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초기 증상은 호흡곤란·마른기침…방치하면 폐섬유화 진행
조기 진단·항섬유화 치료로 폐 기능 저하 늦추는 것이 핵심
일상생활 중 점차 숨이 차거나 호흡이 불편해지면서 마른기침이 지속된다면 단순한 노화로 넘기지 말고 호흡기내과 진료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간질성 폐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질환은 초기에는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는 정도로 시작하지만, 진행되면 일상적인 움직임조차 어려울 만큼 호흡이 악화할 수 있다. 일부 환자에게서는 호흡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서서히 악화되는 호흡곤란·마른기침
간질성 폐질환은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할수록 효과가 좋지만,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정해인 중앙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평지를 걷거나 가벼운 일상 활동을 할 때 예전보다 숨이 차다고 느끼거나, 감기와 관계없이 마른기침이 4주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의 진료를 권한다. 특히 60세 이상이거나 흡연 경험이 있고, 류머티스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있다면 이러한 증상을 단순한 노화로 넘기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배경에는 폐 구조의 변화가 있다. 폐는 공기가 드나드는 폐포와 이를 둘러싼 혈관·결합조직으로 이루어져 있다. 폐포 사이를 연결하고 지지하는 조직을 '간질'이라고 한다. 이 간질에 염증이나 섬유화가 생기는 약 200가지 질환을 통틀어 간질성 폐질환이라 하며, 주로 중장년층에서 발생하지만 흡연 여부와 관계없이 발병할 수 있다.
간질성 폐질환에서 나타나는 증상은 비교적 특징적인 양상을 보인다. 가장 먼저 나타나는 증상은 호흡곤란(숨참)이다. 주로 걷거나 계단을 오를 때, 또는 아침에 첫 활동을 시작할 때 숨이 차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는 활동할 때 필요한 산소 요구량을 폐가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폐가 점점 단단해지는 폐 섬유화로 진행하면 호흡과 신체활동 시 기도와 폐 조직이 자극받아 마른기침이 나온다.
호흡곤란과 마른기침은 초기에는 경미하게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악화된다. 병이 진행되면 심한 피로감과 체중 감소가 나타날 수 있고, 일부 환자에게서는 손가락이나 발가락 끝이 둥글게 변하는 곤봉지가 동반되기도 한다. 원인 질환에 따라 발열·근육통·관절통 등 다양한 전신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증상의 양상과 진행 속도는 환자마다 큰 차이를 보인다.
이러한 증상을 유발하는 간질성 폐질환의 원인은 다양하다. 그 가운데, 미세먼지나 곰팡이 같은 환경적 요인과 분진 노출 등 직업적 요인이 대표적이다. 곰팡이나 버섯 포자 등 미세 항원을 반복적으로 흡입하면 면역 반응으로 과민성 폐렴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간질성 폐질환의 한 유형이다. 또 류머티스관절염이나 루푸스 같은 자가면역질환도 폐 간질에 염증을 일으켜 원인이 될 수 있다. 이 밖에 항암제, 방사선 치료, 흡연, 유전적 요인 등도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간질성 폐질환은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원인 질환을 파악하기 위해 흉부 X선 촬영과 고해상도 CT 검사를 시행한다. ⓒ시사저널 박은숙
간질성 폐질환 예후 좌우하는 '섬유화'
그러나 상당수는 원인을 특정하기 어려운 '특발성 간질성 폐질환'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가장 흔한 형태는 특발성 폐섬유증이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주로 50~60대 이상에서 발생하며, 나이가 많을수록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질환은 폐 간질에 흉터와 유사한 섬유 조직이 축적되면서 폐가 점차 두꺼워지고 단단해지는 특징을 보인다. 그 결과 폐의 산소 교환 능력이 저하돼 호흡 기능이 점진적으로 악화된다.
간질의 염증과 섬유화가 진행될수록 이차적인 감염 위험도 커진다. 감염이 발생하면 호흡 상태가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 정해인 교수는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 조직이 서서히 굳어가는 만성 진행성 질환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폐 기능이 지속적으로 저하될 수 있다. 그렇지만 최근에는 항섬유화제를 통해 질환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어, 조기에 진단하고 꾸준히 치료하면 일상생활을 상당 기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환자마다 진행 속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폐 기능 검사와 영상 검사를 통해 상태 변화를 면밀히 추적하는 것이 치료만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증상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정확한 진단을 위한 검사가 필요하다. 의사는 먼저 문진을 통해 환자의 직업, 생활 환경, 복용 약물, 동반 질환 등을 확인한다. 간질성 폐질환은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원인 질환을 파악하기 위해 흉부 X선 촬영과 고해상도 CT 검사를 시행한다. 특히 고해상도 CT는 흉부 X선에서 확인되지 않는 병변까지 확인할 수 있는 핵심적인 검사로 꼽힌다. 이러한 영상 검사를 통해 폐 조직의 섬유화 양상과 질환의 진행 정도를 파악할 수 있다.
