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아르테미스 2호 성공…"달 기지 건설로 가는 첫 단추"
한국도 2032년 착륙선 발사, 2045년 기지 건설 목표
54년 만에 달을 향해 떠났던 미국 유인 탐사선 아르테미스 2호가 무사히 지구로 돌아왔다. 달 탐사를 떠난 지 열흘 만인 4월11일(한국시간), '지구 밖으로 가장 멀리 나간 인류'라는 새 역사를 쓰고 귀환한 것이다. 아르테미스 2호의 성공이 갖는 의미는 너무나도 많다. 여성과 흑인, 그리고 외국 국적 우주비행사가 함께 달 비행에 나선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렇지만 온 인류가 기대에 부풀 만한 또 하나의 진정한 의미가 있다.
NASA가 4월 7일 배포한 이 사진은 4월6일 아르테미스 2호의 오리온 우주선(왼쪽)과 달의 표면(오른쪽)을 보여준다.
탐사 대상에서 거주 공간으로 변화하는 달
아르테미스 2호는 지구에서 40만6770km까지 날아가 인류 역사상 가장 먼 비행 기록을 경신했다. 역대 최장 거리 유인 비행 기록이었던 1970년 아폴로 13호의 약 40만171km를 갈아치운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구에서는 볼 수 없는 달 뒤쪽 표면을 인류 최초로 관찰했다.
달 뒷면은 지구의 전파가 차단돼 통신이 어렵기 때문에 지구에서는 영원히 보이지 않는 영역이다. 그동안은 2019년 중국이 달 뒷면에 보낸 '창어4호' 등 무인 탐사선이 찍은 사진으로만 이곳을 접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인류가 달 뒷면을 직접 육안으로 확인한 성과는 인류의 활동 영역이 지구 궤도를 완전히 벗어나 심우주로 확장되었음을 상징한다.
주요 임무였던 오리온 우주선의 생명 유지 장치 시험도 무사히 통과했다. 이 장치는 우주비행사들이 달 궤도를 왕복하는 열흘 동안 안전하게 호흡하고 생활할 수 있게 돕는 핵심 시스템이다. 극한의 환경에서 생명 유지 장치들이 정상 작동하는지 여부는 이번 임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지구 귀환 과정 역시 오리온의 열 차폐막 성능을 확인하는 중대한 시험대였다. 2022년 시험비행 당시 대기권 재진입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연소 현상이 발생했기에 더욱 세심한 검증이 필요했다. 지구에는 대기가 있어 대기와의 마찰열에 의해 최소 2000~3000도 이상의 고온이 발생하는 데다, 지구가 잡아당기는 중력의 영향을 그대로 받기 때문에 우주선의 속도가 발사 때보다 굉장히 빨라져 더욱 위험하다.
지구 대기권을 향해 시속 약 4만km(음속의 35배)에 달하는 속도로 돌진한 오리온은 고도 약 12만m 상공에서 대기권에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대기와의 마찰열로 온도가 섭씨 약 2760도까지 치솟았으나, 우주선은 이 고온의 순간을 잘 견뎌냈다. 이후 11개의 낙하산을 순차적으로 펼쳐 속도를 시속 약 32km로 줄인 뒤 안전하게 해상에 착수하며 극한 환경에서도 우주비행사를 보호할 수 있는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러한 성공은 향후 아르테미스 3호·4호 계획과 최종 목표인 '달 기지 건설'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한동안 관심이 줄어들었던 우주 탐사에 대한 대중적 관심도 다시 끌어올렸다. NASA는 내년 아르테미스 3호를 발사해 달 착륙선과의 도킹을 연습하고, 내후년 아르테미스 4호로 우주비행사 2명을 달 남극 부분에 착륙시킬 예정이다. 인류가 달 표면에 깃발을 꽂고 발자국을 남기는 모습은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생중계될 전망이다.
