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정윤경 기자 jungiza@sisajournal.com]
'흔들리는데 돌아설까' 망설이는 부산…'해수부 이전 효과' 구도는 與 유리
'野 불리' 여론조사와 다른 바닥 민심…'우리가 남이가' 정서·보수 결집 관건
'한동훈 돌풍'에 전국 주목 받는 북구…"보수 재건 주인공" vs "지역 몰라"
"국민의힘은 다 맛이 가삤다". 현장에서 느낀 '회초리'는 예상보다 강도가 매서웠다. 부산에서 직접 '느낀' 민심은 서울에서 '들은' 민심과 확연히 달랐다. 부산 어디서나 '성난 민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곳이 소위 '부자 동네' 해운대든, 6·25 피난민이 몰려 형성된 북부권의 '서민 동네'든 크게 다르지 않았다.
"내는 죽어도 국민의힘입니데이". 이 역시 부산 저잣거리의 바닥 민심이다. 국민의힘이 아무리 지지부진해도 더불어민주당만은 못 찍겠다는 말이다. "우리가 남이가" 정서는 여전히 강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1995년 첫 민선 지방선거 이후 단 한 번, 오거돈 전 시장을 제외하면 부산은 30년 넘게 줄곧 '빨간당'을 찍어왔다.
지금 부산 민심은 이 두 문장 사이 어딘가에 서있다. 회초리는 들었지만 내려칠지는 아직 망설이는 모습이다. 흔들리지만 돌아설지는 확실치 않은 표심이다. 결국 승부는 선거의 3요소인 '구도·인물·이슈'를 누가 더 정확히 읽고 선점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선에 도전하는 박형준 부산시장과 민주당 전재수 후보의 맞대결에서 표심은 어느 쪽으로 기울까. 4월10일부터 12일까지 부산의 바닥 민심을 직접 훑어봤다.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이 4월1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타워에서 열린 AI혁신위원회 3차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왼쪽 사진).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4월14일 부산 북구 만덕2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전입신고를 하고 있다(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李, 얄밉게 일 잘해" vs "우리가 남이가 여전"
우선 '구도'는 전재수 후보에게 유리하다는 평가다. 실제 현장에서도 그가 집권여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중앙정부의 지원을 더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중앙 정치-지역 개발-경제 활성화'를 한 몸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보이소, 기자 양반. 지금 이재명이가 딱 대통령이 되니까 해수부(해양수산부)도 내려주고 그런다 아이가. 안 그래도 젊은 사람 없어 죽겠는데 얼마나 좋노. 만약에 전재수가 되면 중앙에서 사업 더 따올 거 아이가. 해수부도 가꼬 왔는데 뭔들 더 못 하겠나". 부산 내에서도 대표적인 보수 텃밭 중 하나로 꼽히는 금정구 범어사에서 만난 유아무개씨(80)의 말이다.
해수부 이전 추진 이후 부산 민심은 이 대통령에게 비교적 우호적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현장에서는 "이재명은 얄밉지만 일은 잘한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는 수치로도 입증된다. 세계일보가 4월9일부터 10일까지 한국갤럽에 의뢰해 부산 지역 유권자 8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직무 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67%,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28%로 나타났다(응답률 12.8%,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
국민의힘에 대한 '회초리론'이 작동하는 것도 전 후보에게는 유리한 구도로 꼽힌다. 한국갤럽이 3월31일부터 4월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부산·울산·경남(PK)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 민주당 지지율(42%)보다 크게 낮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 인근에서 만난 김아무개씨(73)는 "요새 국민의힘 돌아가는 거 보면 답답해 죽겠다 아이가. 장동혁이도 인기 떨어졌으면 물러날 줄 알아야 되는 거 아이가. 왜 그렇게 고집부리고 있노"라고 반문했다.
