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노동 임금 높지만…장시간 근무에 건강 적신호
WHO, 야간노동=발암물질…"노동 시간 규제 시급"
2일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야간노동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6시 사이 근무'로 규정된다. 야간노동을 할 경우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급여를 받게 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1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야간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351만9000원으로 비야간노동자에 비해 37만5000원 많았다. /이동률 기자
저임금 노동자들은 하루 8시간, 주 6일을 일해도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다. 건강은 물론, 교육, 여행, 외식 등 대부분을 포기하지만, 저임금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은 우리 사회 깊게 뿌리 내린 구조적 문제로, 왜곡된 성장과 분배의 불균형을 드러낸다. 더욱이 최근의 저임금 장시간 노동의 흐름은 단순노무직에 국한되지 않고 서비스, 플랫폼, 돌봄 등 분야까지 확산했다. <더팩트>는 6회에 걸쳐 대한민국 평균이 꿈일 뿐인 저임금 노동자들의 삶을 조명하고 구조적 원인과 해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더팩트ㅣ박준형·김영봉·이윤경·이다빈 기자] 지난 2015년 '컬리'가 '샛별배송'을 시작한 이후 쿠팡, 신세계 등 경쟁업체들의 '새벽배송'이 이어졌다. 과거의 야간노동은 보건, 의료, 안전 등 공익 분야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개인 편의를 위한 영역으로 확대된 것이다. 고질적 저임금에서 탈피하기 위해 야간근무를 선택하는 노동자들도 많아지면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야간노동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6시 사이 근무'로 규정된다. 야간노동을 할 경우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급여를 받게 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1월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야간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351만9000원으로 비야간노동자에 비해 37만5000원 많았다.
높은 임금은 노동시간과 직결됐다. 주당 노동시간은 비야간노동자가 39.7시간인 반면 야간노동자는 47.5시간이었다. 하루 10시간 이상 장시간 일하는 야간노동자도 41.3%에 달했다. 야간노동자의 교대 근무 비율도 58.9%로 비야간노동자 2.4%에 비해 30배가량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야간노동자의 건강에 켜진 적신호다. 비야간노동자의 경우 '잠들기 어렵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59.3%인 반면 야간노동자는 49.0%에 그쳤다. 자는 동안 얼마나 자주 깨는지를 묻는 질문에 야간노동자의 3.0%는 '매일', 9.3%는 '한 주에 여러 번'이라고 답한 반면, 비야간노동자는 '매일' 1.4%, '한 주에 여러 번' 4.9%였다. 고용노동부가 실시한 근로자 건강진단 결과 야간노동자 중 유소견자는 2023년 26만1036명에서 2024년 30만731명으로 15.2%(3만9695명) 증가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1월 발간한 '야간노동의 노동 현실과 삶의 질' 보고서에 따르면 비야간노동자의 경우 '잠들기 어렵지 않다'고 답한 비율이 59.3%인 반면 야간노동자는 49.0%에 그쳤다. /한국노동연구원
지난 2021년 배달 플랫폼에 입사한 A(58) 씨는 최근 야간근무로 바꿨다. 배달 수수료가 올라가는 점심시간대는 경쟁자들이 많고 저녁시간대는 교통 혼잡이 극심하기 때문이다. 오후 5시께 나가 새벽 3시께 돌아오는 A 씨는 야간근무를 무법지대라고 표현했다.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차량은 물론, 음주운전 차량까지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 겨울에는 도로 살얼음을 피하지 못해 발목을 다쳐 한동안 일을 쉬어야 했다.
A 씨는 주간근무를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수입을 유지하기 위해 야간근무를 포기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물가는 올라가고 있는 반면 배달 수수료는 계속 내려가고 있다. 수입을 유지하려면 일하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는 수밖에 없다"면서 "밤에 나가면 아무래도 컨디션을 조절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위험한 상황에 놓인다"고 토로했다. 이어 "저도 그렇지만 많은 분들이 야간노동을 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쿠팡 새벽배송 노동자 B 씨는 오후 8시30분부터 분류작업 후 배송에 나선다. 다음날 오전 7시 배송을 마감하면 하루 노동시간은 10시간이 넘는다. 6일 연속 근무 시 주 77시간의 장시간 노동이 이어진다. B 씨는 "집에 돌아오면 할 수 있는 건 오후 출근을 위해 잠을 자는 것뿐이다. 가족과의 시간은 꿈도 못 꾼다"며 "만성 피로를 달고 살면서 '자도 자도 피곤하다'는 말이 습관이 되고, 생체 리듬의 파괴로 4일째가 지나면 이른바 '좀비'가 된다"고 하소연했다.
야간노동에 따른 사망자도 늘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등에 따르면 지난해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4명과 택배 노동자 4명 등 택배기사 8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6명이 야간노동자였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RAC)는 '야간·교대 근무'를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장을 지낸 김재광 법무법인 필 노무사는 "대부분 불가피하게 야간노동을 선택하면서 자기 생을 갈아 넣고 있다"며 "사회·경제적, 문화적, 건강적으로 부작용이 생겨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야간노동자가 전체 노동자 대비 소수라는 점은 사회적인 리듬과 맞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건강상의 영향은 당연하고 사회적 문제까지 동반되면 심리적 고립감은 물론 정신적 문제까지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질적 저임금에서 탈피하기 위해 야간근무를 선택하는 노동자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윤호 기자
전문가들은 야간노동의 범위와 규모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저임금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동자들의 불가피한 선택이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다. 김 노무사는 "낮에 일반적으로 일할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풍선효과처럼 금전적으로 더 나은 일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김승섭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새벽배송의 성공이란 것이 주는 신호가 있다"면서 "플랫폼 산업들이 야간에 일을 해줌으로써 소비자들의 시간을 절약해주는 형태라, 혁신의 이름으로 (야간노동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노동계는 야간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강민욱 택배노조 쿠팡본부 준비위원장은 "생활이 가능한 수준의 임금과 고용이 보장된다면 누구나 낮에 일하기를 원하지만, 질 낮은 일자리 구조 속에서 야간노동이 확대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쿠팡 과로사 사례처럼 야간노동 확대에 따른 부담은 노동자 개인과 사회 전체에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야간노동 시간 제한과 건강 보호 기준을 마련하고 야간노동을 필수 영역 중심으로 운영하는 한편, 양질의 일자리를 확대하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노동자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적 규제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 노무사는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지기만을 기다릴 순 없다. 그것대로 노력은 하되 인간다운 삶을 위한 규제도 필요하다"며 "현재는 야간노동 보건 지침만 있을 뿐 아직 법제화되지 않았다. 주·월 단위의 노동 시간을 규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야간노동과 관련된 사회적 담론은 많아진 게 분명하지만 그 속도가 느리다"며 "규제와 같은 시도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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