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국제칼럼] 경남+부산+울산, 그 경계의 역사

¬ìФ´ë지

경계변화 따른 새판 짜기…역사적 흐름 속 행정통합

지방선거 이후 또 바뀔 듯…이젠 ‘준비된 통합’ 준비를

옛 자료를 보던 중 100년 전 신문 기사가 눈에 띈다. 일제의 신문 검열이 일상화했던 시절이다. 동아일보 1925년 1월 1일 자이다. 신년호 29면(당시는 발행 지면이 4개 면 또는 별지 포함 8개 면이었다) 머리기사다. ‘경남 진주지국 특신’이란 꼬리표가 있다. 경남도청의 부산 이전 반대 관련 기사다. 3건이다. 제목을 살펴보자. ‘경남도청 이전 반대운동의 경과… 경찰당국의 까다로운 취체(통제·단속)… 최후 일각까지 단속할 결심’, ‘가끔 놀랐던 가슴… 필경 실현돼야… 위원 경과보고’, ‘열변! 혈성(血誠)!… 각 대표의 연설… 공직자의 사직’. 1924년 12월 24일 열린 진주군민대회 내용을 실었다. 1월 2일 자 7면에도 속보가 있다. ‘경남도청 이전 반대… 도민대회의 광경… 경찰의 관섭은 갈수록 더 심해’, ‘양 대표를 경찰이 검속… 새벽 진주는 살기(殺氣)가 등등’. 날이 선 제목이다. 그럴 수밖에…. 진주에 있던 경남도청을 부산(지금의 동·중·서·영도구)으로 옮긴다고 하니 청천벽력이 따로 없다. 경남도청은 1896년(고종 33) 13도제(道制) 시행과 함께 진주에 들어섰다. 진주가 조선 후기부터 경남의 중심지였던 까닭이다.

일본인을 포함한 경남 진주지역의 극렬한 반대에도 경남도청은 부산으로 옮겨갔다. 경남도청 이전의 배경은 당시 신문의 표현을 빌면 ‘동아의 관문이요 또는 대세에 의하야’라고 했다. 경남도청 이전설은 일제의 강제병합 1년 뒤인 1911년부터 군불을 때기 시작했다. 당시 부산(부)은 조선 최대 항구로, 물류·상업 중심지로 급성장하고 있었다. 철도 경부선을 위시한 육상 교통의 중심지이기도 했다. 결국, 경남도청은 58년간 부산에 있었다. 1963년 부산이 직할시로 승격, 경남에서 분리된 뒤에도 그대로 있었다. 마침내 1983년 경남도청은 국가산업단지 조성과 함께 성장한 창원으로 옮겨 지금에 이른다.

이러한 이력을 지닌 경남과 부산이 다시 합치자고 한다. 전남과 광주(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대구와 경북(대구경북통합특별시)이, 충남과 대전(충남대전통합특별시)도 행정통합의 자장에 있다. 물론 그 방아쇠를 당긴 쪽은 정치권이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그 속셈은 불을 보듯 뻔하다. 6월 지방선거가 목전이다. 현재까지의 상황으로 볼 때 전남광주특별시만 6월 지방선거 때 통합단체장을 뽑는다. 대구와 경북 통합은 불씨가 남았지만, 충남과 대전의 통합은 불투명하다. 경남과 부산의 두 단체장은 ‘올해 주민투표 실시, 2028년 총선 때 통합단체장 선출’이란 일정표를 제시했으나, 씁쓸하다. 행정통합 거부의 명목을 포장한 느낌이다. 그리고 이미 버스는 떠났다. 벌써 더불어민주당은 김경수 전 지방시대위원장을 경남도지사 후보로 단수공천했다.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는 경선을 거칠 모양새다. 게다가 2년 뒤 어느 ‘속 좋은’ 광역단체장이 자신의 임기를 단축하고 통합단체장에 자리를 내어줄까.

그런데 100년 전, 그리고 1983년 경남도청 이전의 의미는 단순하게 행정기관이 옮기는 데 있지 않다. 행정통합도 마찬가지다. 이는 권력의 공간 전략이 바뀌는 과정이다. 정치 셈법보다는 역사의 흐름이다. 경계의 역사는 정체성과 분열, 포섭과 배척을 위해 설정한 지도 위 울타리의 변천사이다. 그것은 권력 투쟁과 공존의 기억이 담긴 역사다. 경계의 역사는 바뀐다. 고정불변은 없다. 100년 전 권력의 공간으로 경계를 삼았던 부산은 이제 ‘지방소멸’을 걱정하는 신세가 됐다. 1990년대 초 인구 400만 명에 육박하던 부산은 2024년 3월 기준 광역시 최초로 ‘소멸 위험’ 단계에 진입했다. 행정통합은 수도권 집중에 대응하는,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메가시티 구축의 전략에서 나왔다. 국가 공간 구조와 지역 발전 전략을 재편하는 시도다. 더욱이 130년 전 전국 13도 체제는 그 역할을 다했다. 100년 전 경남도청 부산 이전과 63년 전 부산직할시 승격 역시 역사의 흐름 속에 있었다. 공간과 경계의 의미가 달라지면 판을 새로 짜야 한다. 2년 전 홍준표 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 속에서도 행정통합을 추진한 것은 바로 이 같은 사정 때문이다.

경남과 부산의 행정통합이 현 단계에서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해도 판은 깨지지 않았다. 그 흐름은 앞으로 계속된다고 본다. 통합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다. 다만, 이전과 똑같은 흐름은 아닐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덩치 키우기’ 논리만 집중할 게 아니다. 내실 다지기를 꼼꼼하게 해야 한다. 먼저 행정통합이 분권을 자동으로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분권 없는 메가시티는 의미가 없다. 또 앞서 살핀 것처럼 진주를 포함한 서부 경남의 소외감을 해결하고 산업 ‘엔진’ 울산을 끌어안는 방안도 찾아야 한다. 단언하건대 ‘6월’ 이후 많은 게 달라질 것이다. 지금은 ‘준비된 통합’을 준비할 때다. 이미 지난 일을 따질 만큼 한가하지도 않다.

오광수 편집국 선임기자

¹ì‹ 2026´ëª…궁금˜ì‹ ê°€

지ê¸ë°”로 AI가 분석˜ëŠ” 가•교¬ì£¼ 리포¸ë 받아보세

´ëª… œë‚˜ë¦¬ì˜¤ •인˜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