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한 달 넘기며 장기전 국면
이란 주재 北 대사관 인력 잔류
전문가들, 기술 지원 가능성 제기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한 달을 넘긴 상황에서 북한과 이란의 축적된 군사 기술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비공개 협력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9월 13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기 위해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 도착했던 모습. /뉴시스, AP
[더팩트ㅣ정소영 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한 달을 넘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종전 시점을 두고 "아주 곧"이라고 밝혔지만 발언 번복이 이어지며 신뢰도는 흔들린 상태다. 불과 하루 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종전 시점은 미정"이라고 말한 것과도 온도 차를 보인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전선 밖 변수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전쟁 초기 '이란 다음은 북한'이라는 관측이 제기됐지만, 최근 북한의 대이란 지원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북한과 이란의 축적된 군사 기술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비공개 협력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이란에 '없고' 북한에 '있는' 것
북한은 1973년 4월 이란과 수교했다. 1983년 탄도미사일 개발 상호 지원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며 미국 등 서방의 제재를 받는 공통된 처지 속에서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 북한산 탄도미사일이 실전에 투입된 전례는 양국 협력의 깊이를 보여주는 사례다. 이 같은 배경 속에 지난 2월 28일(현지시간) 발발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이후, 이란에 대한 북한의 지원 가능성이 주목됐다.
한 대중소식통은 "(북한 내부에서) 이란을 도우라는 지시가 내려온 것으로 안다"며 "다만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지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정리가 되지 않은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이어 "이란 전쟁에 직접 개입해 군사 지원에 나설 경우 다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이란을 모른척하면 안 된다는 내부 기류도 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한 중동 전문가도 "이스라엘 전문가들은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가 현재 북한이 이란에 미사일 기술 등 우회적인 지원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한다"고 언급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분석관 출신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지난달 31일 <더팩트>에 "2025년 6월 이후 이란이 북한, 중국, 러시아 등으로부터 장비를 공급받아 미사일 산업을 재가동했다"고 말했다. 사진은 지난해 10월 10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노동당 창건 80주년 경축 열병식이 거행됐던 모습. /뉴시스, 조선중앙TV 갈무리
양국의 협력은 구조적으로도 상호 보완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북한은 미사일 기술과 엔제니어 등을 제공하고 이란은 이를 대가로 현금과 석유를 지급하는 것이다.
이 같은 협력은 실제 무기 체계에서도 확인된다. 특히 이란이 운용 중인 코람샤르-4 탄도미사일은 북한 기술의 영향을 받은 사례로 거론된다. 최대 2톤(t)급 집속탄 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이 미사일은 이란이 북한 무수단 미사일을 보고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10년대 들어 RD-250 엔진 기반의 80t급 로켓 추진체 관련 기술을 이란에 이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에 적용된 기술과 유사한 것으로 평가된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분석관 출신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지난달 31일 <더팩트>에 "2025년 6월 이후 이란이 북한, 중국, 러시아 등으로부터 장비를 공급받아 미사일 산업을 재가동했다"며 "이중 북한은 이란에 고속 공격정(패스트 어택 크래프트·FAC)과 소형 잠수함 기술, 지하 미사일 건설 능력을 전해주고 이란은 현금과 석유로 대가로 지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로 인해 미군과 이스라엘 공군이 이란을 타격하는 데 일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였다.
양국의 우회적 협력이 현실화할 경우 전쟁이 장기 소모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북한의 중장거리 미사일 기술이 추가로 이전되면 타격 범위와 정밀도가 확대되고, 지하 시설 구축 기술까지 결합 되면 공습 회피 능력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란 현지에선 북한의 우회 협력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진은 2016년 10월 찍힌 이란 주재 북한대사관 앞으로 이란 국민이 지난가는 모습. /뉴시스, AP
◆드러나지 않는 움직임…현지 분위기는
이란 현지에선 북한의 우회 협력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란 주재 북한대사관을 중심으로 인력 움직임이 감지된다는 것이다.
이란 주재 북한대사관은 테헤란 자파르 거리 인근에 있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 각지에서 활동하던 북한 근로자들은 현재 대사관으로 집결해 있으며, 북한에서 전쟁 이후 일부 인력이 추가로 유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대북 소식통은 "이란 주재 북한대사관의 지하 벙커가 잘 구축된 것으로 안다"며 "북한 관계자 등이 이곳으로 집결해 현재 상당수 인원이 대사관 내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선 이란에 체류하던 북한 기술 인력들이 철수하지 않고 현지에 잔류하며 기술 지원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이 공개적으로 이란을 지원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근까지 미국과의 관계 개선 여지를 열어뒀기 때문이다. 북한의 노골적인 군사 지원이 미국의 직접적인 대응을 초래할 수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현재 김 위원장이 이란을 공개적으로 지원하는 선택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전략적 계산 속에서 신중한 접근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공개적으로 개입할 경우 미국의 타깃이 될 수 있고, 북한의 기술이 이란에 들어가는 것도 미국과 이스라엘은 민감하게 바라볼 것"이라며 "협력 여지는 있지만 북한도 조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북한과 이란의 우호 관계를 볼 때 이란 내 북한 기술자들이 꽤 있을 텐데 그들은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한은) 미국과 이스라엘 눈에 띄지 않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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