이는 향후 달 기지 건설로 이어진다. NASA는 2032년까지 달 남극에 초기 거주 기반을 다지고, 이후 유인 거주 체제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달 기지는 인류가 언제든 갈 수 있는 '새로운 영토'이자 화성 탐사를 위한 전초기지가 될 것이다. 지구보다 훨씬 낮은 달의 중력을 이용하면 화성으로 가는 우주선을 적은 연료로 발사할 수 있어 경제적 효율성이 극대화된다.
아르테미스 임무는 50여 년 전 아폴로 계획과는 결이 다르다. 1970년대 아폴로 계획이 냉전 체제 아래서 국력 과시를 위한 암석 채취 등 일회성 탐사에 가까웠다면, 아르테미스 계획은 달 기지 건설에 필요한 장비를 실어 나르고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달 착륙과 기지 건설까지 이어지려면 어려움이 많다. 지구 중력의 6분의 1에 불과한 달 환경에 대한 적응, 호흡할 산소 생성, 사정없이 쏟아지는 방사선과 운석 방어 등 기술적 난제가 여전하다. 따라서 진짜 어려운 과제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럼에도 세계의 우주 계획은 예정대로 계속 진행될 것이고, 여기에서 쌓은 기술적 노하우는 인류가 '다행성 종'(Multi-planetary species·여러 개의 행성에 거주하는 종족)으로 진화하는 데 강력한 자산이 될 것이다.
아르테미스 2호 승무원들이 4월11일 미국 휴스턴 엘링턴필드에서 열린 귀환 행사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AP 연합
한국, 7번째 달 탐사국…달 자원 확보에 주력
미국·중국 등 우주 강국들의 경쟁으로 인류가 달을 방문할 시간이 점점 현실화되는 와중에,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어디일까. 우리나라는 2022년 독자 개발한 발사체 누리호를 통해 우리 위성을 원하는 시기에 자력으로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우주항공청은 2032년까지 누리호를 매년 발사하며 국내외 위성 발사 수요를 발굴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 세계 위성 발사는 스페이스X가 주도하고 있지만,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상업 발사 서비스 시장 진입을 준비하겠다는 뜻이다.
또한 2022년 발사된 한국 최초의 달 궤도선 다누리는 세계 7번째 달 탐사 국가라는 타이틀을 안겨주었다. 다누리는 현재 달 궤도를 돌며 달 표면 지도를 작성하고 자원 분포를 파악하는 등 독보적인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다누리에 실린 NASA의 '섀도 캠'은 아문센·스베드럽 분화구 등 달의 영구 음영 지역을 촬영해 아르테미스 계획의 유인 착륙 후보지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한국 우주 기술의 국제적 신뢰도를 높였다. 아문센 분화구의 경계면이 아르테미스 3호의 유인 착륙 후보지 중 하나다.
이번 아르테미스 2호 여정에도 한국이 참여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이 개발한 큐브위성 'K라드큐브'를 아르테미스 2호에 실어 강한 방사선 영역인 '밴앨런대'의 우주방사선을 측정해 아르테미스 4호와 그 뒤를 이을 유인 달 탐사 시대를 대비하고, 우주비행사 보호에 필요한 방사선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핵심 목적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K라드큐브는 정상 사출되어 약 2시간30분 뒤 스페인 지상국에서 신호가 잠시 잡혔으나, 이후 하와이 지상국에서 정상적인 신호 판독에 실패하며 사실상 교신이 끊긴 상태다. K라드큐브는 지구 대기권에 재진입해 소멸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이번 위성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러한 도전은 미래 우주 기술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현재 우주항공청을 중심으로 2032년 달 착륙선을 띄우고, 2045년 달 기지(달 경제 기지) 건축을 목표로 하는 장기 로드맵을 가동 중이다. 이는 달의 헬륨3 등 미래 에너지 자원을 확보하고 우주 경제 영토를 확장하려는 전략적 행보다. 대한민국이 달 자원 확보와 지속 가능한 탐사를 주도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