영상 검사만으로 진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기관지 내시경이나 폐 조직검사를 시행한다. 박무석 세브란스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간질성 폐질환 중에는 원인이 불분명한 특발성 질환이 많고, 폐 CT 소견도 다른 폐질환과 겹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진단이 쉽지 않다. 일부 환자에게는 확진을 위해 전신마취 후 흉강경을 이용해 폐 조직을 채취하는 수술적 검사, 즉 흉강경 폐생검을 시행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진단이 확정되면 원인과 질환 유형에 따라 항섬유화제나 면역조절제 등을 이용한 약물치료를 시작한다. 박무석 교수는 "간질성 폐질환은 유형에 따라 사용하는 치료 약제와 예후가 다르다. 염증성 질환인 경우에는 스테로이드와 면역억제제를 사용해 염증을 서서히 줄인다. 일부 환자에게서는 증상이 호전되거나 완치될 가능성이 크다. 완치가 어려운 경우라도 약물치료를 통해 질환의 진행을 늦추고 폐 기능 저하를 억제하면 일상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환자에게서는 폐섬유화가 만성적으로 진행된다. 현재로서는 특발성 폐섬유증을 완전히 치료할 수 있는 약제는 없다. 이미 진행된 섬유화는 되돌리기 어려워, 질환의 진행을 억제하고 폐 기능 하락 속도를 늦추는 항섬유화제가 표준 치료제로 사용된다.
문지용 건국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간질성 폐질환에서는 초기 염증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경과를 결정짓는 핵심은 섬유화 진행 여부다. 섬유화가 진행될수록 폐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를 얼마나 억제하느냐가 치료의 핵심이다. 섬유화 진행을 억제하는 치료제가 도입되면서 질환 경과를 늦출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고, 조기에 치료를 시작할수록 폐 기능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섬유화제는 오심·소화불량·설사 등 위장관 부작용을 나타낼 수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저용량부터 시작해 점차 증량하며, 필요시 용량 조절이나 약물 변경을 통해 치료를 지속할 수 있다. 박무석 교수는 "약물 복용 시에는 약제 이름과 주요 부작용을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염증성 질환에 사용하는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는 감염 위험 증가, 혈당 상승, 골다공증 등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섬유성 질환에 사용하는 항섬유화제는 설사, 피부 광 과민반응, 간 수치 상승 등 부작용이 보고된다. 약물을 장기간 복용할수록 부작용 가능성이 커질 수 있으므로 평소 몸 상태를 주의 깊게 살피고,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초기에는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는 정도로 시작하지만, 진행되면 일상적인 움직임조차 어려울 만큼 호흡이 악화할 수 있다. ⓒ연합뉴스
약물·생활습관 병행한 꾸준한 관리 중요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습관 관리도 질환 경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정해인 교수는 "이 질환은 적절한 치료와 관리를 통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치료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 예후에 매우 중요하다. 필요에 따라 산소 치료와 호흡 재활을 병행하고, 정기적인 추적 검사를 통해 치료 반응을 지속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치료의 기본 흐름이다. 약물치료와 함께 금연, 적정 체중 유지, 독감과 폐렴 예방접종 등 생활습관 관리도 질환 경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의사들이 간질성 폐질환 환자에게 가장 중요하게 권장하는 생활습관은 금연이 최우선이고, 그다음이 오염된 실내외 공기 노출의 최소화다. 또 과도한 발성이나 건조한 환경은 호흡기 자극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에어컨이나 히터 사용 시에는 적절한 실내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직업적으로 유해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면 작업 시 보호 마스크를 착용하고, 충분한 환기와 개인위생 관리 등 기본 수칙을 지켜야 한다. 무엇보다 호흡기 감염은 급성 악화를 유발할 수 있어 예방이 중요하다. 인플루엔자와 폐렴구균 예방접종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권장된다.
간질성 폐질환 환자는 호흡곤란으로 인해 운동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 운동이 질환 자체를 직접적으로 호전시키는 치료법은 아니지만 체력과 운동 능력, 삶의 질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따라서 의사들은 걷기와 같은 유산소운동과 근력운동을 꾸준히 병행할 것을 권장한다. 호흡곤란이 심할 때는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가정용 또는 휴대용 산소를 활용해 운동을 지속할 수 있다.
약물치료 과정에서는 식이와 보조제에 대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정 음식이 반드시 금지되는 것은 아니지만, 항섬유화제를 복용하는 환자는 약물 농도에 영향을 미치는 자몽을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또 건강기능식품이나 한약, 달인 물, 즙 등은 간과 신장에 부담을 주거나 약물과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정기적인 폐 기능 검사를 통해 질환의 진행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문지용 교수는 "간질성 폐질환은 진행을 늦추고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환자 상태에 맞춘 지속적인 관리가 치료 성과를 좌우한다. 섬유화가 동반된 간질성 폐질환도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관리하면 경과를 조절할 수 있는 만큼, 호흡기 증상이 지속된다면 검진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