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아프리카 우회 ‘비용폭탄’…원유 등 수급 차질 심화 전망
- 유가 배럴당 150弗 급등 우려
- 반도체·레미콘 생산도 비상등
예멘의 친이란 반군 후티가 이스라엘에 대한 참전을 공식화(국제신문 30일 자 1면 보도)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에 이어 홍해도 봉쇄될 위기에 처했다. 주요 물류 통로인 두 해협이 동시에 막히면 해상 및 항공운임 급등이 불가피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30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후티 참전으로 홍해와 연결된 수에즈운하까지 통항에 차질이 빚어지면 유럽과 미주로 향하는 선박들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해야 하고, 그 결과 해상운임은 크게 오르게 된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이나 현대차·기아 유럽 수출 물량을 운송하는 현대글로비스 등은 희망봉 우회 노선을 확보해 큰 충격은 없을 전망이지만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기업들은 ‘비용 폭탄’을 맞을 가능성이 커졌다.
발틱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유조선 운임지수(WS)는 지난 27일 중동~중국 노선 초대형 유조선(VLCC) 기준 359.4를 기록했다. 전쟁 발발 직전인 지난달 27일(224.72) 대비 59.9% 급등했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중동 노선 운임은 전쟁 직전의 2.8배 수준으로 올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홍해 항해까지 힘들어지면 글로벌 물류망이 총체적으로 마비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원유 등 원자재 공급망 불안이 심화할 전망이다. 홍해가 막히면 유조선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거나 일부 제한된 대체 경로를 활용해야 한다. 그 결과 운송 거리와 시간이 크게 늘면서 원유 도입 일정에 차질이 발생하게 된다. 여기에다 기업들은 선박 확보와 운임 상승, 보험료 증가 등의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선박 운항이 위축되면 원유 공급 경직으로 유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지게 된다. 미국 내 자문기구 유라시아그룹에 따르면 홍해 봉쇄가 현실화하면 글로벌 기준 하루 원유 공급 차질 규모는 현재 1000만 배럴에서 1700만 배럴로 늘어나게 된다. 또 유가도 배럴당 150달러로 급등할 수 있다.
건설 자재 수급 불균형도 심화할 수밖에 없다. 중동 의존도가 높은 석유화학 원료 나프타 기반의 에틸렌이나 프로필렌을 주성분으로 하는 혼화제 수급 차질이 예상되면서 레미콘 생산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석유화학 업계는 전쟁이 장기화하면 추가적인 공장 가동 중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반도체 업계 역시 헬륨 등 주요 소재의 공급에 비상이 걸리면서 원가 부담 압박이 심화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 또한 위축되면서 내수 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은행이 지난 25일 발표한 ‘2026년 3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3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5.1포인트 하락한 107.0이었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4월 전망 기업경기동향조사’에서도 4년 만에 긍정적으로 회복됐던 국내 기업들의 경기 전망이 한 달 만에 다시 부정적으로 돌아섰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가 상승으로 생산원가가 오르면 기업에는 치명적”이라면서 “전 세계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데 우리나라는 수출 의존도가 높아 다른 나라 경제가 안 좋아졌을 때의 타격도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