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나온나, 찍어줄게" "배신자 왜 왔나"…대규모 인파에 현장 마비
당선 가능성엔 '갸웃'..."張 왔을 때와는 확실히 달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구=박헌우 기자
[더팩트ㅣ대구=김시형, 김수민 기자]
"우린 원래 다 '2찍'이었어." "대구도 이제 좀 바뀌어야지."
지난달 27일 오전 대구 서문시장 앞, 한동훈 전 대표가 등장하기 약 두 시간 전부터 북적이던 시장에선 여러 시민들의 목소리가 겹쳐 쌓였다.
경북 경주와 포항에서 왔다는 한 전 대표 지지자 네 명은 취재진에게 "이제 남은 건 한동훈 대통령 만들기"라고 말했다. 웃으며 던진 말이었지만 표정은 가볍지 않았다. 이들은 "공적 마인드가 100%인 사람이 어디 있노"라며 지금의 국민의힘을 향한 불만을 반복해서 드러냈다.
잠시 뒤 검은 양복에 회색 폴라티 차림의 한 전 대표가 모습을 드러내자 시장 입구는 순식간에 막혔다. 상인과 지지자, 구경 나온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리며 이동 자체가 쉽지 않을 정도였다.
한 전 대표가 가게에 들를 때마다 "초심 잃지 말라", "시장경제를 살려달라"는 말이 이어졌다. 지지자들이 물건을 여러 개씩 구매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인파를 뚫고 자서전과 땅콩빵 포장 상자에 사인을 요청하는 풍경도 벌어졌다.
시장 한쪽에서는 '한동훈' 삼행시가 적힌 피켓을 든 60대 남성이 눈에 띄었다. '한 나라의 국운을 짊어진 사나이, 동쪽에서 솟아오르는 태양처럼, 온누리를 비춰 훈훈한 세상을 만들어 주시오'라는 손글씨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은 가운데 지지자들이 한 전 대표를 응원하고 있다. /대구=박헌우 기자
그러나 한 전 대표의 대구 재보궐선거 출마 시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고개를 갸웃하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대구 나온나, 찍어줄게!"라는 외침이 나오는가 하면, 바로 옆에서는 "배신자가 왜 왔노"라는 말도 들렸다. 한 전 대표가 이동할 때마다 환호와 야유가 엇갈렸다.
다만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감지된 민심은 국민의힘을 향한 시선이 이전보다 분명히 차가워졌다는 점이었다.
과자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상인은 "지금 국민의힘 돌아가는 걸 보면 민주적으로 (당 운영이) 이뤄지고 있느냐"며 "자기 뜻이랑 안 맞으면 쫓아내는 행태가 싫다"고 말했다. 이어 "한동훈은 장동혁이랑은 다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요즘 대구·경북에서 민주당이랑 국민의힘 지지율이 비슷하다는 얘기 나오지 않느냐"며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박헌우 기자
상인들뿐 아니라 시민들도 지금의 국민의힘을 향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달서구에 사는 60대 김모 씨는 "전통적인 보수 지지자인데, 대구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며 "민주당은 원래 싫고, 지금 국민의힘도 싫다. 그럼 답이 뭐겠느냐"고 말했다.
50대 주모 씨도 "아직도 계엄과의 단절을 못 하는 모습에 장동혁과 국민의힘에 실망한 게 많다"며 "국민의힘에선 더 이상 뽑을 사람도 없고, 대구가 발전하려면 이제는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인파 사이에 둘러싸여 있다. /박상민 기자
서문시장에서 35년간 장사해왔다는 60대 상인은 "맞는 건 맞고, 아닌 건 아니라고 구분할 줄 아는 사람 같아 한동훈이 더 낫다"며 "다른 정치인들은 자기 뜻과 달라도 힘의 논리에 당 분위기에 휩쓸려 가는 경우가 많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한동훈이 대구 재보궐에 나오면 뽑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뽑힐지는 모르겠지만, 나오면 뽑겠다"고 답했다. "대구는 원래 외지인을 경계하는 동네"라며 말을 흐리다가, 손으로 조용히 동그라미를 그려 보인 상인도 있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달 27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시민들과 반대하는 시민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박상민 기자
반면 시장 반대편 육교에선 '배신자 꺼져라'는 피켓을 들고 '한동훈 아웃'을 외치는 시민들도 있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진이 담긴 '힘내라 대한민국' 포스터를 패딩 위에 걸친 10대 학생 무리도 눈에 띄었다. '탄핵 무효', '이재명 구속' 피켓을 모자처럼 쓴 이들은 "오늘 한동훈을 박살내려고 왔다"며 대형 성조기와 태극기를 흔들었다.
서문시장 민심은 한 방향으로 쏠리지는 않았다. 다만 현장에 있던 상인들 사이에서는 "며칠 전 장동혁이 왔을 때랑은 인파도, 분위기도 완전히 달랐다"는 말이 공통적으로 나왔다.
한편 한 전 대표는 이날 대구 재·보궐선거 출마 가능성과 관련해 "좋은 정치를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며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나서보겠다. 현재 재보선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공학적으로 출마를 언급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반드시 배제할 이유도 없다"고 여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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