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과 자녀 명의 개발호재지 매입
투기꾼 비난하려면 ‘등잔밑’ 살펴야
청와대 비서관의 농지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실이 이재명 정부 공직자 재산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정정옥 청와대 성평등가족비서관이 농지를 투기성으로 매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최근 폭로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정 비서관은 지난 2016년 본인과 자녀 명의로 경기 이천과 시흥의 농지를 사들였다. 이천 땅은 역세권 개발지 인근이고 시흥 땅은 택지개발지구와 가깝다고 한다. 본인이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주변 개발 호재에 따른 이익을 보기 위해 매입했다는 의심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마침 이재명 대통령이 농지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는 와중이어서 청와대 참모진의 ‘내로남불’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 높다.
서울은 ‘강남 3구’ ‘마용성’ 등 한강 벨트를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지만 부산은 상대적으로 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부산 연제구 한 대형 아파트 단지 인근의 부동산 중개소 게시판. 국제신문 DB
정 비서관과 자녀가 농지를 소유하게 된 경위와 실경작 여부는 좀 더 자세한 조사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이 대통령이 강도 높게 비난해온 농지 투기 유형과 매우 흡사하다. 이 대통령은 “농지도 투기 대상이 돼 가격이 비싸다”면서 “농지 전수조사를 검토하라. 위법 행위는 농지 매각 명령도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키워왔다. 이 대통령은 최근에도 마약범죄 공직부패 보이스피싱 세금체납 주가조작 중대재해와 함께 부동산 불법 행위를 ‘7대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정 비서관 의혹이 사실이라면 ‘등잔 밑’부터 어두웠던 격이 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개인 SNS에 수십 건의 글을 올리며 부동산 투기와 전면전을 벌이고 있다. 이후 서울 집값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문제는 대통령의 이런 정책 드라이브를 제일 모범적으로 실천하고 구현해야 할 청와대와 주요 참모진들의 행태다. 공직자 재산공개 현황을 보면 청와대 핵심 참모 31명 중 11명이 강남 3구에 살고 있고 12명이 다주택자이거나 건물주인 부동산 자산가다. 청와대 스피커인 강유정 대변인과 김상호 춘추관장부터 ‘강남 아파트’ 혹은 ‘다주택 보유’가 문제가 돼 비거주 주택을 부랴부랴 매물로 내놓는 코미디가 벌어졌다. 대통령의 멘토이자 기본사회 시리즈 설계자로 유명한 이한주 대통령 정책특보 역시 다주택자이자 농지 소유자이다.
농지를 보유한 청와대 참모는 정 비서관 외에도 10여 명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내각에선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정동영 통일부 장관,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구윤철 경제부총리 등이 농지 투기 의혹을 받는다. 이래서야 대통령과 정부가 아무리 부동산을 투기 대상으로 삼지 말라고 외쳐본들 국민이 진정성을 인정하기 힘들다. 30여 차례 대책 발표에도 부동산 안정화에 실패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정책실장이 “모든 사람이 강남에 살 필요 없다”는 말로 국민 염장을 지른 적이 있다. 정부가 정책을 시행하고 국민이 이를 받아들여 실효성을 갖기 원한다면 제안자와 입안자가 솔선수범하는 건 물론이고 자기 주변부터 돌아보는 게 순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