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RWA 전년비 31조7200억원 증가
고환율에 외화부채 늘며 RWA 확대 압력
자본비율 부담 상승→생산적금융 확대 차질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나드는 등 원화 약세가 심화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환율 상승이 위험가중자산(RWA)을 늘려 자본비율 관리 부담을 키우면서 올해부터 본격화될 생산적금융 집행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일(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0.1원 오른 1476.2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1월 20일(1478.1원)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원화 약세).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인한 고환율 충격이다.
4일 오전 0시5분쯤 달러값은 1506.5원까지 치솟았다. 야간거래는 거래량이 많지 않아 변동 폭이 크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이다.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 금융사의 외화 자산과 외화 부채도 원화 기준으로 다시 계산된다. 환율이 오르면 같은 달러 금액이라도 원화로 환산한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국내 은행들은 수출금융과 해외 거래 지원을 위해 외화를 조달해 영업하는 경우가 많아 외화부채 규모가 외화자산보다 큰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경우 환율 상승은 달러 부채의 원화 환산 규모를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외화를 추가로 차입하지 않았더라도 장부상 부채가 늘어난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외화 익스포저가 확대되면 RWA도 증가 압력을 받을 수 있다. RWA가 늘어나면 같은 자본 규모에서도 자본비율이 낮아질 수 있어 금융사 입장에서는 자본 관리 부담이 커지게 된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말 기준 RWA는 1234조5800억원으로 전년 말 1202조8600억원 대비 2.6%(31조7200억원) 증가했다. 증가 폭은 KB금융(345조9800억원→357조5200억원)이 가장 컸고 신한금융(342조3800억원→353조3400억원)과 하나금융(279조4000억원→289조1600억원)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우리금융은 235조1000억원에서 234조5600억원으로 5400억원 줄었다.
문제는 고환율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다. 일반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경우 금융지주의 보통주자본비율(CET1) 비율이 약 0.01~0.03%포인트 가량 하락 압력을 받는 것으로 보고 있다. 4대 지주사의 지난해 4분기 CET1 평균은 13.35%로 전분기보다 0.07%포인트(p) 하락했다. KB금융 13.79%, 신한금융 13.33%, 하나금융 13.37%, 우리금융 12.9% 수준이다.
이렇게 되면 자사주 매입과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은 물론 생산적금융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금융권은 자본비율 관리 부담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위험가중치가 낮은 대기업 중심으로 대출을 운용해 왔다.▷관련기사 : 시중은행 "대기업 대출 우선"…중소기업은 우울(2026.02.20)
올해부터는 본격적으로 생산적금융 확대 요구가 이어지면서 중소·혁신기업 대출 비중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고환율이 장기화될 경우 자본비율 관리 부담이 커져 확대 속도가 조절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중소·혁신기업 대출은 위험가중치가 100% 이상인 고 RWA 자산 비중이 높은 편이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은행들의 무분별한 기업대출 확대에 따른 자본비율 하락은 생산적 금융 강화의 지속 가능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