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뉴시니어센터 '행복더함'
어르신, 바리스타·공예 강사로…재취업 활기
서울 성북구 삼성동 뉴시니어센터 행복더함(이하 행복더함)이 지난 14일 본격 운영을 시작했다. 행복더함은 어르신과 주민의 세대 융합형 복지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성북구
[더팩트 | 김명주 기자] 귀곡산장같이 으스스하던 폐경로당이 따뜻한 커피 향과 도자기의 온화한 기운이 감도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꿈에 그리던 일자리를 얻은 어르신과 쉼터를 찾던 주민들이 함께 미소 짓는 세대 간 소통의 장으로 거듭났다.
지난 15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삼성동 뉴시니어센터 행복더함(이하 행복더함). 마을버스를 타고 굽이진 오르막길을 올라 낙산삼거리 정류장에서 내린 뒤, 인근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카페 야외테라스가 한눈에 들어온다. 기온 25도의 따사로운 날씨. 초록빛 나무와 화단의 데이지, 맨드라미가 어우러진 공간에서 주민 열댓 명이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행복더함은 지난 14일 본격 운영을 시작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연면적 296.88㎡ 규모로 조성됐다. 어르신 일자리와 주민 참여형 프로그램이 함께 운영되는 등 어르신과 주민의 세대 융합형 복지공간으로 만들어졌다.
'행복더함' 터에는 1990년 문을 연 한성경로원이 있었다. 2021년 상반기 온라인 현장구청장실을 통해 경로당 일부 공실 공간을 주민에게 개방해 달라는 요청이 접수됐다. 이에 구는 2022년 경로당 이전을 추진했다. 이후 약 3년간 비어 있던 공간은 행복더함 조성 계획에 따라 지난해 9월 착공, 지난달 준공됐다.
구 관계자는 "공실 상태가 길어지며 우범지대로 변해가던 건물의 개선이 시급했다"며 "초고령사회 진입과 1인 가구 증가 등 지역사회 구성원 변화로 기존 경로당과는 다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어르신 일자리와 문화가 융합된 공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15일 오후 2시 행복더함 카페 직원 60대 임모 씨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 /성북구
2층 카페는 어르신 일자리와 연계해 운영된다. 남색 베레모와 흰 셔츠, 남색 앞치마, 가슴팍에 이름표를 단 어르신 직원 2명이 주문받고 커피를 내린다. 활기찬 목소리로 "음료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라고 말하며 만든 음료를 손님들에게 건넨다.
지난달 임시 개장부터 근무를 시작한 60대 임모 씨는 "전업주부로 지내다 문득 커피 내리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며 "구청을 통해 정보를 얻고 지원해 면접을 거쳐 일하게 됐다"고 전했다.
임 씨는 근무를 시작한 이후로 즐거운 마음이 가득하단다. 그는 "소원이 이뤄져 행복하다. 손님들이 음료를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면 행복해서 퇴근하기 싫을 정도다. 매일 아침 출근길이 설렌다"며 "나이가 든 주부들은 일자리가 마땅치 않다. 일할 기회가 더 많이 생기면 사회가 밝아질 것 같다"고 들려줬다.
카페에는 주민들이 독서할 수 있도록 책도 비치됐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 도서들과 베스트셀러로 엄선된 책 220권이 카페 한쪽 벽면에 꽂혀있다. 이날 70대 남성 한 명은 테이블에 앉아 책을 읽으며 차를 마시고 있었다.
카페는 벌써부터 주민들에게 동네 사랑방이 됐다. 60대 배모 씨는 "지인과 함께 낙산공원 근처를 걷다가 테라스를 꾸며 놓은 것이 보기 좋아서 왔다"며 "잘 조성해 놓은 것 같다. 친한 사람들과 올 수 있는 쉼터가 생겨서 만족스럽다. 종종 오게 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세대 구분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점도 긍정 평가를 받았다. 70대 김모 씨는 "어제도 왔는데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보통 시니어 일자리 카페에는 중장년층이 많은데 이곳은 예쁘게 꾸며놔서 젊은 사람들도 많이 오는 것 같다"며 "요즘은 경로당보다 젊은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70대는 청년들과 소통하기 좋은 나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행복더함 1층에는 도자기체험교실이 위치해 있다. 사진은 어르신들이 도자기체험교실에서 강사 교육을 받는 모습. /성북구
1층 도자기 체험교실 역시 어르신 일자리와 동시에 주민 체험이 가능한 공간이다. 어르신들이 공예 강사로 나서 도자기 페인팅, 컵, 접시 제작 등 체험 프로그램을 신청한 주민들에게 수업한다. 이날 3명의 어르신이 강사로 일하기 위해 교육받고 있었다. 화~금요일 하루 3명씩, 총 12명의 어르신이 교육받는다.
교육에 참여 중인 70대 안모 씨는 "숙련되면 강사가 돼서 주민들에게 도자기 페인팅을 알려주려고 한다"며 "인기가 많은 일자리라고 알고 있다. 주변에서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도자기체험교실 관계자는 "어르신들께서 굉장히 재밌어하고 만족도가 높다"며 "체험 희망 주민들의 문의 전화가 꾸준히 오고 카페 방문 손님들도 관심을 많이 가진다"고 귀띔했다.
지하 1층에서는 성북50플러스센터 상담사 5명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상담을 제공한다. 재무, 건강, 일자리, 관계, 여가 등에 대한 1대1 및 소그룹 상담을 한다. 관련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해 주민들의 노후 설계와 사회참여를 지원한다. 이곳에서 상담을 제공하는 상담사 역시 재취업에 성공한 어르신이다.
성북50플러스센터 시니어 컨설턴트 60대 김모 씨는 "10년 만에 다시 일한다. 예전에 일했다가 최근 일자리 상담사를 모집한다고 해서 지원하게 됐다"며 "어르신들에게 이력서, 자기소개서 쓰는 방법과 면접 보는 방법 등을 안내한다"고 이야기했다.
성북구는 전체 인구의 약 20.9%인 8만8000명이 어르신이다.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 과제인 가운데 구는 행복더함을 단순한 복지시설이 아닌 어르신 사회참여와 주민 간 교류가 이뤄지는 지역 커뮤니티 모델로 운영할 방침이다.
구 관계자는 "어르신에게는 새로운 일자리와 사회적 역할을 제공해 자존감과 경제적 기여를 실현하고 주민들에게는 도자기 체험, 카페 등 참여와 교류 기회를 나누는 공간, 나아가 세대가 함께 어울리며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는 지역사회 거점으로 발전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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