치료제로 허가를 받고 국내 판매에 들어갔다. 그러나 2019년 미국 임상 3상 과정에서 최초 허가 당시 제출된 세포와 실제 성분이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치명적인 위기를 맞았다. 결국 국내 품목 허가는 취소됐고 미국 임상도 중단됐다. 파장은 컸다. 신뢰도에 타격을 입은 코오롱티슈진은 코스닥 퇴출 위기까지 내몰렸고, 이 명예회장은 성분 조작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룹 전체가 휘청거린 셈이다. 이 명예회장은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고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 6년간 이어지던 사법 리스크를 비로소 떨쳐냈다.
벼랑 끝 상황에서도 코오롱은 인보사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2020년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며 임상 재개를 승인했기 때문이다. 이름을 TG-C로 바꾼 코오롱티슈진은 2024년 임상 대상자 1020명에 대한 투여를 마치고 현재 추적 관찰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7월 임상 3상 주요 평가지표(톱라인) 발표를 앞둔 상태다. 유효성과 안전성이 입증될 경우 내년 1분기 중 미 FDA에 품목 허가를 신청해 2028년 상업화에 들어간다는 것이 코오롱티슈진의 계획이다.
전망도 나쁘지 않다. 위해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월 미 FDA가 세포 유전자 치료제 규제를 완화해 수혜가 예상된다"며 "글로벌 1위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인 론자를 통해 품목 허가를 신청하는 만큼 최종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의 이사회 합류에 대해서는 "그룹 차원에서도 TG-C 성공에 높은 자신감을 보이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TG-C의 상업화가 현실화할 경우 코오롱티슈진은 그룹의 캐시카우로 거듭날 전망이다. 2031년 주요 7개국(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일본)의 골관절염 시장 규모만 6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진통제가 아닌 TG-C 같은 근본적인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코오롱티슈진의 임상의가 2025년 3월11일(현지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의 코오롱티슈진 본사에서 TG-C 주사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주력 계열사 부진…'바이오'로 왕관 노리나
임상 성공 기대감은 주가로도 번지고 있다. 올해 1월2일 7만1500원으로 시작한 코오롱티슈진은 3월26일 장 중 13만700원까지 치솟으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종가 기준 올 1분기 상승률만 49.2%에 달한다. TG-C의 국내 및 아시아 판권을 쥔 코오롱생명과학도 마찬가지다. 올 초 4만6500원이었던 코오롱생명과학 주가는 현재 6만원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3월26일에는 장 중 6만9100원을 기록하며 7만원 선에 육박하기도 했다.
재계에선 'TG-C'의 임상 성공 여부에 따라 이 부회장의 승계 속도도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명예회장이 2018년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주식을 한 주도 물려주지 않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코오롱글로벌(0.04%)과 코오롱인더스트리(0.01%) 지분만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이 부회장은 코오롱글로벌 부사장(2020년), 코오롱모빌리티그룹 사장(2023년)을 거쳐 2024년 지주사 코오롱의 전략부문 대표이사 부회장에 올랐으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건설 경기 침체와 화학 시황 악화로 주력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과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실적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코오롱은 2024년 지주사 전환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부회장이 경영 성과를 포장하기 위해 상업화가 눈앞으로 다가온 바이오 사업에 뛰어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른다. 20년 넘는 세월 동안 부친의 피와 땀이 섞인 사업을 이어받아 최종 결실을 맺었다는 명분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룹 차원에서도 코오롱티슈진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코오롱은 이 부회장이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인 2023년(400억원)과 2024년(478억원) 2년 연속으로 출자 규모를 키웠다. 지난해 3분기까지도 441억원을 출자했다. 이는 임상 비용 등 코오롱티슈진의 필수 운영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조치였다.
재계 관계자는 "인보사 사태 관련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이 부회장이 공개적으로 바이오 사업에 등판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것"이라면서 "부친의 명예 회복과 이 부회장 자신의 승계 문제에 더해 그룹의 미래가 걸린 TG-C 성공에 전력 투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