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300조 이어 올해 1400조 돌파
증가 속도 빠르고 부채의 질도 나빠
지난해 1년간 국가채무가 약 130조 원 불어나 전체 1300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6일 국무회의에서 이같은 내용의 ‘2025회계연도 국가결산 보고서’가 심의 의결됐다. 지난해 정부 총수입은 637조4000억 원, 총지출은 684조1000억 원으로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46조7000억 원 적자였다. 국민연금 등을 감안해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104조2000억 원에 이른다. 2025년 국가채무는 2024년(1175조 원)보다 129조4000억 원 증가한 1304조5000억 원, 이에 따른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9.0%였다. 문제는 올해 채무액과 채무비율이 더 늘어난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국회에서 26조 원 규모의 2026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단
국가채무의 절대적 수치보다 중요한 건 증가 속도와 부채의 질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30%대에 머물렀으나 이듬해 바로 40%대에 진입했다. 올해는 본예산과 1차 추가경정예산만으로 국가채무가 1412조8000억 원으로 늘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50.6%를 찍으며 사상 처음 50%를 넘길 전망이다. 이 속도라면 2029년엔 60%에 근접한다는 말이 단순한 경고는 아닐 것이다. 대응자산이 없어 실질적 채무상환 부담이 수반되는 적자성 채무는 2019년부터 올해까지 7년간 연평균 14.1% 뛰었고, 이것이 전체 국가채무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같은 기간 16.2% 포인트나 올랐다.
미국발 관세 전쟁, 중동전쟁 등으로 대외 환경이 나쁘고 국내 경기 또한 침체기에 있을 때 정부는 확장 재정 정책을 펼 수 밖에 없기는 하다. 그러나 이것이 정말 적재적소에 쓰이는지는 의문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6월 출범 직후 30조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했고 이중 13조 원을 민생지원금으로 전국민에게 지급했다. 올해도 회계연도 개시 3개월만에 추진하는 1차 추경안 26조 원 중 5조 원이 소득 하위 70%에 1인당 10만~60만 원씩 지급하는 고유가 피해지원금이다. 영화관과 숙박료 할인쿠폰 예산도 각각 수백억 원씩이나 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채를 발행하지 않았으니 ‘빚 없는 추경’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초과 세수를 빚 갚는데 쓰지 않고 추경으로 돌렸을 뿐이다.
안 그래도 돈 쓸 데가 많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한미 관세협상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못 이겨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앞으로 이재명 정부 임기 내내 부담이 될 사안이다. 세수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국가 재정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돈을 풀어 당장 국민 삶을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만드는 작업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 재정건전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다행히 증시 상승과 반도체 호황 등으로 세수 여건은 그 어느 때보다 좋다. 선거 매표용 선심책이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면 씀씀이에 자제가 필요하다.