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환율방어책 일환으로 내놓은 개인용 환헷지 상품
떠들썩한 RIA계좌 비해 증권사 상품개발 늦어져
초고위험 상품인데 1억원 투자해야 110만원 절세
정부 환율방어책 중 하나인
개인투자자용 환헷지 파생상품(선물환 매도)
양도소득세 혜택이 투자자는 물론 증권사에서도 외면받고 있다. 개인투자자용 상품이라지만 난이도가 높아 일반 개인이 접근하기 어려운데다 환율이 하락(원화 강세)할 때 이 발생하는데 환율 고공행진이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상품 판매의 근거가 되는 관련 세법 개정안이 지난달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해당 상품을 출시했다는 증권사는 2일 현재 2곳 뿐이다. 키움증권이 지난달 24일 개인전문투자자들 대상으로 한 선물환 매도상품을 출시했고, 신한투자증권이 같은 상품을 31일 출시했다.
선물환 매도는 미래에 받을 달러를 미리 정한 환율에 팔기로 약정하는 계약으로 나중에 환율이 떨어져도 현재의 높은 환율에 팔기에 환율 하락시 환손실을 줄일 수 있다. 해외주식 선물환 매도는 이런 계약을 보유하고 있는 해외주식의 평가금액의 범위(최대 50%) 내에서 실행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지난 연말 환율이 1500원에 육박했을 때 환율방어책의 일환으로 해외주식 국내시장 복귀계좌(RIA)와 함께, 이러한 내용의 해외주식 선물환 매도상품 투자자에도 양도소득세 혜택을 주는 당근책을 내 놨다.
지난해 12월 23일 기준 보유하고 있던 해외주식으로 평가액을 적용하며, 투자금액의 5%를 최대 500만원 한도로 양도소득에서 공제하는 혜택이다.
하지만 정책이 시행됐음에도 상품개발은 더디다. 키움증권과 신한투자증권 외 다른 증권사들은 아직 해당 상품을 내 놓지 않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대형사들도 "준비는 하고 있지만 출시일정은 미정"이라는 입장이다.
또 다른 환율방어책으로 나온 RIA계좌의 경우 법 통과 이전인 지난달 23일부터 증권사들이 일제히 계좌를 만들고 투자자유치 이벤트까지 열고 있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증권사들이 선물환 매도상품의 출시를 머뭇거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우선은 상품의 난이도가 높다. 개인투자자용 선물환 매도상품은 장외파생상품으로
원금을 초과하는 손실도 감수해야 하는 고위험 상품
이다.
이미 상품을 내 놓은 키움증권과 신한투자증권에서도 자사상품군 중
최고 위험등급
의 상품이다. 키움과 신한 모두 개인전문투자자로 판매 대상을 제한하고 있는 이유다.
키움증권의 해외주식 선물환 매도상품 위험안내 공지/ 자료=키움증권
개인전문투자자는 단순히 개인 투자자가 아니라 매우 까다로운 요건을 갖춘 투자자군이다.
5년 중 1년 이상 금융투자상품 잔고 5000만원 이상과 순자산 5억원, 혹은 연소득 1억원이나 변호사나 금융관련 전문가 자격 등을 갖춘 경우에만 등록할 수 있다. 까다로운 요건 때문에 전국에 2만5000여명만 등록돼 있을 정도로 그 수도 많지 않다. 대신 사모펀드를 최소투자금액 제한 없이 투자할 수 있고, 차액결제거래 등 위험이 높은 상품거래가 가능하다. 투자자 설명의무 등 투자자 보호규제도 적용되지 않고 그만큼 투자자 본인의 책임이 무겁다.
환율이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라는 점도 상품출시에 걸림돌이다.
선물환 매도상품은 환율이 내릴 것을 가정하고 환율이 내릴 경우에 이익이 나는 상품이다. 반대로 환율이 오르면 손실을 볼 수 있다.
정부가 제도를 만들던 지난해 12월 24일의 경우 환율이 1400원대 후반으로 1500원에 임박한 상황이었다. 정부는 해외주식 투자자들의 달러자산을 원화로 바꾸도록 유도하기 위해 RIA와 함께 선물환 매도에도 양도세 감면이라는 당근책을 꺼냈다.
하지만 연초 안정되는 듯 했던 환율은 다시 오르기 시작했고, 3월 중동 전쟁까지 터지면서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530원까지 터치하는 등 고환율의 상황이 지속되는 중이다. 위험을 감수하는 전문투자자라 하더라도 선물환 매도상품의 가입시점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당근이 너무 작다는 문제도 있다. 정부는 선물환 매도상품 투자금의 5% 한도로 최대 500만원을 양도소득금액에서 빼주겠다고 약속했는데, 1억원은 투자해야 최대 한도인 500만원을 해외주식 양도소득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공제금액 500만원에 양도세율 22%를 적용하면 최대로 받을 수 있는 실제 절세혜택은 110만원 수준이다.
증권사 입장에선 순자산 5억원 이상, 혹은 연소득 1억원 이상인 개인전문투자자들이 110만원의 세제혜택을 받기 위해 원금손실의 위험을 선택할 것인가의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품이 복잡하고 현재의 외환시장에서의는 효과도 장담하기 어렵다"며 "정부에서 강제로라도 출시하라고 하면 상품은 나오겠지만, 상품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투자는 말리고 싶은 상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