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서 기자 kys.ss@sisajournal.com]
김도읍, 지도부에 '무공천' 건의…당 일각 "부산 의원 절반 찬성" 주장도
"국힘 후보 내서 3파전 가면 힘든 선거" vs "무공천 주장? 해당 행위"
국민의힘 후보군은 누구…박민식은 몸풀기, 김민수는 '韓 저격수'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3월22일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을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전 대표가 부산 북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무소속 출마를 사실상 공식화한 가운데 국민의힘에서 후보를 낼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국민의힘은 공식적으로는 '무공천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인지도 높은 한 전 대표에 이어 여권에서 하정우 청와대 AI(인공지능)미래기획수석 차출론을 키운 상황에서, 국민의힘까지 후보를 내면 3파전이 치러진다. 보수 단일화 없이 표가 갈리면 여권 후보가 어부지리로 당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당 일각에서도 '무공천' 요구가 제기된다.
부산 북갑은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로, 전 의원의 부산시장 출마로 6·3 지방선거와 함께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앞서 한 전 대표는 전날(13일) 북갑 만덕동에 집을 구했다며 사실상 출마 입장을 밝혔다. 14일에는 CBS라디오에 출연해 "(만덕동 대단지 아파트에) 전세 계약을 했고 앞으로 여기서 정치를 계속할 생각"이라며 "머지않아 좋은 기회가 되면 자가 주택을 구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무공천'과 '공천 강행' 입장이 갈리는 분위기다. 원내에서도 처음으로 당 지도부에 '무공천'을 공식 건의한 4선 중진 김도읍 의원(부산 강서)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 전 대표의 부산 북갑 출마가 기정사실인 상황에서 민주당도 후보를 내고 우리 당에서도 후보를 내 3자 구도가 되면 우리 당이 힘들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당이 후보를 내면 민주당이 쉽게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구도가 되니 후보를 내지 않고 범보수 세력인 한 전 대표가 선거에 임하는 것도 방법이지 않겠냐는 차원에서 제안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국민의힘 후보와 한 전 대표의 단일화 시나리오에 대해서도 찬성했지만 현실성은 낮다고 봤다. 그는 "단일화도 좋은 방법이지만, 문제는 3자 구도가 확실시되는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한 전 대표를 설득해 우리 당과 민주당 간 양자 구도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한 마음에 무공천도 방법이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를 향해선 "3자 구도에서 어려움이 예상되는데 무조건 공천하겠다고 하면 선거 결과에 대해선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중진인 한기호 의원도 최근 국민의힘 국방위원 단체 대화방에 "부산 국회의원 공석에 우리 당에서 공석으로 놔둬야 한다는 김도읍 의원 의견에 동감한다"며 "한 전 대표와 화합할 마지막 기회가 왔는데, 또 헛짓을 한다면 우리 당은 정말 끝"이라는 글을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친한계(親한동훈) 의원은 시사저널과의 통화에서 "부산에 지역구를 둔 17명의 국민의힘 의원들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무공천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본다"며 "아직 전재수 의원이 사퇴하지 않아 지역구가 열리지 않은 상황이라 입장을 보류하거나 상황을 지켜보는 분들이 계시지만 승리를 위해선 공천을 하면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북갑 보궐선거가 3파전이 된다면 부산시장 선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에서 제명당한 한 전 대표가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만큼 박형준 부산시장의 선거에서 지원사격에 나설 수 없다는 시각이다. 결국 보수 진영 내에서 결속력이 약해질수록 유권자로서도 표심이 갈려 민주당에 유리한 국면이 펼쳐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이에 당에서 5선 의원을 지낸 부산시장 출신 서병수 북갑 당협위원장은 공식적으로 "한 전 대표가 부산 북갑 보선에 나선다면 국민의힘은 무공천을 해서라도 한 전 대표와 연대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한 전 대표와의 연대를 주장했다.
미국으로 향하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장 대표 페이스북 캡처
"장동혁, 죽어도 한동훈은 안 돼…무공천 비현실적"
그러나 국민의힘 지도부는 '무공천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부산 북구을에 지역구를 둔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공당으로서 정치적 존재 이유를 스스로 포기하는 행위"라며 부산 북갑은 무공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도 이날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에게 "그 자리(북갑)가 비면 국민의힘의 후보를 낼 것"이라며 "무공천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았다. 당권파인 조광한 최고위원도 전날 YTN 라디오에서 "무공천 주장은 해당행위(소속 정당에 해를 입히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당 입장으로선 공천을 진행하는 것은 당연한 절차다. 특히 한 전 대표가 당 소속이 아닐뿐더러, 제1야당으로서 공정하게 후보를 접수받고 공식 공천 절차를 밟지 않는 것도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의힘에선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과 이영풍 전 KBS 기자 등이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박 전 장관은 부산 구포에서 나고 자라 해당 지역에서 재선을 했던 만큼 공천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당원 지지도가 높은 김민수 최고위원 차출론도 제기된다. 당 일각에선 윤 어게인 노선을 강조해온 김 최고위원은 한 전 대표를 겨냥한 '자객 공천' 카드로서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정치권에서는 장동혁 지도부가 지금까지 밟아온 강성 노선에 따라 이번 무공천 요구도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전날 시사저널TV 《정품쇼》에 출연해 "지금 장 대표는 '애니싱 벗 한동훈'(anything but 한동훈)이다. 죽어도 한동훈은 안 되는 상황으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한 전 대표의 당선을) 막을 것"이라며 "지도부 주변에서 아무리 '이렇게 가다간 선거 무조건 진다'며 말리고 설득하는 사람들이 있어도 흔들리지 않고 공천을 강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이 후보를 내면 한 전 대표와 여당 후보까지 총 3파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에 직접 러브콜을 보내며 "민주당 대표로서 민주당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고, 조승래 사무총장도 지난 6일 하 수석과 만나 출마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하 수석은 최근 인터뷰 등 언론 접촉을 넓히면서 인지도를 높이고 있지만 출마 의사를 묻는 질문에는 '이재명 대통령의 결정에 따르겠다', '대통령이 결정권을 줘도 청와대에 남겠다'며 즉답을 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