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진용 국립한국해양대 초빙교수
바다는 인류가 버린 폐기물의 종착지다. 그중에서도 플라스틱은 해양 생태계를 질식시키는 가장 치명적인 위협으로 부상했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제1차 해양폐기물 및 해양오염퇴적물 관리 기본계획(2021-2030)’의 변경계획을 수립했다. 이번 변경계획은 지난 5년간 계획 이행 성과를 점검하고,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특히 사후 수거 중심의 종전 패러다임을 발생 원천 관리로 전환하려는 시도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2021년 수립된 1차 기본계획이 해양폐기물 관리의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고 수거 효율화에 방점을 두었다면, 이번 변경계획의 핵심은 ‘전주기적 관리’의 구체화에 있다. 특히 해양 발생 폐기물의 중점 관리대상 어구와 부표에 대해 ‘어구관리 기록제’와 ‘유실어구 신고제’를 전격 도입한 것은 고무적이다. 어구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전 과정을 추적 관리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유실 발생 시 보고를 의무화하는 것은 해상 발생원을 관리하기 위한 실효적 장치다. 어구보증금제 대상을 기존 통발에서 자망과 부표까지 확대한 점 역시 경제적 유인을 통한 자발적 회수를 유도한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대책이라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해양 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결코 해상 발생원의 관리만으로 해결될 수 없다. 해양폐기물의 상당 부분이 육상에서 유입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7년간 발생한 해양폐기물 중 육상에서 유입된 것이 약 55%를 차지하며, 특히 집중호우 시 하천을 통한 대량 유입이 반복되고 있다. 이 점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추진 중인 ‘탈플라스틱 로드맵’과의 긴밀한 정책적 연계가 필수적이다.
현재 정부의 탈플라스틱 로드맵은 2030년까지 폐플라스틱 발생량을 30% 감축하고 재생원료 사용을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환경·시민사회단체는 현행 로드맵이 재활용 기술과 사후 처리에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으며, 오염의 근원인 ‘플라스틱 절대 생산량’에 대한 규제가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재활용은 플라스틱의 수명을 잠시 연장할 뿐,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신규 플라스틱의 파고를 막아내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생산 단계에서의 원천적 감축 없는 탈플라스틱 정책은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다고 환경·시민사회단체들은 경고한다.
이러한 논쟁은 비단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현재 국제사회가 추진 중인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UN 플라스틱 협약)’에서도 생산량 감축은 최대의 화두다. 생산자 측면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환경적 절박함이 충돌하며 협상은 난항을 거듭해 왔으나, 최근 의장단의 재편과 재선출을 기점으로 생산량 감축 목표를 포함한 구속력 있는 협약 채택이 다시금 추진력을 얻고 있다. 이는 플라스틱 오염을 더 이상 개별 국가의 수거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글로벌 차원의 공급망 통제가 불가피하다는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되었음을 의미한다.
결국 해양수산부의 이번 변경계획이 실질적인 해양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탈플라스틱 로드맵과의 ‘공조’를 넘어 ‘해양유입 총량 저감’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해양수산부가 어구의 전주기 관리를 통해 해상 유실의 사각지대를 촘촘히 관리하는 한편, 환경부의 탈플라스틱 로드맵이 육상 플라스틱 제품의 생산량 감축을 유도하는 이원적 전략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한다.
정부는 국제 협약의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을 위한 법적·제도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기업에는 재생원료 사용을 넘어 생산량 자체를 조절할 책임을 부과하고, 어업인들에게는 친환경 어구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적 보완과 경제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깨끗한 바다는 유입된 폐기물을 ‘잘 치우는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제품을 ‘덜 만드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번 변경계획이 해양플라스틱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하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