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대구시장 공천' 두고 내부 잡음
호르무즈해협 군함 파견 딜레마 여전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19일 6·3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실시하는 방식으로 '단계적 개헌'을 공식 제안하면서 국민의힘의 동참을 강력히 요청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검찰개혁 후속 입법이 완성 단계로 접어들었다. 검찰개혁의 후속 법안인 공소청 설치법이 20일 국회 문턱을 넘은 데 이어 21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신설하는 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상대를 겨냥한 공세 수위가 더 높아질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검찰개혁에 큰 의미를 두며 '사법 정상화' 완수 의지를 천명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살아있는 권력을 향한 수사를 원천 봉쇄하기 위한 사법 파괴라며 반발하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 개헌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국민의힘은 1987년 제정된 헌법을 개정하는 것에 대해서도 미온적인 태도다. 우원식 국회의장의 동참 요청을 애써 외면하는 모습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6·3 지방선거 공천 잡음도 지속적으로 새어 나오고 있다. 저조한 지지율이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는 상황과 맞물려 선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심지어 '보수 텃밭' 대구·경북도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우 의장이 지난 19일 오후 국회에서 '초당적 개헌추진을 위한 제정당 연석회의'에 참석해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왼쪽부터 용혜인 기본소득당 원내대표,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 우 의장, 서왕진 조국혁신당 원내대표,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한창민 사회민주당 원내대표. /배정한 기자
◆'오색찬란' 꽃과 함께…우 의장 개헌 노력, 드디어 결실?
-최근 국회의 개헌 논의가 다시 불붙고 있다고?
-맞아. 그동안 잠깐씩 언급됐다가 사그라들기를 반복한 개헌 논의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어. 배경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끈질긴 노력이 있었다는 평가야. 21대 대선 이후 잠잠해진 '개헌 필요' 여론을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재차 상기시켰고, 지난 19일에는 원내 6개 정당 원내대표를 모아 실질적인 개헌 합의에 착수하기에 이르렀어. 개헌 논의가 여기까지 오는 데에 우 의장의 '물밑 작업'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하더라고.
-6개 정당 원내대표가 모인 연석회의 분위기는 어땠어?
-회의는 말 그대로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고 해. 숙원인 개헌 논의가 조금씩이나마 진전되니, 우 의장도 회의 시작 전부터 시종일관 밝은 표정이었어. 회의 참석자들이 둘러앉은 원형테이블 가운데에 놓인 '오색찬란'한 꽃다발이 눈에 띄더라고. 꽃다발은 각 정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빨간색, 하늘색, 주황색 등으로 채워졌어. 우 의장은 모두발언에서 "서로 다른 색의 꽃이 한 다발로 어우러질 때 더 큰 의미를 이루듯, 이제는 각 당이 차이를 넘어 개헌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함께 응답해야 할 때"라며 각 정당의 개헌 논의 적극 동참을 요청하기도 했어.
우원식 국회의장이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린 초당적 개헌추진을 위한 제정당 연석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국민의힘은 우 의장이 주도하는 이번 개헌 논의에 협조적이진 않은 것 같던데?
-그렇게 보이긴 해. 국민의힘은 우 의장이 초청한 개헌 관련 원내 정당 원내대표 연석회의에도 불참했어. 국민의힘 사정을 잘 아는 모 인사는 <더팩트>와 만나 "국민의힘이 개헌을 크게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지만, 민주당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입법을 연달아 강행 처리하는 상황에서 개헌마저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은 것 같다"며 국민의힘의 비협조 배경을 분석했어. 개헌을 위해선 국민의힘 의원 9명은 찬성해야 하는 상황이라, 우 의장은 물론 개헌 찬성 정당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야.
-그래도 개헌 전망이 마냥 어둡기만 한 건 아니야. 이번 개헌에선 △대통령 계엄권 제한 △지방분권 및 국가균형발전 원칙 △5·18 민주화운동 및 1979년 부마 민주항쟁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등을 추진하고 있는데, 정치권의 이견도 크지 않고 여론의 거부감도 적은 사안이라 개헌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는 관측이야. 지선과 함께 개헌 투표를 진행하려면 늦어도 다음 달 7일까지는 헌법 개정안을 국회가 발의해야 해.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더팩트>와 만난 자리에서 "의장님이 자나 깨나 개헌 생각뿐"이라며 "어떻게든 방법을 찾으실 것"이라고 예상했어.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세대 교체'를 명분으로 '중진 컷오프(공천 배제)'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텃밭까지 내줄 판?…대구시장 판세 흔드는 '김부겸 변수'
-요즘 대구시장 공천 때문에 국민의힘 내부가 아주 시끄럽다면서? 이정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던데.
-맞아. 이 위원장의 핵심 카드는 '중진 의원 컷오프'(공천 배제)야.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예고했거든. 당연히 지역 의원들은 발칵 뒤집혔지. 주호영(6선)·윤재옥(4선)·추경호(3선)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현역 중진 의원들이 출마에 나섰는데, 경선 기회조차 안 줄 수 있다는 기류니까. 대구 의원들은 "대구 시민의 뜻이 반영되지 않은 인위적 컷오프'라며 집단 반발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이 위원장의 '중진 용퇴론'이 결국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염두에 둔 '내정설' 이야기까지 뒷말이 무성해. 갈등이 격해지니까 장동혁 대표까지 나서서 이 위원장에게 '공정한 경선'을 주문했어.
