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한미동맹 흔들, 美와 핫라인 구축" 張, 8박10일 방미 성과 발표
野일각서는 '맹탕 방미' 비판…"수능 코앞인데 캠퍼스 탐방 간 꼴"
냉랭한 민심에 오세훈 '대표 지원' 선긋기…계파 갈등 재발화 조짐도
"미 하원 외교위원장은 만날 수 있는데 왜 못 만났을까. 국민의힘식 표현으로 말하면 외교참사다."(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전통의 보수 정당으로서 격을 지키지 못한 잘못된 일정이다."(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공천이 마무리되면 장동혁 지도부의 역할이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오세훈 서울시장)
지방선거 판을 흔들기 위한 승부수가 패착이 된 것일까. 8박10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20일 귀국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향해 여야를 막론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장 대표는 한미동맹 강화라는 성과를 강조하지만, 미 정계 거물급 인사와의 회동 불발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거세다. 지지율 침체 속 후보들의 '지도부 보이콧' 조짐과 계파 갈등까지 재점화되면서, 장 대표가 귀국과 동시에 리더십 붕괴 위기에 직면한 모습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20일 국회에서 방미 성과 기자회견 도중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방미 마친 張, 與 맹공에 野일각서도 쓴소리
장동혁 대표는 8박10일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이날 새벽 귀국했다. 일부 참모들이 시차 등을 고려해 공식 일정을 연기하는 안을 검토했지만, '즉시 당무 복귀'에 대한 장 대표의 의지가 매우 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장 대표는 이날 귀국과 동시에 최고위를 직접 주재한데 이어 방미 성과를 설명하는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언론 앞에 선 장 대표는 "방미를 결정한 것은 이재명 정권의 잇따른 외교 참사로 대한민국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기 때문"이라면서 지난 열흘 간의 미국 방문 성과에 대해 "미국 공화당 핵심 인사들과의 실질적인 핫라인 구축"을 꼽았다. 그는 "백악관과 국무부 등 미국 주요 인사들을 만나 통상 협상 등 산적한 경제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상호 협력을 지속해 나갈 소통 창구도 열었다"라며 "국민의힘이 미국과 대화를 시작할 길을 열었고, 앞으로 진짜 소통을 통해 진짜 대책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무부에 두 차례나 들어가서 현안 브리핑을 받거나 회의를 했고, NSC(국가안전보장회의)에 가서도 현안 브리핑을 받았다"라며 "정청래 대표는 하원의장을 만나지 못했다고 비판하는데 하원의장은 우원식 의장도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이, 통일부 장관이 외교적으로 사고 치는데 대한민국 정치인을 미국에서 쉽게 만나주려 하겠나"라며 "그런 악조건 속에서도 할 수 있는 역할을 최대한 하고 왔다"고 덧붙였다.
다만 장 대표의 자신과 달리 정치권 안팎에선 그의 방미가 '맹탕'에 그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다. 특히 뼈아픈 대목은 여권뿐 아니라 국민의힘 내부에서 터져 나오는 자성론이다. 지방선거를 코앞에 둔 시점에서 당 대표가 열흘 가까이 자리를 비운 것 자체가 전략적 오판이었다는 지적이 당 안팎에서 이어지는 양상이다.
경기도 지역구의 국민의힘 한 당협위원장은 "(장 대표의 방미는) 수능을 코앞에 두고 담임선생님이 '해외 대학 캠퍼스 탐방' 하러 떠난 꼴"이라며 "일단 시험부터 잘 쳐야 대학도 가고, 유학도 가는 것 아니냐. 지금은 미 정가의 목소리가 아니라 전국 팔도 후보들의 '바닥의 목소리'를 듣고, 공부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장 대표가 미국에 머무는 동안 당의 지지율은 반등의 기미 없이 침체의 늪에 빠져 있었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민주당이 48%, 국민의힘이 19%를 각각 기록했다. 민주당은 직전 조사와 같은 수치를 기록하며 3주 연속 현 정부 출범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 대비 1%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장 대표가 저격한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고공행진하면서 국민의힘이 내세우는 '정권 심판론'에 좀처럼 힘이 실리지 않는 모습이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18세 이상 25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65.5%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 대비 3.6%p 상승한 수치로, 리얼미터 기준 취임 후 최고치다.
오세훈 서울시장(왼쪽)과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연합뉴스
후보 '탈동혁' 움직임…張 "각자 최선 다해야"
민심이 악화되자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비롯한 국민의힘 광역단체장 후보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이른바 '탈(脫)동혁' 조짐이 일고 있다. 중앙당의 지원 유세가 오히려 중도층 이탈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후보들이 장 대표와의 합동 유세를 기피하거나 독자 노선을 걷는 '홀로서기'를 고심하고 있는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19일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박수민 의원, 윤희숙 전 의원과 오찬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오 시장의 선대위에 장 대표가 들어갈 공간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후보 중심의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지도부 역할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당권파로 꼽혀온 김진태 강원지사도 지난 15일 SBS 《주영진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장 대표가 오면 쓴소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잠잠하던 당내 계파 갈등이 장 대표 귀국과 동시에 다시 발화하는 양상이다. 장 대표가 한동훈 전 대표의 부산 북갑 출마를 돕고 있는 진종오 의원에 대한 전격적인 '진상 조사'를 지시한 것이 화근이 됐다. 이를 두고 친한계는 즉각 "보복성 조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장 대표가 진 의원의 당무 감사 관련 조사를 지시한 것과 관련해 "내가 아니라 민주당과 싸워야 한다"라고 일축했다. 친한계 복심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시사저널TV에 출연해 "장동혁 대표의 권위는 무너지고 제도가 만들어준 대표의 권력만 남았다"며 "지금 국민의힘은 무정부 상태다. 장 대표가 '어떻게 하면 화합할 것이냐, 이길 것이냐'를 고민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나아가 국민의힘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장 대표에게 '거취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방선거를 위해서 미국에 다녀왔다'는 장동혁 대표가 돌아와 가장 처음 한 일이 시도당에서 한 달 넘게 심사하고 올린 공천안에 대한 의결 보류"라며 "역시 장동혁다운 정무감이다. 한시가 급한 후보들 발목잡기가 3주 차에 접어든다"고 비꼬았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잠잠하던 당권파와 친한계의 충돌이 재점화되면서, 장 대표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장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방미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거취를) 말한 의원이 있는데, 서울시당 공천 관련해 여러 잡음이 있지만 저는 그분의 거취를 이야기하지 않는다"라며 "지금은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 역할을 하면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할 때"라고 답했다.
※어떻게 조사했나
기사에 인용한 한국갤럽 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접촉률은 38.6%, 응답률은 13.8%다. 리얼미터 조사는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은 5.4%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