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임상서 환자 5명 중 3명 '완치 수준' 도달
빅파마 수조원대 M&A…국내기업도 '도전장'
환자의 몸 안에서 직접 항암 면역세포를 만들어내는 이른바 '인 비보(In vivo, 생체내) CAR-T' 치료제가 초기 임상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며 차세대 세포 치료 기술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환자의 몸 밖으로 피를 뽑아 면역세포를 분리하고 유전자를 조작해 다시 주입하는 기존 CAR-T 치료제의 복잡한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수억원의 비용과 수주가 걸리던 대기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가 되는 것이다.
혈액암 환자 5명 중 3명 '완치 수준' 도달
중국 우한 퉁지병원(Tongji Hospital) 리춘루이 교수 연구팀은 최근 재발성·불응성 다발성 골수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인비보 CAR-T 치료제 'ESO-T01'의 임상 1상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발표했다. ESO-T01은 지난해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에 인수된 에소바이오텍의 핵심 신약후보물질이다.
현재 시판 중인 CAR-T 치료제는 환자의 혈액에서 T세포(면역세포)를 추출해 체외에서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조작과 배양과정을 거친 후 환자에 투여된다. 이 과정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제조 단가가 높아 치료비가 수억원에 달했다.
인비보 CAR-T인 ESO-T01은 유전자를 운반하는 전달체를 환자의 정맥에 직접 주사하는 방식이다. 주입된 물질은 체내에서 CAR-T 치료제를 생성해 다발성 골수종의 암세포 표적(BCMA)을 공격하도록 유도한다.
이번 임상 시험은 항암 치료 후 병이 재발하거나 더 이상 약이 듣지 않는 중증 다발성 골수종 환자 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환자들은 복잡한 사전 처치 없이 ESO-T01을 단 1회 정맥 주사로 투여받았다.
약 6개월간 관찰한 결과, 5명 중 4명(80%)에서 암세포가 뚜렷하게 감소하는 치료 효과가 나타났다. 특히 반응을 보인 4명 중 3명은 암세포가 완전히 사라진 '완치 수준(완전관해)'에 도달했다. 투여 후 60일 차에는 검사를 진행한 4명 모두에서 몸속에 남아있는 미세한 암세포조차 발견되지 않았다.
안전성 측면에서 투여 용량을 제한할 만한 심각한 독성은 발생하지 않았다. 환자 4명에게서 CAR-T 치료의 대표적 부작용인 면역 과잉 반응(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이 나타났지만 효과적으로 관리됐다.
다만, 환자 1명은 척수 압박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에 연구진은 인비보 CAR-T 투여 전, 환자의 기존 종양 위치와 위험도를 철저히 분석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빅파마 수조원대 M&A…국내 기업도 '출사표'
인비보 CAR-T 기술이 실제 임상에서 가능성을 입증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기업들의 경쟁은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번 임상 결과를 발표한 에소바이오텍은 2025년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에 전격 인수됐다. 인수 규모는 선급금을 포함해 최대 10억 달러에 이른다. 지난 2월에는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가 관련 기술을 보유한 '오르나 테라퓨틱스'를 24억 달러에 인수하며 개발경쟁에 뛰어들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 역시 차세대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알지노믹스는 최근 인하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비장 조직으로만 유전 물질을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인비보 CAR-T 핵심 기술을 개발해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비상장기업인 브리즈바이오(구 진에딧)는 최근 약 36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고 인비보 CAR-T 분야로의 영역 확장을 본격화했다. 비상장 기업 테르나테라퓨틱스도 독자적인 T세포 표적 LNP 기술을 활용한 인비보 CAR-T 치료제 'TRT-301'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