-대구는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지역이잖아. 그래서 국민의힘 후보라면 누구라도 당선 안정권으로 여겨져 왔던 게 사실이고.
-이번엔 상황이 아주 묘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부겸 전 국무총리라는 '거물급 변수' 때문이야. 김 전 총리는 이르면 다음 주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알려졌어. 김 전 총리는 과거 대구 수성갑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저력이 있잖아. 그때 쌓아 놓은 지역 기반도 탄탄하다 보니 '국민의힘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이 깨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상당해. 영남권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에 "지금 대구도 굉장히 위험하다"며 "김 전 총리가 등판하면 판세가 요동칠 것이다. 박빙 승부로 가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했어.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이 '보수의 텃밭' 대구에서조차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상당하다. 사진은 이인선 국민의힘 대구시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후보자, 지역 의원 등과 대구시장 경선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실제로 정당 지지율이 예사롭지 않더라.
-응. 그게 가장 큰 문제야. 한국갤럽 지난 17~19일까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20일 발표한 정당 지지도' 결과에 따르면, 대구·경북(TK)에서조차 민주당 29%, 국민의힘 28%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어.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보수 텃밭에서 지지율이 역전됐다는 건 국민의힘에 엄청난 큰 압박으로 작용할 거야. 결국 공천 갈등이 대구 민심 이반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지. 당 안팎에서는 '안 그래도 선거 판세가 불리한데, 왜 굳이 이런 잡음까지 자초하느냐'며 불만이 부글부글 끓고 있어.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 번호를 무작위 추출해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률은 13.1%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한국과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등을 거론하며 호르무즈 해협 안전 보장을 위한 군함 파견 필요성을 제기했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8월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한미정상회담을 하는 모습. /워싱턴=뉴시스
◆트럼프 계속된 '말 바꾸기'...한국 '호르무즈 딜레마' 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동맹국 파병 문제를 두고 또 말을 바꿨다면서?
-맞아. 시작은 동맹국 압박이었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이하 현지시간) 한국, 일본, 중국, 영국, 프랑스 같은 호르무즈 해협 이용 국가들을 하나씩 거론하면서 군함 파병을 요구했어. 지난 17일 "더 이상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지원을 바라지도 않는다. 한국·일본도 마찬가지"라고 했다가 하루 만에 말을 바꿨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SNS에 "해협을 이용하는 나라들이 책임을 지게 하면 지금 반응 없는 동맹들도 움직일 것"이라며 재차 압박했지.
-미일정상회담에서도 관련 언급이 나왔다던데?
-19일(현지시간) 미일정상회담에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인 일본에 "더 나서주길 기대한다(step up)"며 공개적으로 압박했지. 주일미군까지 언급하면서 부담을 환기시켰고. 이에 대해 일본 측은 이란 비판에는 적극 동참하면서도 군사적 역할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답을 피했어. 대신 대미 투자나 에너지 협력 같은 비군사 카드로 균형을 맞추려는 모습을 보였어. 다만 일본이 정보 제공이나 해상 감시 같은 제한적 참여 옵션은 열어둘 가능성이 제기돼. 완전히 빠지진 않되 군사 개입 부담은 최소화하는 방식이야.
백악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동맹국들의 호르무즈 해협 군사작전 참여를 여전히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9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정상회담을 위해 만나 이동하고 있는 모습. /청와대
-한국 입장에선 부담 아닐까?
-맞아. 일본이 저렇게 적당히 참여하는 그림이 나오면 한국에 대한 압박은 더 커질 수밖에 없어. '일본도 역할 하는데 한국은 뭐하냐'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지거든. 아직 우리 정부는 미국 측과 소통 중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유지하고 있어. 신중 모드인 셈이야.
-이번 사안이 단순히 중동 문제로 끝나진 않을 것 같다는 분석도 있던데.
-응.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이슈를 안보와 통상을 묶는 협상 카드로 쓸 수 있는 스타일이거든. 실제로 무역법 301조 조사까지 동시에 돌아가고 있는 걸 보면 호르무즈 문제가 나중에 방위비나 통상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와.
-한국 대응에 이목이 쏠려.
-응 그럴 수밖에 없을 거야. 한국은 지금 단계에선 전략적 모호성 유지가 불가피해 보여. 다만 중요한 건 요청이 왔을 때의 선택지를 미리 준비해 두는 거야. 예를 들어 직접 파병이 아니라 후방 지원이나 정보 협력 같은 절충형 옵션 말이지. 트럼프 대통령의 변수는 계속 반복될 가능성이 커 단발 대응으로 끝낼 사안은 아니라는 분석이야.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정수 기자, 정소영 기자, 김수민 기자, 정채영 기자, 이태훈 기자, 김시형 기자, 서다빈 기자, 이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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