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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 잉크도 안 말랐는데…'560억 횡령' 최신원, SK네트웍스 복귀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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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응철 기자 sec@sisajournal.com]

이사회 반대·기권표까지 '이례적 결정'…내부 파열음

여론 역풍에도 강행…'장남 승계 지원' 포석 의혹

최신원 전 회장이 '명예회장' 타이틀을 달고 SK네트웍스에 복귀했다. 지난해 5월 5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2년6개월형이 확정된 지 10개월여 만이다. 세간의 시선은 싸늘하다. 오너 일가라는 이유만으로 충분한 자숙의 시간도 없이 자신이 피해를 입힌 회사에 돌아왔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안팎에서는 그가 쏟아지는 비난을 무릅쓰고 복귀를 강행한 진짜 이유가 장남 최성환 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파다하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SK네트워크 사옥과 최신원 명예회장 ⓒ시사저널 최준필·연합뉴스

이사회에서도 반대·기권표 쏟아진 건 '이례적'

논란의 시발점은 4월2일 열린 SK네트웍스 이사회다. 회사는 이사회를 거쳐 최 전 회장에게 명예회장 자리를 내줬다. 그는 2021년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해 5월 징역 2년6개월형을 확정받았다. 하지만 석 달 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나면서 법적인 '5년 취업 제한' 족쇄가 풀렸고, 곧바로 회사 울타리 안으로 직행했다.

내부에서부터 파열음이 일었다. 거수기 역할을 하던 국내 기업 이사회에서는 보기 드물게 반대와 기권표가 쏟아진 것이다. 지배구조 전문가인 이문영 사외이사는 오너의 복귀에 명확하게 반대표를 던졌고, 장근배 사외이사 역시 선임의 긍정적 효과는 기대하나 역할의 범위와 영향에 관해서는 판단을 보류한다며 기권했다.

밖에서도 질타가 이어졌다. 시민단체인 경제개혁연대는 "최 명예회장의 경영 복귀는 회사에 이로울 게 전혀 없는 결정"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막대한 손해를 끼친 당사자가 자숙과 재발 방지 장치 없이 경영에 복귀하는 것은 준법경영을 비웃는 처사이며, 결국 자본시장의 신뢰를 깨뜨려 주주 가치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경고다.

SK네트웍스는 지정학적 리스크와 산업 환경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최 명예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와 경영 경험을 활용하기 위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SK네트웍스는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며 공시한 증권신고서의 '핵심투자위험' 부문에서 최 명예회장을 '리스크'로 거론했다.

여기엔 '전직 임원의 특별사면과 복권이 당사의 재무 상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으나, 당사의 평판에 미친 영향에 대하여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법률 위반으로 인한 영향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우니 투자자는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 대외적으로는 최 명예회장의 존재가 회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포장했지만, 투자자들을 향해서는 그가 예측 불가능한 위험 요소임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사장 ⓒ연합뉴스

지분 1% 부자의 '장남 승계 작전'

비판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최 명예회장이 무리하게 복귀를 강행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시장은 장남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업총괄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돕기 위한 든든한 방패막이 역할에 주목한다. 2019년 회사에 합류한 최 사장은 아버지가 구속돼 자리를 비운 직후인 2022년 말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최 사장은 SK네트웍스의 유력한 후계자로 지목된다. 하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빈약한 지분율'이다. 현재 회사의 진짜 주인은 지분 43.9%를 들고 있는 지주사 SK(주)다. 반면 최 명예회장(0.05%)과 최 사장(0.32%) 부자의 지분을 다 합쳐도 1%가 채 안 된다. 지주사가 가진 주식을 사들여 회사를 완전히 떼어내려면 5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현금이 필요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최 사장을 중심으로 한 경영권 승계의 현실적인 대안으로는 최 명예회장의 사촌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동생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등 SK가(家) 수뇌부와의 교감 아래 독자경영 체제를 인정받는 우회 전략이 거론된다. 그룹 내 '사촌 경영'의 전통을 유지하면서 지주사의 간섭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SK네트웍스의 실질적 권한을 위임받는 형태다.

이를 위한 선결 과제는 실적이다. 가시적 성과를 통해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만 집안은 물론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와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최 사장은 SK네트웍스를 기존 상사·유통 중심에서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미래 유망 영역에 투자하는 '사업형 투자회사'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이를 통해 2026년까지 7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내놓기도 했다.

문제는 최 사장이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점이다. 최 사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 전인 2022년 각각 9조6664억원과 1542억원이던 SK네트웍스의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은 지난해 6조7451억원과 863억원으로 감소했다. 비핵심 계열사·사업부 정리로 인한 외형 축소와 신규 투자, 신사업의 성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올해 '영업이익 7000억원'이라는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최 명예회장이 그룹 내외부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최 사장의 경영 능력 입증을 지원하기 위한 후견인 역할로 나섰다는 게 재계 전반의 견해다. 실제 SK네트웍스는 최 명예회장의 주요 업무로 'AI 기반 사업지주회사로의 진화 과정에서 전략적 의사결정 지원'을 꼽았다. 최 사장의 경영 능력 입증에 최 명예회장의 업무 초점이 맞춰져 있는 셈이다.

그러나 최 명예회장의 복귀는 SK네트웍스를 포함해 SK그룹이 지향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기조와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이 여전하다. 앞서 SK그룹은 그동안 글로벌 표준을 뛰어넘는 수준의 이사회 중심 경영을 목표로 독립성, 전문성, 다양성을 강화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는 데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 왔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최 명예회장은 회사의 혁신을 지원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경영인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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