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제약바이오 과장·불투명 공시 관행에 제동
IPO·사업보고서 구조 개편…상반기 가이드라인 마련
(왼쪽부터)서근희 삼성증권 이노베이션 팀장, 하정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공익적임상시험지원센터장, 이승환 서울대학교병원 교수, 이수정 연세대 교수, 이승우 금융감독원 공시조사 부원장보, 이동규 금융감독원 공시심사국장, 전환주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제약바이오산업 기획팀장, 최태민 금융감독원 공시심사국 공시심사1팀장, 이은지 금융감독원 공시심사국 선임조사역./사진=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 업종의 공시 체계를 투자자 친화적으로 전면 재정비한다. 최근 삼천당제약의 불투명한 공시 논란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고 공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다.
금감원은 투자자가 핵심 정보를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공시의 표현 방식, 정보 구조 및 기재 기준을 전면 개선하기 위해
제약·바이오 공시 종합개선을 위한 TF
를 출범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제도 개선은 최근 발생한 삼천당제약 사태가 도화선이 됐다. 삼천당제약은 지난 2월 보도자료를 통해 수조원 규모의 해외 판매 계약 체결을 발표했으나, 정작 공시에서는 이를 구체화하지 않아 한국거래소로부터 불성실공시법인 지정을 예고받았다. 여기에 계약 상대방 비공개와 구조 불확실성 논란까지 겹치며 주가가 급락했다.
이 과정에서 바이오 기업들이 보도자료를 통해 계약 성과를 과장하거나 미래 매출 추정치를 강조하는 관행이 문제로 지적됐다. 경영상 비밀을 이유로 핵심 계약 조건을 충분히 공개하지 않는 구조 역시 투자자 판단을 어렵게 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제약·바이오 업종은 코스닥 시장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임상시험과 기술이전 등 핵심 정보가 전문 용어와 복잡한 구조로 일반 투자자의 접근성이 낮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또 바이오 기업은 현재 실적보다 미래 연구개발 성과에 기업가치가 크게 의존한다. 공시 자체가 미래 정보를 중심으로 구성되는 만큼 불확실성이 내재될 수밖에 없고, 공시 내용과 실제 결과 간 괴리가 발생할 가능성도 크다.
금감원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단순한 정보 추가가 아닌 '이해 가능한 공시'로의 공시 구조 개편을 목표로 한다. 먼저 상장 단계에서는 증권신고서를 중심으로 기업가치 산정의 근거가 보다 명확하게 드러나도록 개선한다. 공모가 산정에 활용되는 주요 가정과 추정치가 어떤 전제에서 도출됐는지, 해당 전제가 변경될 경우 미래 매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까지 명확히 설명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상장 이후 공시도 파이프라인별 현재 단계와 향후 일정, 주요 리스크, 기대 성과를 함께 제시하는 방식으로 바꾼다. 기존처럼 임상 단계나 개발 현황을 단순 나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연구개발 흐름을 투자자가 하나의 스토리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언론보도와 공시 내용 간의 간극을 줄이는데도 중점을 둔다. 일부 기업이 보도자료에서 긍정적 표현을 강조해 기대감을 키우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 공시와 외부 공개 정보 간 정합성을 강화한다.
금감원은 학계 및 시장 전문가들과 함께 약 3개월간 의견을 수렴해 올 상반기 중 새로운 공시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공시의 핵심은 이해 가능성에 있다"며 "같은 정보라도 제시 방식에 따라 투자자의 이해 수준이 달라지고 이는 시장 신뢰와 직결되기 때문에 투자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조로 공시 전반을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