흥미로운 점은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이 커졌지만, 그렇다고 민주당으로 곧장 표심이 이동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의 자진 사퇴 필요성에 대해 한참 목소리를 높였던 김씨 역시 "나는 죽어도 국민의힘이다! 그건 안 바뀐다"고 했다. 세계일보가 같은 기간 부산 시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정 지원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48%, '정권 견제를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41%로 오차범위 내 접전을 보였다.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과 이재명 정부에 대한 기대가 교차하는 가운데 실제 투표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팽팽하다는 점이 현재 부산 표심의 가장 큰 특징으로 꼽힌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가 4월1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전재수 '통일교', 박형준 '엑스포' 리스크 변수
'인물' 경쟁력은 지역에 따라 다른 모습이었다. 마린시티와 엘시티 등 고급 주거지가 밀집한 해운대구에서는 '현역 프리미엄'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해운대갑은 1988년 제13대 총선 이후 민주당계 후보가 한 번도 당선된 적이 없을 정도로 대표적인 보수 텃밭으로 꼽힌다. 이곳에서 만난 자영업자 이아무개씨(37)는 "내는 부산 토박인데 박형준이 정도면 괜찮게 하는 거 아이가. 확 좋아졌다 이런 건 잘 모르겠지만 부산 돌아가는 거 보면 예전보다는 좀 나아진 거 같기도 하다 아이가"라고 말했다.
'학자' 출신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박 시장이 삭발 투쟁 이후 정치인다운 결기를 보여줬다는 평가도 있었다. 역시 보수세가 강한 부산진구에서 만난 박아무개씨는 "박형준이가 국회 가서 머리 빡빡 깎고 나오니까 사람이 좀 달라 보이더라 아입니까. 원래는 학자 출신이라 히마리가(힘이) 좀 없어 보인다 캤는데 머리 깎고 나서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아이가"라며 웃어 보였다. 앞서 박 시장은 3월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부산 글로벌허브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며 삭발에 나선 바 있다. 지역 현안을 놓고 전면에 나서는 모습이 현역 시장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전재수 후보는 지역구인 부산 북구갑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평판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22대 총선에서 부산 유일의 민주당 의원으로 당선됐다. 이 지역에서만 내리 3선을 했다. 실제 전 후보의 지역구인 구포시장을 찾았더니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전재수는 사람이 괜찮다"는 평가를 공통적으로 내놨다. 구포시장에서 홍삼을 판매하는 이아무개씨(67)는 "전재수 양반 이웃이 우리 집 단골인데 사람 참 괜찮다 카더라. 인상도 그렇고 사람 자체가 부드러운 스타일 아이가. 시장 올 때마다 가게마다 들러 인사도 잘하고 얼마나 정감 있게 한다고"라고 전했다. 지역 밀착형 활동이 전 후보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힌다는 평이다.
그러나 두 후보 모두 '이슈 리스크'에서 자유롭진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 시장의 경우 재임 동안 추진했던 2030부산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가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힌다. 유치 과정에서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데다 일부 기념품 구매 논란까지 겹치면서 실익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부산 지역의 한 국민의힘 의원은 "박 시장에 대한 민심이 가장 크게 흔들린 계기는 엑스포 유치 실패"라며 "1년 반 동안 전세기를 타고 전 세계를 돌며 유치전을 벌였지만 결과가 기대에 크게 못 미치면서 시민들의 실망감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3선에 도전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3월28일 부산진구의 한 빌딩에서 경선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박형준 시장 경선 캠프 제공
이와 관련해 박 시장은 4월11일 부산진구 부전동 선거 캠프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만나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해 "시민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등록 엑스포는 국가가 추진하는 세계 3대 메가 이벤트인 만큼 한 번의 도전으로 성사되기 어려운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평창 동계올림픽도 세 번의 도전 끝에 유치에 성공했고 등록 엑스포가 아닌 여수 엑스포 역시 두 차례 도전 끝에 성과를 냈다. 부산 엑스포 역시 재도전의 기회를 열어줘야 할 사안"이라며 "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부산이라는 도시를 세계에 알리는 성과도 적지 않았다. 이 문제를 정치적 프레임으로만 접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전 후보에게는 '통일교 리스크'가 거론된다. 2018년 무렵 통일교 측으로부터 한일 해저터널 관련 청탁과 함께 현금과 명품 시계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해당 사안은 4월10일 검찰의 불기소 처분으로 일단락됐지만 지역 민심은 여전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위기였다. 부산진구 일대에서 만난 김아무개씨(77)는 "전재수도 통일교 의혹 같은 거 있었던 거 아이가. 제대로 설명도 안 하고 그냥 넘어가데. 정치하는 사람은 그런 이야기 나오면 확실하게 정리해 줘야 하는 거 아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의혹의 사실 여부와 별개로 '찜찜함'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전 후보는 해당 의혹에 대해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4월15일 YTN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서 진행자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까르띠에 시계 수수 여부를 밝히라'고 요구한다"고 묻자 "'(부산) 북구에서 열심히 하시라'는 말씀 드리고 싶다"고 즉답을 피했다. 재차 같은 질문이 나오자 "이미 종결된 사안인데 선거를 앞두고 불리한 상황에 처한 분들이 나를 싸움의 링으로 계속 끌어들이려는 것 아니겠느냐"며 "왜곡 선전의 링에 올라갈 이유는 전혀 없다"고 했다.
