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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럼] 생명을 나누는 헌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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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용 부산백병원 흉부외과 교수

오늘도 중환자실에서 실랑이가 벌어진다. 환자의 상태를 설명하고 긴급수혈을 신청하지만 혈액수급이 모자라서 최선을 다한다는 혈액은행 담당자의 답변이 반복된다. 애가 탄다. 정말 ‘피가 마른다’는 표현이 실감 난다.

대한적십자사는 혈액보유량을 실시간 공시한다. 보유량에 따라 5단계로 분류하는데, 보유량이 5일분 이상일 때는 ‘적정’, 5일분 미만일 때 ‘관심’, 3일분 미만일 때 ‘주의’, 2일분 미만일 때 ‘위기’, 1일분 미만일 때는 ‘심각’ 상황이다. 지난달 현재 혈액보유량은 4.4일분으로 ‘관심’ 단계이다. 지난해 ‘적정’ 단계였던 날은 248일로, 일 년 중 4개월은 혈액이 부족하다.

1628년 영국의 윌리엄 하비는 혈액이 몸 전체를 순환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증명해 수혈의 토대를 마련했다. 1665년 영국의 리차드 러어는 개를 이용한 동물 간 수혈에 처음 성공했다. 1667년 프랑스 의사 데니스는 혈변으로 쇼크에 빠진 청년에 어린 양의 피를 수혈하는 인류 최초의 수혈을 시행했으나, 환자는 사망하고 만다. 이후 동물 혈액을 수혈 받은 환자가 계속 사망하자 유럽 각국에서는 수혈을 금지하는 법이 제정되어 150년간이나 지속했다. 지금은 널리 알려진 상식이지만, ABO 혈액형을 분류하고 치명적인 거부반응의 원리를 정립한 것은 불과 1901년의 일이다.

혈액형에 따라 사람의 성격이 결정되거나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도 있었다. 1927년 일본의 우생학자인 후루카와 다케지의 논문(혈액형에 의한 기질 연구)에서 시작된 것으로, A형은 소극적 보수적이며, B형은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성격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과학적 근거가 없는 유사과학이다. 최근 MBTI 성격 분류가 유행하면서 점차 믿는 사람이 줄었지만, 혈액이 성격에 영향을 미친다는 발상은 참 재미있다.

흡혈을 통해 영원한 젊음을 얻었다는 흡혈귀의 전설처럼 과학자들은 실제로 혈액과 노화의 관계를 연구했다. 젊은 쥐와 늙은 쥐의 혈관을 연결해 늙은 동물의 장기와 뇌를 젊게 만드는지 연구한 파라비오시스 실험이나 젊은 사람의 혈액(혈장)을 35세 이상 환자에게 수혈해 회춘을 노리는 암브로시아 임상시험이 대표적이다. 젊은 피에 담긴 세포성장을 촉진하는 단백질, 호르몬으로 노화를 억제, 회춘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이런 혈장 수혈이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으며, 오히려 잠재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2019년 앰브로시아 클리닉은 문을 닫았다.

고전에서 병환으로 사경을 헤매는 부모에 손가락을 베어 피를 마시게 했던 효자나, 전투를 앞둔 장수가 서로의 피를 나누어 마시며 결속을 다짐했던 이야기를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피에는 젊음, 충성, 맹세, 효심 등 여러 의미가 담겼다.

우리나라 혈액 부족 상황은 해마다 반복되는 문제다. 2024년에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5년 이후 20년 만에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저출생, 고령화 등 여파로 헌혈 가능 인구가 급속히 줄어 헌혈 가능인구(16∼69세) 대비 헌혈률은 3.27% 수준이다. 한파, 독감유행, 설 연휴와 방학 등으로 특히 2월의 헌혈이 가장 저조하다. 2024년부터 헌혈을 대학교 입시에 개인 봉사활동 점수로 반영하지 않자, 10대의 헌혈도 급감했다. 과거 초코파이나 보름달빵, 우유 등의 헌혈 답례품도 시대에 따라 바뀌었다. 최근에는 영화관람권, 문화상품권, 인기 아이돌의 포토카드나 품절 사태를 일으킨 간식(두쫀쿠)까지 제공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7초마다 한 단위의 혈액제제가 수혈된다. 인공적으로 일부 대체할 수 있는 수액은 있지만, 완벽하게 혈액을 대체할 수는 없다. 심각한 출혈이 발생한 중증 외상을 비롯, 수혈이 필수적으로 필요한 질병이 너무 많다. 헌혈은 생명을 나누어주는 행동이다. 두꺼운 외투를 벗어 던지고 봄 햇살 같은 사랑을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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