마지막 관건은 '이슈'다. 다만 지역 현안 자체는 이미 전 후보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판세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많다. 이상일 아젠다랩 대표는 "PK 통합이나 해수부 이전처럼 지역 발전에 대한 기대는 부산뿐 아니라 영남 전체에서 매우 강하게 형성돼 있었는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이런 과제들이 상징성 있는 인물 공천과 함께 선제적으로 제시됐다"며 "이제는 정당의 이름이나 색깔보다 누가 실제로 지역 발전을 이끌 수 있느냐에 대한 기대가 더 크게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부산뿐 아니라 대구·경남·울산 등 영남권 전반에서도 이런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남은 변수는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으로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보수층 결집으로 이어질 수 있느냐 여부"라고 분석했다.
4월15일 부산 북구에 위치한 구포시장에서 사람들이 장을 보기 위해 오가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한동훈, 팬덤 업고 3자 구도 돌파할까 주목
부산이 이번 선거에서 유독 높은 관심을 받는 이유는 또 있다. 전 후보의 부산시장 출마로 그의 지역구인 북구갑에서 보궐선거가 함께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대선주자급'으로 거론되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출마를 시사한 데 이어 '이재명의 사람'으로 분류되는 하정우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도 하마평에 올랐다. 여기에 이 지역 국회의원을 지낸 박민식 전 국민의힘 의원까지 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북구갑 보궐선거는 사실상 여야 차세대 주자들의 '미니 대선급 대결'로 번지는 양상이다.
특히 북구갑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이른바 '한동훈 운명'이 자리하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여러 출마지를 검토하다 결국 부산 북구 만덕동에 거처를 마련하고 전입신고까지 마쳤다. 대선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수도권 인지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과 함께 향후 당권 경쟁까지 염두에 둔 행보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그의 팬덤으로 불리는 '위드후니' 지지층이 부산 지역에 적지 않다는 점 역시 무시하기 어려운 점으로 꼽힌다. 북구 표심 역시 한 전 대표가 당선되면 단숨에 보수 재건의 주인공이자 차기 대권주자로 올라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구도' 면에서, 북구갑 주민들은 '인물' 면에서 한 전 대표에게 불리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상일 대표는 "거리나 온라인에서 나타나는 '한동훈 현상'과 실제 정치 지표로 확인되는 투표력은 차이가 있다"며 "국민의힘 지지층의 기본 투표력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한 전 대표가 이를 모두 결집해 구도를 뒤집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지난 총선에서도 전재수 의원이 부산에서 유일하게 지역구를 지켜낸 곳이 북구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 기본 지지층도 여전히 살아있다"며 "특별히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가 아니라면 3자 구도에서도 민주당이 유리한 흐름이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북구에서 만난 주민들은 하나같이 '지역을 잘 아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적 인지도와 별개로, 전 후보를 지지해온 것처럼 지역 연고와 생활 밀착도를 더 중시하는 분위기였다. 구포시장에서 침구류를 판매하는 김아무개씨(45)는 "시장에 한동훈 팬들이 온다 카면 사람은 많이 몰리긴 하는데, 솔직히 소란스럽게만 하고 가뿌려서 시장 사람들은 별로 안 좋아한다. 지역을 진짜 잘 아는 사람이 와야 우리 상인들도 살려주고 안 그라겠나. 한동훈이는 여기랑 연고가 거의 없다 아이가"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들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